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덴마크'는 지난 2012년 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발표한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됐다.
Roche
그렇다면 왜 '로슈 덴마크'에서는 이런 효과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통했을까요? 저의 잠정 결론은 이것입니다. 덴마크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사회에서 통하고, 사회에서 통한 것이 기업에서도 통한다! 제가 이 연재기사의 앞에서 이야기했던 덴마크 행복사회의 여섯가지 요소(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를 환기시켜 보십시오.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결 중의 하나로 신뢰를 드는 덴마크인들이 많던데, 이 회사에서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도 신뢰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간부와 직원, 그리고 직원들 사이에 신뢰가 중요하지요. 이것이 좋은 일터의 중요 조건입니다."
린다씨는 '로슈 덴마크'의 효과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덴마크의 문화 속에서 더 잘 이해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느정도 '사람은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는 덴마크 문화(얀테의 법, 연재기사 7번 참조)와 연관이 돼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회사의 사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무조건 존경의 대상도 아닙니다. 일반 사원보다 결정권이 더 있으니 조금 다른 사람일뿐이지요."
그러니까 덴마크 사회에서 문화로 굳어진 평등의식이 있기 때문에 기업 안에서 격식 없는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하여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린다씨는 덴마크에서 제일 일하기 좋은 직장에서 고위간부를 지내고 있으니까 이른바 커리어우먼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동창회 같은데 가면 친구들이 좀 부러워하나요?" 그랬더니 단박에 "아닙니다"라고 답하는군요.
"회사 다니며 일하고 싶으면 하고, 가정에서 아이들 키우고 싶으면 하고, 다들 자기 선택이지 않습니까? 회사 간부라고 특별할 것이 없지요. 덴마크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가 좋아서 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간부라고 해서 특별히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같은 질문을 5년차 매드스씨에게 해봤습니다.
"중고등학교 친구 중에 목수나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이 당신을 부러워 하나요?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 같은 약사도 중요한 직업이지만 목수나 택시기사도 중요한 직업입니다."
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홍보담당자 안자씨(Anja Grjlstrup Kjær)가 해설을 해줍니다.
"덴마크는 불평등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은 무료이지만 사립학교는 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으면 그 학비를 정부에서 대줍니다."
사회복지 안전망이 이렇게 잘 되어 있기에, 누구나 기본은 누리고 있기 때문에, 친구가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수입이 많다고 특별히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자들인 이 회사의 간부와 직원들은 월급의 50%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있는데도 아무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 세금으로 덴마크가 행복사회로 자리잡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매드스씨는 말합니다.
"덴마크는 걱정없는 사회입니다. 나뿐 아니라 내 친구들이,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모두 평생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고 무료로 진료를 받으며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그는 이렇게 '나'의 좋은 일이 아닌 '우리'의 좋은 일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이 회사의 3대 가치 중의 하나가 열정(passion)인데 직원들의 그것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사회에 나가 좋은 직장이라고, 월급 많다고 자랑할 일도 없는데, 연봉이 많아도 5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일을 열심히 하는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매드스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매일 훌륭한 동료들과 좋은 일을 위해 함께 일하는 것에서 열정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최근에 덴마크에 단 50명뿐인 특정 피부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요?"
2시간동안의 취재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인사담당 간부 린다씨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 일터에서 행복합니까?"
"네. 행복합니다."
"행복한지 안한지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아침에 출근할 때 내 발걸음이 가벼운지, 회사로 향하는 내 마음이 즐거운지가 척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근길에 빨리 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느냐가 중요합니다. 나는 이 회사에 출근하기 싫다고 느낄 때가 일 년에 아주 아주 적게 있습니다. 하하."
'로슈 덴마크'는 덴마크 사회에서 별종이 아닙니다. OECD가 지난 2010년에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덴마크인들은 생활만족도에서 1위, 직업만족도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직업만족도에서 27위로 꼴찌를 했고, 생활만족도에서는 간신히 꼴찌를 면한 26위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어느 정도 가볍습니까?
▲오연호 대표 기자가 연재했던 <'행복사회의 리더십'-'행복지수 1위 덴마크 비결을 찾아서'>가 2014년 9월1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오마이북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