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인들의 행복 비결을 한마디로 예기하면? "평등입니다. 여기에서 모든 행복이 옵니다."
김민지
그렇다면 덴마크인들이 아등바등하지 않는 여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 그것은 덴마크의 사회제도에서 오는 것일까요, 덴마크인의 독특한 특성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나는 그 두 개의 결합에서 온다고 봅니다."
제도와 태도(가치관)의 결합. 샤미씨는 그것의 한 예로 높은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덴마크의 복지제도와 잘난 체하지 않고 부러워하지도 않는 덴마크인의 오랜 관성이 서로 결합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덴마크에서는 높은 세금으로 두터운 중산층을 만들어냅니다. 이곳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중산층이라고 봐야 하지요. 물론 빈부격차가 없을 수 없지만, 가난한 덴마크인도 부자 덴마크인만큼 행복합니다. 이것이 미국과 다른 점이죠. 미국에서는 가난하면 엄청나게 불행해지잖아요. 덴마크인들은 그런 걱정이 없습니다. 사회복지가 잘 돼 있어서 길거리에 나앉을 걱정이 없는 거지요. 그래서 부자들도 세금을 많이 내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런데 샤미씨는 그런 제도만으로는 '행복한 덴마크인들'을 다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 제도만이 다가 아닙니다. 독일도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데 왜 덴마크인들이 더 행복하다고 할까요? 그것은 제도 이전에 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정신적인 태도가 중요하지요. 덴마크에서는 남이 큰 집을 갖고 있어도, 친구가 좋은 대학에 들어갔어도 부러워하는 문화가 없습니다. 어찌 보면 덴마크 사회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먼저 제거했다고 보면 됩니다."
'얀테의 법'과 헤게(Hygge)가 행복 도우미
샤미씨는 덴마크인들의 이런 태도가 이 사회의 오랜 관습인 '얀테의 법'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불확실한 이 관습법은 모세의 십계명을 본떴다고 합니다. 그중 일부는.
1. 네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 말라.
4. 네가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착각하지 말라.
8.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9. 누가 혹시라도 너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 말라.
10. 네가 행여나 누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 말라.
이 얀테의 법은 한마디로 '잘난척하지 말라'는 것인데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사람이 특별하고 소중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샤미씨는 이 얀테의 법이 덴마크인들의 문화 속에 녹아 있기 때문에 '높은 세금에 의한 복지 제도'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부자들이 돈을 많이 벌어도 자신이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자기보다 돈을 덜 버는 사람을 비웃지 않기 때문에, 빈부격차나 사회적 신분을 떠나 누구에게나 서로 배울 점이 있다고 믿기에 월급의 50% 이상을 흔쾌히 세금으로 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덴마크인들은 그런 세금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미국인들이 내 돈, 내 돈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요."
- 12년째 덴마크에 살면서 덴마크인들이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를 취재해온 셈인데요. 그래서 답을 찾았나요? 단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말하라면 평등이라고 하겠어요. 평등이 덴마크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든 것과 연결된 것 같아요. 평등하면 특별히 남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해서 불행에 빠지는 일이 없잖아요. 남보다 잘 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없지요. 여기서는 의사나 청소부나 큰 차이가 없어요. 등산과 스포츠를 함께 즐기고, 비슷한 삶을 살아요. 여기서는 의사를 의사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그냥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죠. 심지어 경찰관이나 공무원을 부를 때도 그냥 이름을 불러요."
샤미씨는 이 평등이 덴마크의 또 다른 문화적 특성인 '느긋하게 함께 어울리기'와 이어져 행복한 덴마크사회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이 '느긋하게 함께 어울리기'는 덴마크어로 헤게( Hygge)라고 불립니다.
"덴마크는 해가 짧아 어두운 나라이고 추운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이 잘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아요. 이들이 행복한 이유 중의 하나는 헤게에 있어요. 히게는 서로 친교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덴마크에서는 아무리 가난해도 집안을 이쁘게 꾸미죠. 긴 밤에는 촛불을 키고 케이크를 만들고 커피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것이 헤게의 일환이죠. 부자든 가난하든 똑같이 즐깁니다. 그래서 덴마크인들은 이 헤게문화 속에서 평등하게 되지요."
평등하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샤미씨의 세 번째 남편은 덴마크인이다. 그는 "아내가 쓰고 있는 덴마크 이야기는 나도 모르는 것이 많다. 재미있다"고 말한다.
김민지
그런데 이런 평등문화, 함께 어울리기 문화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을까요? 샤미씨의 말을 듣다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반대더군요. 얀테의 법 8에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가 있듯이 평등문화는 남을 존중하게 하고 그것이 개인의 떳떳한 선택을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평등하면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이것은 덴마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중요 요소였습니다.
"나를 보세요. 나는 두 번 이혼하고 지금은 또 다른 덴마크 남편을 만나 세 번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 같으면 남의 눈치가 보이겠지만,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아주 편안히 살 수 있어요."
샤미씨는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이혼율이 높아도 그것이 행복지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덴마크의 이혼율은 40%대로 매우 높습니다. 또 두 번째 결혼의 67%, 세 번째 결혼의 73%도 이혼합니다. 그래도 이 나라가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기가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이죠. 남의 눈치 보고 살아가는 삶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즐기는 삶은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샤미씨와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의 세 번째 남편인 덴마크 신사가 외출했다가 들어왔습니다. 중견기업의 간부인 그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덴마크인들은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요. 아내가 쓰고 있는 책은 덴마크 학교에서 교과서로 채택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읽어봤는데 나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재미있어요, 하하".
▲오연호 대표 기자가 연재했던 <'행복사회의 리더십'-'행복지수 1위 덴마크 비결을 찾아서'>가 2014년 9월1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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