고정미
위의 도표는 2012년 이후 '토지소유 지니계수의 추이'(위)와 '토지소유 상위 집중도 추이'(아래)를 보여준다(지니계수는 소득이나 자산의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갖는데,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고 해석한다).
2012년은 2000년 이후 토지소유 관련 지니계수들이 최고치에 달했던 해였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2012~2017년에 지니계수 값이 약간 하락한 것은 당연하다.
2017년 이후 개인의 토지소유 지니계수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값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전체 세대를 대상으로 할 때, 개인의 토지소유 지니계수는 2019년 0.8115, 2020년 0.8114로 계산되는데, 2019년 총자산의 지니계수가 0.5836, 금융자산의 지니계수가 0.6402였음에 비추어 보면(이형찬 외, <사회통합을 위한 부동산자산의 불평등 완화방안 연구>, 2020), 개인 토지소유의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법인의 경우에는 지니계수가 무려 0.9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2018년 이후 그 값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서 더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의 부동산 투기를 주도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다.
가액 기준으로 토지 소유 상위 집중도를 보여주는 '토지소유 상위 집중도 추이'에 따르면, 1993년 이후 개인의 경우 상위 10%의 비중, 법인의 경우 상위 1%와 5%의 소유 비중이 증가했다. 개인의 경우 집중도 상승이 완만한 반면에, 법인의 경우 급격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법인 상위 1%의 소유 비중은 1993년 68.4%에서 2020년 75.1%로 급증했다. 이는 상위 법인들이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되고, 그들이 소유한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독점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아마도 두 현상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 현실에 가까울 성싶다.
토지소유 상위 법인의 정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토지소유를 집중하고 있는 상위 법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언뜻 생각하면 재벌·대기업을 떠올리게 되지만, 법인 소유 토지 중 주거지역 토지 가액의 비중이 44%나 되고, 그 연평균 증가율이 21%로 다른 용도 토지들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투기꾼들이 법인을 설립해 대대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나섰고, 그것이 상위 법인의 토지소유 집중에 일정한 정도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을 떠올리게 된다. 토지소유를 집중한 상위 법인 중에는 법인을 가장한 투기꾼들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2019년 이후 1년 9개월 동안 한 개 법인이 3억 원 이하 주택을 무려 1만 5326채 매입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머니투데이, 2021.10.14.).
투기 광풍이 부는 와중에 엄청난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했고 토지소유의 불평등성이 극심한 가운데 상위 계층으로의 집중이 진행되었다면, 그 불로소득이 누구의 수중으로 들어갔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투기꾼들이 법률의 허점을 피해 마음 놓고 투기를 벌이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득해도 아무런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나라, 이를 '부동산 투기 공화국',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말 외에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2021.9.27
이희훈
계층·세대·지역, 총체적 양극화
부동산 과다 보유자와 투기꾼들이 불로소득의 향연을 벌이는 사이에 국민경제는 멍이 들고,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임대료 상승과 주거비 상승 때문에 눈물 흘린다. 가계부채는 늘어만 가고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은 증폭된다.
부동산으로 인한 계층 간 양극화는 세대 간 양극화와 지역 간 양극화를 수반한다. 최근 몇 년 사이 50대 이하의 토지소유 비중은 감소하고 있고, 60대 이상의 토지소유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세대 간 갈등의 근저에는 부동산이 자리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지역 간 분포를 보면, 갈수록 지방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지방 주민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상대적 가난을 경험하는 셈이다.
최근 한국 정치판을 뒤흔든 LH 사태와 대장동 게이트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의 치부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어디 이 둘 뿐이겠는가. 전국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졌고 또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에는 불로소득 경제시스템이 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현실을 등한히 한 채 소위 '핀셋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려고 했으니 참으로 나이브하기 짝이 없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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