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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균 / 사진 노순택 / 동영상 강수연 기자

"내 계란 뺏아가지마! 경찰이 내 계란 뺏아가네."26일 탑골공원 삼일문 현판 제거에 실패한 국민연대가 집회참가자들에게 투척용 계란을 몰래 나눠주던 도중 경찰 한 명이 뛰어들어 민족문제연구소 우수미 간사의 계란가방을 빼앗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박정희가 쓴 현판에 달걀을 명중시켜라!" / 강수연 기자


"독립운동, 더구나 3.1운동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을 뿐 아니라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를 졸업하고 만주관동군에 근무하며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박정희(오카모도 미노루)가 쓴 '삼일문' 현판을 성역화 사업 이후에도 그대로 놔둔다면 이는 독립선열들을 모욕하는 것이며, 민족사를 왜곡하는 일입니다."(탑골공원 성역화 바르게하기 운동본부, 「국민에게 드리는 글」)

ⓒ 오마이뉴스 노순택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22주년을 맞는 26일, 두 장소에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행사가 열렸다.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국민연대) 소속 회원 50여명은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10.26 박정희기념관 완전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기념관 건립반대와 '삼일문' 현판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국민연대는 "3.1운동의 발상지이자 민족 정기가 서려있는 탑골공원에 친일파의 현판을 걸어둘 수는 없는 일"이라며, 행사 도중 낫이 달린 깃대로 현판을 떼내려고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실패했다. '현판 철거'에 실패한 이들은 삼일문 현판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비롯한 자민련 관계자와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 등 유족과 3공 관련 인사들은 서울시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서거' 22주기 추도식을 가졌다.

▲ 집회가 마무리 될 시각, 만장을 들고 있던 한 참가자가 깃대아래 매달아둔 낫으로 삼일문 현판을 제거하려 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실패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독립운동가 현판 뗀 자리에 친일 장교의 글씨를?

국민연대는 이날 결의대회를 통해 "항일 독립군을 학살하고 민주인사를 고문해 처형한 박정희의 기념관 건립은 반역사적인 행위"라며 "기념관 건립에 앞장서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은 즉각 국민앞에 사과하고 명예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대는 또 "3.1운동의 발상지인 탑골공원에 민족반역자 박정희의 현판이 걸려 있는 것은 독립선열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박정희가 쓴 '삼일문' 현판을 당장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 박정희가 쓴 현판을 '완전제거'하려던 국민연대의 계획은 경찰에 의해 '완전저지'됐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현재 탑골공원 정문인 삼일문 처마밑에 걸려 있는 '삼일문' 현판은 지난 1967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써서 걸어놓은 것이다. 현판에는 "삼일문, 단기 4300년 12월, 대통령 박정희"라는 글씨가 뚜렷하게 자리잡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현판이 걸리기 전 삼일문에는 독립운동가 출신 서예가인 일중 김충현 선생의 글씨가 걸려 있었다.

이관복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일중 김충현 선생은 과거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광복을 맞은 조국에서 서예가로 살아오신 분"이라며 "그런 분의 글씨를 떼어내고, 일제 아래서 창씨개명을 두 번이나(오카모노 미노루, 다카키 마사오) 한 친일파의 글을 버젓이 걸어놓는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사전에 만장 끝에 달린 낫을 준비해 행사중 현판을 떼어낼 계획이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현판제거에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간에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경찰은 낫을 달고 있는 만장의 깃대를 부러뜨리고, 한국민족청년회 소속 회원 2명을 강제 연행했다.

'현판 철거'가 무산되자 참가자들은 준비한 계란을 현판에 던져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도 경찰이 계란담긴 가방을 뺏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실랑이가 벌어졌다.

▲ 현판제거 시도 과정에서 한 참가자가 경찰에 사지가 들린 채 끌려가고 있다. 이 참가자는 곧 풀려났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한편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지난 97년부터 '삼일문 현판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에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자격으로 국정집행의 차원에서 쓴 것이므로, 이제 와서 개인적인 과거경력을 이유로 교체하는 것보다는 현 상태로 존치하는 것이 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연대는 일단 오는 11월말까지 '삼일문 현판'을 자진철거 하도록 서울시에 요구한 상태다. 이들은 이날 집회를 마치며 "만약 11월말까지 현판이 철거되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현판을 철거하겠다"는 최후통첩을 서울시에 던졌다.

▲ 시위대가 삼일문에 계란을 투척하자 경찰이 방패로 삼일문을 보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 계란맞은 삼일문. 1967년 12월 박정희가 써준 이 현판이 비집고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는 독립운동가 김충현 선생의 친필 현판이 걸려 있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다음은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국민연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8.15 민족해방과 더불어 친일파 민족반역자 군상들을 하나도 응징, 청산하지 못하고 부끄러운 반세기를 맞은 오늘 우리는 아직도 친일반역 도배들과 그 후예들이 호탕한 생활과 그 잔재를 보면서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3.1운동의 발상지이며 민족정기의 전당인 이곳 탑골공원은 우리 민족이 세계만방에 민족자주독립을 선포한 겨레의 성지이다. 그러나 지금은 3.1문 현판에 우리 독립군을 학살한 일본군 장교인 반역자 박정희의 현판이 그대로 걸려있어 민족혼을 짓밟고 있다.

박정희가 피살된 지 22년이 지났고 5.16 쿠데타가 반란이란 것도 국민과 역사의 심판으로 규정된 이상 진작 철거되었어야 당연하였다. 아직도 일본군 장교의 현판이 3.1문에 그대로 걸려있다는 것은 이 당이 아직도 친일파 천국임을 웅변으로 입증해주는 증표이다. 여러 애국단체에서 오랫동안 서울시 당국등에 박정희 현판 철거를 진정, 탄원하고 단식투쟁도 하였으나 관계당국은 지금껏 불응하고 있다. 그것은 역대정권이 친일정권이었고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앞장서고 있는 김대중 정권의 반역적인 행위와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애국선열들의 영령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진이 되고 어린 후배들이 불신하는 선배가 되지 않기 위하여 애국투혼으로 반역의 역사를 청산하는데 3.1정신을 발휘하여 우리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싸울 것이다.

2001년 10월 26일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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