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고 올림픽 정신을 지키라고? 메달 하나에 이렇게 대우가 달라지는데?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야구 대표팀이 쏠쏠한 부수입을 얻게 됐다고 한다. 우선 선수들은 동메달에 대한 연금(20점)으로 개인당 월 30만원을 받게 된다. 만약 일시불로 받는다면 2,240만원의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 거기에 한국 야구선수들은 이번 시드니 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메달 획득에 따른 보너스인 1인당 미화 2,000달러(한화 약 220만 원) 씩을 손에 쥐게 되었고, 정몽윤 대한야구협회 회장은 메달을 딸 경우 선수단 전체에 금강산 관광을 약속한 바 있고 별도의 격려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억대 연봉을 호가하는 선수들에게 이 정도의 금액은 그저 껌값(?)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의 횡재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우선 카지노 사건으로 흥분한 국민들의 비난을 일시에 해소시켰다.또, 4강에만 진출하면 군복무를 면제시켜 주겠다는 애초의 약속이 있었으니 정수근(두산) 장성호(해태) 손민한(롯데) 이승호(SK) 박진만(현대) 등은 군복무를 면제받는 것도 물론이다.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엔트리에서 막판에 탈락한 동국대 박한이 선수 등 대표팀에 끼지 못한 선수들은 정말 땅을 칠 일이다. 이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값진 동메달 덕분이다. 이쯤되면 은메달을 땄다고 억울해 하는 선수들이나 메달 하나에 목숨 걸고 덤벼드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절박한 심정과 상대적 박탈감이 이해가 된다.또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감격에 겨워 스포츠 정신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난 받은 펜싱 선수의 입장도 충분히 헤아릴 수 있다. 과연 이 선수들에게 메달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달라고 주문할 수 있을까?그렇게 최선을 다했더니, 누구는 메달 땄다고 수 천만원의 격려금을 받는 데 반해 누구는 한국신기록을 세워도 메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쓸쓸히 잊혀지는 풍토에서 과연 우리는 선수들에게 고고한 정신을 요구할 수 있을까?사이클에서 4위를 한 조호성 선수. 수영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김민석 선수와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구효진 선수. 그리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수많은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들은 거액의 연금과 격려금은 커녕,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조차 그리 많지 않다.우리는 올림픽 정신을 잃어버린 선수들을 나무라기 전에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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