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한 장면

지슬 한 장면 ⓒ 자파리필름


<지슬>은 '제주 4·3 항쟁'의 아픔을 다룬 영화로 개봉 2주 만에 제주 극장 2개관에서 관객 1만명을 돌파해 21일부터는 '뭍'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지슬>은 1948년 11월 주민들을 폭도로 몰아 사살하라는 미 군정 소개령이 떨어진 뒤 제주 큰넓궤 동굴에 숨은 주민들 실화를 그린 영화다. 

1만명이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지난해 제주 영화관객이 166만명(전국대비 0.9%)인데 비하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제주에 상영관이 2개뿐(CGV제주, 서귀포롯데시네마)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지난 1∼13일까지 CGV제주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은 8415명. 10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7번방의 선물>(2270명)의 약 4배였다(<동아일보> 영화 '지슬'이 심상찮다 참고).

그만큼 4·3 항쟁은 제주도민들에게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특히 <지슬>은 세계 최고 독립영화제인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당시 영화제는 수상 이유로 "깊이 있는 서사와 더불어 시적인 이미지까지 '지슬'은 우리 모두를 강렬하게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슬>이 달갑지 않은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만약 남로당 김달삼이 원하는대로 남한만의 선거가 미뤄러져서 정부 수립이 안 되었다면 6·25로 대한민국은 망했을 것입니다. 4·3사태의 시작은 제주도 남로당 유격대가 군경, 공무원 가족을 학살하는 데에서 시작됨을 알아야 합니다"

한 누리꾼이 포털 네이버 영화 평점 코너 <지슬>에 대해 평점 1점을 주면서 올린 글이다. 그런데 평점 1점을 준 이들은 적잖다. 15일 오전 현재 네이버 영화 코너에서 <지슬>이 받은 평점은 6.85점이다. 이는 포털 다음 영화 평점 코너에서 <지슬>이 받은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두고 있다. 다음은 9.4점이다.

 네이버 영화 <지슬>평점은 6.85점이다

네이버 영화 <지슬>평점은 6.85점이다 ⓒ 네이버


 다음 영화 <지슬> 평점은 9.4점이다.

다음 영화 <지슬> 평점은 9.4점이다. ⓒ 다음


두 포털 영화 코너 평점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지난 9일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사이트에 한 회원이 영화 <지슬>에 대해 비난하면서 포털 네이버의 영화 평점 코너를 링크해 놓고 "별점 폭탄이나 날려줘라"고 한 뒤 1~10점까지 매길 수 있는 별점 점수에 최하위 점수인 1점을 주는 모습이 계속되면서 시작됐다. 평점 1점을 준 댓글을 보면, 영화 자체에 대한 평보다는 '색깔론'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네이버 누리꾼들은 준 지슬 평점

네이버 누리꾼들은 준 지슬 평점 ⓒ 네이버


"안 봐도 비디오 선동영화로 밖에 안 보인다"(ehd6****), "좌익시각 영화. 영화로 남로당 빨갱이들 면죄부 준다고 수고 많다."(woor****), "기억하라. 화려한 휴가도 결국 역사왜곡, 감성팔이 선동 영화였다!"(suns****), "그림이 예쁘다고 좋은 영화가 아니다. 거짓으로 선동하지 마라."(bacc****)

물론 kara****처럼 "슬픈 우리의 과거와 오늘, 그래서 슬프지 않은 미래는 우리의 과제"라는 평을 내린 이들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줄 우려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다음 누리꾼들 평점은 사뭇 다르다.

'정의의 이*****''는 "서울 광진구에도 개봉관 늘려주세요!!! 꼭 보고싶네요. 세계 어느나라보다도 역사적 상처가 많은 나라인데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역사 청산이 되지 못하고 있는 나라. 킬링타임용영화, 깡패영화보다 이런 영화가 판을 치고 이런 영화가 흥행을 할 때 대한민국의 역사와 사회가 발전합니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죠"라를 평으로 베스트에 뽑혔다.

 다음 누리꾼이 평점을 주면서 올린 글들

다음 누리꾼이 평점을 주면서 올린 글들 ⓒ 다음


그리고 "아이들 역사공부는 더 강화해야 돼다", "3월 20일 상영하는 감독과의 대화 두 장 예매해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다. 개봉하면 또 예매해서 선물을 할 것이다. 10만 관객 동원하는 그날까지!!!!!!!"라고 했다. 자신을 제주 사람이라고 말한 '아스**'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제주인으로서 첫 개봉때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특히 빨갱이가 뭐하는 것지도 모르면서 토벌군에게 죽어가는 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이념이 과연 중요한 것이가를 깨달게 합니다. 요즘 극우적인 단체에서 이 영화의 평점 테러를 한다는데 철없는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평점 1점을 주면서까지 <지슬>에 대한 융단폭격은 어쩌면 수구세력이 4·3항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그만큼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제주4·3특별법>에 의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망자만 14000여 명(진압군에 의한 희생 10955명, 무장대에 의한 희생자 1764명 및 기타)에 달한다. (진압작전 중 사망한 군인은 180여 명, 사망 경찰관은 140여 명이다) 전체 희생자 가운데 여성이 21.1%,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5.6%, 61세 이상의 노인이 6.2%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슬>은 제주만 아니라 뭍에서도 많은 이들이 봐야 한다. 제주 영화관객수가 우라나라 전체 영화관객 1% 내외다. 제주에서 1만명을 봤다면 뭍에서는 제주발 봄바람으로 최소한 100만명은 봐야 한다. 아니 2009년 <워낭소리> 관객 300만명을 훌쩍 넘기기를 바란다. 일베들 평점 1점 달기에 대한 멋진 한방이 될 것이다.

지슬 일베 제주 4.3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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