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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세 조각 난 박정희 친필, "우린 역사 앞에 떳떳하다"

23일 새벽 박정희 친필 '삼일문'을 제거한 사람은 한국민족정기소생회 대표 곽태영 씨와 한국민족청년회 집행위원장 우경태 씨로 밝혀졌다.

"친일파 현판, 우리가 뗐소!" 23일 새벽 탑골공원 삼일문 현판을 제거한 것으로 밝혀진 곽태영(가운데), 우경태(오른쪽) 씨가 지난달 26일 '현판제거 촉구집회'를 보도한 오마이뉴스 기사를 들어보이며 "진작에 제거했어야 할 친일파 현판을 오늘에서야 떼어냈다"고 말하고 있다. 삼일문 현판은 이미 세조각으로 찢겨 흉물이 돼있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한국민족정기소생회(대표 곽태영)와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국민연대(상임공동대표 이관복, 이하 국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20분 향린교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23일 새벽 벌어진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

▲ 이들은 명동 향린교회 도착후 "만약에 있을 지도 모를 경찰의 탈취에 대비, 가장 먼저 박정희의 이름을 제거하고 현판을 세 조각으로 부쉈다"고 말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대통령 박정희'이란 이름이 적혀 있던 부분.
ⓒ 오마이뉴스 노순택
곽태영 씨와 우경태 씨는 이 자리에서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기 원하는 국민들과 여러시민단체들의 수차례 청원이 있었음에도 정부당국의 응답이 없어 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새벽 2시경 3미터 가량의 장대에 낫을 달고 현판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곽태영 씨는 "현판이 잘 떨어지지 않아 작업을 하면서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며 "그러나 경찰 제지 없이 일이 성공한 건 민족정기 수호라는 하늘의 뜻이었던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기자회견 후 문제의 현판을 교회 마당에 던져놓은 뒤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려는 순간 경찰 20여명이 달려들어 현판을 빼앗아 갔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이들이 떼어낸 현판은 이미 세조각으로 쪼개져 있었다. 탑골공원 정문에서 떼어낸 현판을 들고 새벽에 향린교회로 온 곽태영 씨와 우경태 씨는 우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긁어내고 현판을 세조각으로 잘랐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경찰의 탈취를 막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기자회견 후 참석자들은 세 조각 난 현판을 향린교회 앞마당에 놓고 기름을 붓고 불태우려 했지만 그 순간 출동한 20여명의 경찰에 의해 현판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러자 국민연대 회원들과 홍근수 목사등이 강력히 항의했고 혼란한 틈을 이용, 경찰은 곽태영 씨와 우경태 씨를 연행했다.

"솔직하게 말해봐요, 당신도 기분이 좋을 것 아냐" 경찰이 현판을 빼앗아가자 곽태영 씨가 경찰간부를 붙들고 "솔직히 말해봐라. 당신도 이 나라 사람이라면, 우리가 현판을 제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을 것 아니냐"며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공개적으로 기자회견까지 한 마당에 당당하게 자진출두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당시 곽태영 씨와 우경태 씨는 경찰 관계자와 "자진출두하겠다"며 협상을 벌이는 중이었다. 경찰차에 올라탄 우경태 씨는 창문을 열고 "나는 떳떳한 일을 했고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 이들은 '자진출두'를 주장했지만, 경찰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1신> 신원불명 남자 2명, 새벽에 박정희 친필 '삼일문' 현판제거

사라진 현판 "3.1운동의 발상지에 일본군장교 출신 박정희의 친필 현판을 걸어둬선 안된다는"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을 받아온 종로2가 탑골공원 '삼일문' 현판이 23일 새벽 신원불명의 남자 2명에 의해 기습 철거됐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서울 종로2가 38-2번지 탑골공원 입구에 걸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삼일문' 현판이 23일 새벽 3시40분경 신원이 확인 안된 2명의 남자에 의해 철거됐다.

종로경찰서 형사계는 "한 목격자에 따르면 50대 남자 1명과 20대 남자 1명 등 2명의 남자가 긴 장대 끝에 단 낫을 이용 삼일문 현판을 떼어낸 후 사라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정문 기둥에 '민족정기소생회원'이라고 남긴 메모쪽지를 발견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매직펜으로 급하게 쓴듯한 문제의 메모를 통해 "3.1운동 발상지 탑골공원 정문의 왜군장교 박정희가 쓴 삼일문 현판을 민족정기의 이름으로 철거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문제의 현판은 그동안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국민연대(상임공동대표 이관복, 이하 국민연대)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의 공개적인 집회 과정에서 꾸준히 제거시도가 이어졌지만 이를 예측한 경찰의 경계근무로 '보호'돼 왔다. 하지만 경찰도 한밤중의 '급습'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 경찰은 그동안 집회가 있을 때마다 현판을 보호하기 위해 2중3중의 경계를 펼쳤지만(오른쪽), 새벽의 급습을 막지는 못했다. 왼쪽 사진은 사건 후 정문 기둥에 붙어 있던 '쪽지'.
ⓒ 오마이뉴스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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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쓴 삼일문 현판, 내려라" 국민연대 집회

경찰은 이번 사건에 국민연대 관계자가 개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급히 조사에 착수했으나, 국민연대 관계자들 역시 "새벽에 경찰의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며 확인작업에 나선 상태다.

탑골공원 정문인 삼일문 처마밑에 걸려 있던 '삼일문' 현판은 지난 1967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써서 걸어놓은 것으로 현판에는 "삼일문, 단기 4300년 12월, 대통령 박정희"라는 글씨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현판이 걸리기 전 삼일문에는 독립운동가 출신 서예가인 일중 김충현 선생의 글씨가 걸려 있었다.

▲지난 10월 26일 국민연대 집회 당시 계란맞은 삼일문. 1967년 12월 박정희 씨가 써준 이 현판이 비집고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는 독립운동가 김충현 선생의 친필 현판이 걸려 있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 지난 10월26일에 탑골공원에서 열린 '10.26 박정희기념관 완전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깃대아래 매달아둔 낫으로 삼일문 현판을 제거하려고 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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