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수업' 책 표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오연호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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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대학생 딸이 카카오스토리에서 <오마이뉴스> 책 광고를 보고 주문한 <삶을 위한 수업>이 택배로 도착했다. 딸이 책을 건네주며 말했다.
"나는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 때문에 산다고 말하지 말고 엄마 스스로 행복에 겨워 엄마 인생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 엄마도 외할아버지 심장병이나 외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외삼촌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엄마 인생을 살아. 맨날 돈 없다고 말하면서 외갓집 일에 돈이 다 들어가잖아. 물론 외할아버지 병원비, 외삼촌 가게 옮기는데 보증금같이 신경쓸게 한두 가지 아니지만 가장 0순위, 1순위는 엄마 자신이면 좋겠어. 어려서부터 엄마 살아온 모습을 보면서 느낀 건데 엄마는 엄마 인생이 없는 것 같아. 엄마 스스로 사랑하고 존중했으면 좋겠어. 남일, 주변 일 때문에 그만 바쁘고 이제부터는 엄마 인생을 살아. 제발..."
언제 컸는지 딸이 나를 이렇게 보고 있었구나! 딸의 진심 어린 충고를 들으니 참 부끄럽고 할 말이 없었다. 행복하고 즐겁고 긍정적인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늘 돈 걱정으로 달달거리고 종종거리는 엄마 모습만 봤구나. 딸아, 미안하다. 너는 부디 엄마처럼 살지 마라. 너의 인생을 철저히 행복하게 살아. 진심으로 부탁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삶을 위한 수업>을 펼쳤다. 저자가 쓴 서문 '우리도 삶을 가르칠 수 있을까'의 첫 장을 넘겼다. 덴마크의 '행복 고구마 캐기'라는 저자의 표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고구마를 직접 캐본 나는 고구마 하나를 뽑으면 그 줄기에서 주렁주렁 매달려 따라 올라오는 고구마들을 기억한다.
한 아이의 행복한 수업, 행복한 교실, 행복한 학교가 행복한 사회, 행복한 나라를 만든다는데 우리 아들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행복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구나. 마음을 몰라주고 핀잔만 줬으니 아들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너 잘 되라고 줄기차게 학원을 보냈고 그렇게 싫다는 과외를 꼬박꼬박 시켰고 시험 성적이 나쁘면 아들을 호되게 꾸짖었었다. 어려운 형편에 너에게 이렇게 투자하고 있는데 왜 정신 못차리고 공부를 안 하니 넌 언제 사람 될래! 하며 내 방식대로 아들을 몰아붙였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들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이 흐르고 나의 극성스러움을 반성했다. 그리고 집안에서 엄마가 행복하지 않은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보며 자랐다는 것에 너무 미안했다.
덴마크의 헤닝 아프셀리우스 수학선생님은 우주에 대한 사랑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난 그 문단을 읽으며 그분의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했다. 우주 천체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라니 어쩌면 저리도 마음결이 고울까!
학생들이 공부를 하려면 수학, 천체에 대한 흥미 유발과 스스로 필요해서 배우려는 자기 주도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동기부여 되어 계속 학업을 하게 되는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이다.
배움이 즐거움이 되고 행복한 경험이 되니까 스스로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더 공부해, 더 빨리, 더 잘해'를 외치는 나를 봤고 아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너무 미안했다. 이제는 조금씩 '꿈틀리인생학교'의 '괜찮아'를 마음속으로 연습하고 있다.
'쉬었다 가도 괜찮아,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옆을 볼 자유를 누려도 돼!'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거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배우고 공부하는 거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어. 오늘 지금 나부터 꿈틀거리겠다는 저자의 말씀처럼 행복한 삶을 위해 한 걸음씩 꿈틀거려 보겠다.
삶을 위한 수업 -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마르쿠스 베른센 (지은이), 오연호 (편역), 오마이북(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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