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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1년 전 미국 출장 중 사망한 '한국인 미군무원 박춘희 씨 의문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의 하나로, 미국 방문 중인 박씨의 남편 남학호 씨와 함께 현지 동행취재를 시도합니다.

남학호 씨는 이번 미국 방문길에 박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사고 당시 박 씨가 이용한 택시회사와 경찰을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주)


지난해 8월 미국 출장 중에 숨진 미군무원 박춘희 씨의 죽음을 두고 각종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4월 현지 경찰이 박씨의 사인을 '사고사'로 결론을 내렸지만 그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또한 타살에 대한 강한 의문점들이 제기되면서 타살 가능성에 대한 각종 추측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박씨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박씨의 남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난 5일 미국을 방문한 박씨의 남편 남학호(42. 한국화가) 씨는 방문 이틀째인 6일부터 한겨레, 연합뉴스 등 미국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과 차례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남씨는 아내 박씨의 상관인 M(미국인 군무원. 현재 왜관 소재 캠프캐롤 근무)씨가 지난 98년 12월 1일부터 같은 달 16일까지 '업무 시 사용하는' 통신망을 이용해 박씨에게 보낸 메시지가 담긴 3.5인치 플로피디스켓 1장을 공개했다.

이 디스켓에는 총 20여 차례에 걸쳐 M씨가 박씨에게 '성적인 희롱'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적 요구'를 한 메시지들이 수록돼 있다.

이 메시지를 살펴보면, '너의 꿈을 꿨는데 꿈에서 네가 부츠를 닦고 있었는데 그것이 날 흥분시켰다'(You were shining your boots in my dream and it really excited me, 98년 12월 15일 16시08분), '나는 곧바로 퇴근 안 해도 된다. 지금도 너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I do not have to leave right away. As always I was hoping to get a little time with you. 12월 1일 16시 29분)는 내용 등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박씨가 일하고 있던 주한미군 제20지원단 FMD(복지지원센터)의 총괄 책임자로서, 지위를 이용한 M씨의 '성적 요구'가 집요했을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도 남겨져 있다.

''가든'한테 4시에 모두 퇴근하라고 할 것이다. 이런 거는 다 내 권한이다. 너도 4시에 퇴근할 것이냐? 나는 네가 4시에 안 갔으면 좋겠다. 나하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I will tell garden that they can leave at 4:00. I will say to. I know it is up to me. Maybe I mean will you leave at 4:00? I don't want you to leave at 4:00. You will spend some time with me)는 대목이 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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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켓에 수록된 메시지를 출력한 글ⓒ이승욱
남씨가 이번에 공개한 이 디스켓은 지난 3월 박씨가 사용하던 컴퓨터와 유품을 정리하던 중 남씨가 직접 발견한 것이다.

남씨에 따르면, 이 디스켓은 박씨가 M씨로부터 수 차례 메시지를 받으면서 증거물을 남기기 위해서 따로 저장해둔 것이라고 밝혔다.

남씨는 "이 디스켓의 내용을 살펴보면 M씨가 아내에게 상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성적인 요구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당시에 M씨가 아내에게 집요하게 메시지를 보내고 접근하자 아내가 부대 내 자체 감찰부에 이러한 사실에 대해 조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남씨는 이러한 메시지와 정황 등을 근거로 아내의 죽음에 M씨가 '깊게' 관련돼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씨가 생존 당시 미군부대 내에서 맡았던 예산분석가라는 업무가 내부 비리 등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점도 M이 사건 배후에 있다는 것이 남씨의 심증을 굳히게 하고 있다.

예산분석가로 일했던 박씨는 부대 내에서 내국인들이 이용하는 골프장 회원권 발급과 각종 후원금 업무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파악이 가능한 '유일한' 실무자였다.

지난 99년 중반 무렵에는 미군수사대(CID)에서 미제20지원단 관할 골프장 문제 등 각종 비리혐의에 대한 수사가 있었고, 당시 M씨가 실무자였던 박씨에게 비리혐의에 대한 무마를 위해 자료를 파기할 것을 요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남씨는 "당시에 아내가 자신이 모시고 있던 상사(당시 미20지원단 사령관)가 위험할 수도 있다면서 고민을 털어놓았다"면서 "결국 아내가 고민 끝에 비리 부분 중 일부분을 삭제해줬다는 것을 고인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미군수사대 관계자도 "당시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비리 혐의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대 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군수사대 조사가 끝나고 지난해 8월 박씨가 의문사한 시점에 몇 개월 앞두고는 M씨가 박씨에게 지속적으로 '보직을 옮겨라',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할 순 없다'는 강요를 했다고 전한다.

남씨는 "비리 부분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나서 아내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던지 보직과 부대 이동을 계속해서 강요했다"면서 "결국 이런 모든 이유들 때문에 아내가 죽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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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씨가 미군당국에 10여 차례 각종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대답은 없다 ⓒ이승욱
또 남씨는 지난해 8월 박씨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 전후로 M씨가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던 점을 들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남씨는 M씨가 박씨에게 보낸 메시지 등을 근거로, 지난 3월 8일부터 총 10여 차례에 걸쳐 미군수사대와 미제20지원단 등에 각종 진정서를 보내고 수사를 촉구했다. 또 3월 28일에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M씨의 성희롱 혐의에 대한 정식 고소장을 미군 당국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군 당국의 답변은 일체 없는 실정이다. 미군수사대 한 관계자는 "남씨가 고소장을 내고, 진정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10일(현지시각)로 미국 방문 6일째를 맞는 남씨는 이날 11시경 <워싱턴포스트>와 이와 관련 인터뷰를 가질 예정이다.

*고 박춘희 씨 사건 관련사이트 바로가기: http://www.antiusa.c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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