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발뷰 공립초등학교. 0학년(학습준비학년)부터 9학년(우리의 중학과정 포함)까지 6백여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김민지
이 학교에서는 7학년까지 시험이 없다. 점수를 매기는 시험은 8학년에 가서야 있는데 그것도 등수는 매기지 않는다. 9학년에 치르는 졸업시험 때도 등수가 없다. 단지 학생들의 진로를 조언하는데 참고만 한다. 마르그레테 교장은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덴마크의 전통적인 교육방법은 기본적으로 아이들끼리 경쟁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8학년부터 시험을 보지만 점수를 매겨도 등수는 내지 않습니다. 성적이 좋다고 상 주는 것도 없습니다. 물론 학생들끼리는 서로 점수를 알 수 있으니까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를 압니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이나 학교가 공부 잘하는 학생을 공개적으로 추켜세워 주거나 특별히 대접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의 경쟁은 일어나지 않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의 애정은 학생들에게 골고루 나뉜다. 마르그레테 교장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더 잘하도록 개별적 칭찬을 해주지만, 공부를 못하는 애들도 칭찬을 해준다"고 했다. 공부 못하는 아이는 어떻게 칭찬을 해줄까?
"물론 공부를 못하는 아이에게 잘한다고 거짓말로 칭찬할 수는 없지요. 그런 아이들에게는 작은 목표를 세워줍니다. 만약 20개의 문제를 맞춰야 만점인데 어떤 아이가 절반밖에 못 맞추면, 다음번에는 1개만 더 맞춰도 그걸 아주 크게 칭찬해줍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점점 자신감을 갖도록 하지요."
골고루 칭찬의 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한다.
"이렇게 분위기를 만드는 이유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자신감과 안정감을 줘서 학교 오는 것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산만한 학생도 칭찬받을 기회 준다
마르그레테 교장은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도 칭찬받을 기회를 준다"고 했다.
"어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잖아요. 그런 애들은 짧은 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 있게 하는 목표를 정해줘요. 너는 10분만 한 번 조용히 앉아 있어 봐라. 그래서 타이머를 써서 10분 동안 잘 앉아 있으면 아주 많은 칭찬을 해줘요."
그래도 선생님으로서 참기 힘든, 문제아라고 할만한 아이도 있을 터인데 그때는 어떻게 할까?
"그들도 이해해주고 포용해줘야지요. 그 아이들도 다닐 수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덴마크의 교육은 학생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들을 다 포용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소수의 장난꾸러기, 문제아들도 용서를 해줍니다. 아이는 용서해주고 대신 부모를 탓합니다."
부모를 탓한다? 그 탓은 다름 아니라 대화였다.
"그런 경우 부모와 자주 아주 솔직한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가 이런 문제가 있으니 이런 점은 힘을 합쳐서 고쳐보자고. 만약 부모가 협력할 형편이 아니면 학교가 더욱 그 아이를 위해 신경을 써줍니다. 부모가 챙겨주지 않은 아이를 학교에서도 챙겨주지 않으면 그 아이의 인생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아이일수록 학교가 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집에서는 불안했더라도 학교에 오면 마음이 놓이는 곳이 되어야지요."
마르그레테 교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덴마크의 선생님들은 참 인내심이 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에서는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일제히 선생님의 말씀을 조용히 듣고 있는 풍경은 보기 힘들다던데, 그러니까 우리 눈에는 문란하게 보일 정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수업을 한다는데 사실일까?
"그건 아닙니다(웃음). 여기에서도 당연히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조용하라고 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비돼요. 완전히 자유롭게 마음대로 하게는 하지 않아요. 하지만 조용히 하지 않는다고 선생님이 자기 권세를 부려서 애들을 처벌하는 것은 전혀 없어요. 보통 조용히 하라고 하면 다들 말을 듣는데, 소수가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둡니다. 그것까지 포용해야지요."
반장 없이 평등문화 속에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