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회는 승리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하는 것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이말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이 남긴 말로 기억되어 진다.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에 60억 지구촌의 대잔치 올림픽 개최는 세계인을 하나로 만드는 시간이었다. 더구나 올림픽의 의미는 정치 경제 모든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스포츠를 통해 모든 나라가 스스로 인간다워지기를 원하는 게임이기에 무엇보다 그 의미가 깊다. 그렇기에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쟁은 일어날 수가 없다고 한다.

더욱이 이번 시드니 올림픽은 새로운 천년을 맞아 처음으로 열리는 대회니 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대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1988년 '벽을 넘어서'란 주제로 한 번 올림픽을 치룬 우리로써는 올림픽이 주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것이다.

지난 달 15일부터 17일동안 열린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8.은9.동11개를 따내 국가별 전체순위 12위로 열전을 했다. 물론 10위권 진입은 실패했으나 총 24개 종목에서 2백84명이 출전해 그동안 피와 땀을 흘렸던 성과를 거뒀다.

이에 TV를 통해 시드니 소식을 지켜보던 우리 국민들은 이 기간동안 어느 곳을 가더라도 올림픽 뉴스에 술렁이는 분위기였으며 매일 매스컴을 통해 전해 오는 시드니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그러나 왠일인지 이번 올림픽 만큼은 메달경쟁에서 통쾌한 홈런을 치지 못해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준 것 같아 왠지 씁쓸한 기분이다. 물론 선수들 역시 최선을 다해 싸웠겠지만 우리가 거는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일까?

특히 이번 대회는 특정종목 몇 개에서 한꺼번에 금메달이 쏟아져 나온 것을 제외하고는 예상했던 종목에서 패배해 그동안 우리들이 열광하며 박수를 보내왔던 인기 종목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려야 할 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때문에 그동안 비인기 종목으로써 관중들의 호응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태권도 삼총사 이선희. 정재은. 김경훈 선수의 금메달 행진은 우리에게 과분한 선물을 주었음에 틀림이 없다. 또한 양궁에서 남.여 단체와 윤미진 선수의 금메달 획득, 펜싱 김영호, 레슬링의 작은거인 심권호의 금메달 성적이야 말로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많은 팬들의 격려와 지지를 받아 오면서도 불미스러운 일을 자행했던 야구 드림팀의 경우는 비록 동메달을 목에 거는 행운이 있었지만 선수들의 스포츠맨쉽 정신은 메달감이 아니라는 평가.

특히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수차례 지적을 하면서도 아직도 높은 벽을 뚫지 못하는 기록경기와 구기종목. 온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으나 항상 시합에서는 와르르 무너지는 축구는 해가 거듭할수록 실망감만 안겨 줄 뿐이다.

이와 함께 한 때 뜨는 별로 올림픽 때마다 단골로 메달을 확보했던 탁구, 유도, 복싱, 레슬링 등도 어찌된 일인지 뉴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즐거운 소식을 전하지 못한 채 추락하는 기분이 들어 매우 염려스럽기만 하다. 그것뿐이 아니다. 언론을 통해 수 차례 금방이라도 마라톤의 월계관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처럼 온국민의 시선을 받아 온 이봉주 선수의 참패는 '언론이 너무 앞서 갔다'는 지적과 함께 휴일 저녁 많은 국민들에게 비수를 꽂아 섭섭함을 금치 못했다.

한편 앞으로 한국체육은 새로운 각본을 짜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즉 잔디연습장 하나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게 온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기대하게 했던 남자하키는 텔레비젼을 관전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기도 했다. 더구나 남자하키 선수들의 이름조차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고 경기방식도 생소해 우리 곁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던 종목이었는지를 반성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값진 은메달은 비온 뒤 담쟁이덩쿨이 더욱 파랗게 보이듯이 앞으로 많은 팬들을 확보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항상 기성세대들로부터 소외를 받아왔던 강초현과 윤미진 선수의 N세대들의 열풍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 이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숙제로 남아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소득은 이번 시드니 올림픽의 남북 동시입장으로 우리 국민들은 물론 모든 세계인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아 새로운 신화가 창조 되었다. 한편 입장 소식을 눈물로 지켜보던 이들은 "스포츠야말로 국적을 초월하여 모든 세계인들과 평화와 우정을 약속하는 만남의 광장이다"고 입을 모아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성화가 꺼져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지구촌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분명 4년 뒤에 있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에 대한 기다림으로 17일간의 흥분을 잠재울 것이다.
2000-10-02 11:2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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