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식당 종업원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클라우스씨가 자신만의 행복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오연호
클라우스씨는 직장 일을 하면서 부당대우에 대한 걱정이 없다고 합니다. 그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덴마크에는 전국의 식당 종업원들만의 노조인 '3F'가 있어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이 직업을 선택했을 때부터 그곳의 노조원이죠. 지금까지 약 40년간 노조비로 매달 200달러 정도씩을 꼬박 내왔어요."
이 3F의 노조원은 약 30만명인데 이 레스토랑의 종업원 30여명도 모두 가입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장 내 차별도 없습니다. 만약 차별을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노조에 이야기하고, 중앙의 노조가 사장과 대화를 나누게 되지요."
그런데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당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도 매달 노조비를 200달러(약 22만 원)씩이나 매월 꼬박꼬박 내는 이유는? 행여나 실직하게 되면 노조와 정부가 연대하여 1년 6개월동안 매월 3000달러(약 330만 원)를 준다고 합니다.
"물론 노조원이 아니어도 정부의 실업보조금은 2년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종의 보험금으로 노조비를 내는 거지요. 그래서 실직에 대한 걱정이 없습니다."
덴마크의 노조가입률이 최고일 때는 약 80%대였고 지금은 70%전후라고 하네요. 우리는 10%대(세계평균은 약 23%).
[코펜하겐 식당종업원의 행복특강④] 관계는 투명하게, 신뢰하면 기쁘다
클라우스씨는 식당에서 종업원들과는 물론 사장과도 합심하여 일합니다.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뢰의 핵심은 관계의 투명성입니다.
"하루 매출 총액의 15%는 종업원들의 월급으로 정해져 있어요. 그 15%를 가지고 전 종업원이 동등하게 나누는 거죠. 그래서 종업원들은 전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서로 도와가며 열심히 일합니다."
그런데 클라우드씨는 자기 같은 고참이나 갖 들어온 신참이나 모두 똑같은 월급을 받는데도 "불만이 없다"고 하네요.
"고참의 특권이요? 이렇게 사장이나 다른 종업원 허락 받지 않고도 근무 시간에 인터뷰 하고 싶으면 하는 건가요? 하하."
[코펜하겐 식당종업원의 행복특강⑤] 욕심 안 부리고 오늘을 즐긴다
클라우스씨는 본인을 당당히 "중산층"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코펜하겐 시내에 자기 아파트가 있지만 코펜하겐 근교에 여름용 별장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주말이나 휴가 때 그곳에서 즐깁니다. 채소와 과일나무도 가꾸고 참 좋아요."
그는 본인이 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혹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아들이 더 좋은 직업을 갖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그 여름용 별장은 식당 종업원이지만 중산층으로서 오늘을 즐기는 한 덴마크인의 행복을 대변합니다.
"행복하냐고요? 물론이지요. 특별한 걱정이 없고 오늘에 만족하니까요."
[코펜하겐 식당종업원의 행복특강⑥] 행복하고 싶은가? 좋은 사회를 만들어라
클라우스씨는 말합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직업의 귀천이 있었어요. 빈부격차도 있었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것이 사라지고 덴마크 전체가 평등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1930년대부터 디딤돌을 놓기 시작했지만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덴마크 정치권과 노사가 합심하여 복지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평등문화가 정착되면서 세계관이 변화되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대학까지 학비 무료, 병원비 전액 무료, 충분한 실업수당과 같은 기본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인간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고, 그래서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평등문화가 자리잡았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겠죠? 덴마크의 사회혁신은 더 많이 가진 자들이 50%대가 넘는 높은 세금을 내는 것에 동의하고, 클라우스씨 같은 식당 종업원도 자기 월급의 36%를 세금으로 내는 것을 동의하고, 사장들이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를 보장하고, 대신 노동자들은 파업보다는 대화로 사장과 협력하고,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사장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클라우스씨의 눈은 제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당신도 행복하고 싶은가요? 그러면 당신의 나라를, 당신이 속한 공동체를 기본이 되어 있는 사회로 만드세요.'
우리는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까요? 대한민국을 행복사회로 만들기 위해, 식당 종업원도 동창회에 나가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나는 웨이터다", "우리 아들은 열쇠수리공이다"를 말하면서 중산층으로서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할까요?
<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서고 있습니다. 오늘(7월23일)
'오마이포럼:행복사회만들기'를 마련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덴마크, 스웨덴, 독일 모델에서 배운다: 행복사회,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는 오늘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상암동 본사에서 저의 사회로 진행되며 전 과정이 오마이TV로 생중계됩니다.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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