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영상작품 <물류센터에서 춤을 추다> 영상 스틸컷
https://youtu.be/yuHVg9jg2qc
안무: 김은경
DANCE IN A WAREHOUSE
- 다른 무용 영상작품 <물류센터에서 춤을 추다>도 굉장히 인상 깊게 봤다. 무용수들이 노동자들이 입는 작업복과 작업화를 입고 실제 공장에서 움직임을 하는 모습이 새롭게 감각되었다.
"<물류센터에서 춤을 추다>는 김은경 안무가의 작품이다. 나는 공동창작으로 참여했다. 김은경 안무가가 실제로 물류창고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특정일을 하는 사람들을 초대하는 공연을 하고 싶어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영상촬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나는 그 작업에서 무용수 3명 중 한 명이다. 상자를 반복해서 옮기는 행위라든지, 종이 의상을 입고 움직임을 한다든지, 상자를 손가락으로 세는 움직임 등 실제 노동의 움직임에 집중한 프로젝트였다. 그때 무용수들이 타이즈를 입고 작업 현장에서 움직임을 하기도 했는데 실제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신기하게 보시더라. 개인적으로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무용을 배우면서 여러 감각을 수행한다. 내 몸의 어떤 부위를 사용하는지 집중한다. 김은경 안무가가 말하길, 물류창고에서 일하면서 무용할 때 집중하고 사용하는 감각을 똑같이 느꼈다고 하더라. 그 말이 많이 인상 깊었다.
나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런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무용으로 배운 집중력과 에너지를 쓰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그런지 일을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고도의 집중력과 여러 감각을 곤두세우고 아르바이트를 하니까. 농담으로 말한다. 우리는 집중력 좋은 고급 인력이라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날씬하고 예쁘고 멋있는' 무용도 있지만, 다양한 사람, 다양한 몸 자체를 보여주는 무용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안무가 무용수들이 다양한 시각들의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노출이 안 되고 있을 뿐이다.
연극이나 영화처럼 제작비가 많고 초호와 캐스팅으로 화려한 작품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어떤 장르를 처음 접하고 꾸준히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영화처럼 마니아가 되어 있고 다른 장르, 다른 작품을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지민 안무가는 솔직했다. 어딘가 그의 작업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솔직한 예술가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의 솔직한 이야기와 솔직한 작업이 더욱 빛나 보였다. 손지민표 춤, 손지민표 퍼포먼스를 오래도록 객석 맨 앞줄에서 보고 싶어졌다.
예술가들은 언제나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시인 찰스 부코스키의 시구를 인용하였다) 부단히도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
지금까지 나는 <권은비의 뉴노멀아티스트> 연재를 핑계로 여러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례없는 역병이 창궐한 시대에 그들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때로는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가서 고개를 백 번 끄덕이다 뒷목이 아플 때도 많았다.
연재를 시작했을 때는 여름이었는데 연재가 끝나니 겨울이 왔다. 코로나는 여전하다. 예술가들도 여전할 것이다. 여전히 많은 예술가들이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허우적댈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망할 놈의 예술이, 망할 놈의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배를 곯을 때는
지옥은 닫힌 문이다.
가끔 문 열쇠 구멍으로
그 너머가 얼핏
보이는.
- 찰스 부코스키의 시 <지옥은 닫힌 문이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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