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의 우승 소식이 실린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fifaworldcup.yahoo.com)
ⓒ 국제축구연맹
호나우디뉴, 카카 등 브라질 선수들의 빠르고 수준 높은 패스 타이밍과 눈부신 드리블 실력이 아르헨티나를 압도한 경기였다. 그들을 '챔피언'이라 부르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우리 시각으로 30일 이른 새벽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발트 스타디온에서 벌어진 2005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 결승전은 남미의 맞수가 대결했지만 뜻밖의 큰 점수차로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를 이겼다. 브라질의 골잡이 아드리아누는 홈팀 독일과의 준결승전에 이어 혼자서 두 골이나 터뜨리는 활약을 펼치며 팀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아드리아누, 원톱이면 충분하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브라질 출신 두 선수(호나우두, 카를로스)가 빠진 브라질 대표팀의 모습을 보고 그 실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 몇 선수가 빠졌다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빈틈을 비집고 나온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 맘껏 제 기량을 자랑했다.

▲ FW 아드리아누
ⓒ 국제축구연맹
특히, 아드리아누(인테르 밀란)는 대선배 호나우두가 옆에 없었지만 혼자서도 아르헨티나의 수비수들 사이에서 맘껏 제 기량을 발휘하며 두 골이나 터뜨렸다.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위력적인 왼발 슈팅은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아드리아누는 경기 시작 11분만에 오른쪽에서 시치뉴의 연결을 받아 놀라운 동작으로 멋진 선취골을 터뜨렸다. 달라붙는 아르헨티나의 거친 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따돌리는 동작도 일품이었지만 곧바로 터진 왼발 골 장면은 정말 위력적인 것이었다. 큰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느낌이 모두 발등에 실린 것처럼 보였다. 아르헨티나 문지기 룩스가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또 63분, 브라질의 네 번째 골을 이마로 마무리했다. 오른쪽 미드필더 시치뉴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도 훌륭했지만 자네티, 에인세, 콜로치니 등 아르헨티나 수비숲 사이에서 자리를 잡고 솟구친 아드리아누의 동작은 매우 빠르고 정확했다. 이듬해 같은 곳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무대를 미리 다져놓는 듯 아드리아누에게는 그라운드가 좁아 보였다.

'10/11', 네 선수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기록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주요 경기는 경기가 끝나고 나면 기록지 모양으로 된 경기 보고서가 발표된다. 당당히 우승컵을 치켜든 브라질의 기록 중에는 정말 보기 드문 숫자가 눈에 띄었다. '10/11'이 바로 그것. 브라질의 공격을 이끌었던 네 명의 선수들(아드리아누, 호비뉴, 호나우디뉴, 카카)이 기록한 '유효슈팅 숫자/슈팅 숫자'였다. 한 마디로 이들의 발끝에서 터진 슈팅 중 단 한 개만 골문을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이 경기 결과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바로 이 숫자가 말해주는 것이었다.

▲ MF 카카
ⓒ 국제축구연맹
아드리아누의 위력적인 선취골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브라질 선수들은 한층 안정된 볼 컨트롤 실력을 자랑하며 남미의 맞수를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16분, 호비뉴의 전진 패스를 받은 히카르두 카카(AC 밀란)는 자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완벽한 골을 터뜨렸다.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 베르나르디가 따라붙으며 끈질기게 막아보려고 했지만 카카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오른발 감아차기를 정확하게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아드리아누의 선취골이 '강함'을 상징한다면 카카의 두 번째 골이자 이 결승전의 결승골이 된 이 슈팅은 '아름다움'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표현 말고도 4만5천명이 넘는 관중들의 가슴 속에 '경이로움'이나 '부드러움'으로 다가갔으리라.

2:0으로 앞선 상태에서 후반전을 맞이한 브라질 선수들은 리켈메, 델가도, 베르나르디 등 아르헨티나의 미드필더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호나우디뉴와 카카를 중심에 두고 양쪽에서 시치뉴와 호비뉴가 흔들어주는 모습은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브라질식 축구'를 보여주었다. 드리블과 패스를 유연하고 조화롭게 엮어내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파레이라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날 틈이 없었다.

47분, 시치뉴의 오른쪽 크로스를 받은 호나우디뉴는 무너지고 있는 아르헨티나에 그야말로 쐐기를 박았다. 페널티지역 밖에서 어슬렁거리던 호나우디뉴(FC 바르셀로나)는 오른쪽에서 날아온 시치뉴(상 파울루)의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슈팅으로 상대 문지기 룩스의 가랑이 사이를 꿰뚫었다.

자존심이 상한 남미의 맞수 아르헨티나는 미드필더 캄비아소를 빼고 공격수 아이마르를 들여보내며 안간힘을 썼지만 호케 주니오르와 루시우가 버티고 있는 브라질 수비벽을 좀처럼 허물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온 에메르손과 제 호베르투의 노련한 그물망도 아르헨티나가 헤쳐가기에는 너무 촘촘해 보였다.

아드리아누에게 네 번째 골까지 내준 뒤 아르헨티나의 교체 멤버 아이마르는 델가도의 오른쪽 크로스를 몸을 날리며 이마로 받아 넣어 무득점 패배의 수모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그 실력차를 좁히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골잡이 피게로아가 몸이 무거워 보였고 경기 끝무렵 연거푸 터진 소린과 테베즈의 슈팅이 브라질 문지기 디다에게 모두 걸리고 말았다.

한편, 결승전에 앞서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3, 4위전에서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홈팀 독일이 미하헬 발락의 결승골에 힘입어 멕시코를 4:3으로 물리쳤다.

덧붙이는 글 | ※ 2005 컨페더레이션스컵 마지막 날 경기 결과

★ 결승전 - 브라질 4 : 1 아르헨티나 
[득점 : 아드리아누2골, 카카, 호나우디뉴 / 아이마르] (관중 : 45,591명)
◎ 브라질 선수들
공격수 - 아드리아누
공격형 미드필더 - 호비뉴(90분, 주닝유), 카카(86분, 헤나투), 호나우디뉴
미드필더 - 에메르손, 제 호베르투, 시치뉴(86분, 마이콘)
수비수 - 질베르투, 루시우, 호케 주니오르
문지기 - 디다

◎ 아르헨티나 선수들
공격수 - 피게로아(72분, 테베즈)
공격형 미드필더 - 델가도(81분, 갈레티), 리켈메
미드필더 - 소린, 베르나르디, 캄비아소(57분, 아이마르)
수비수 - 자네티, 에인세, 플라센테, 콜로치니
문지기 - 룩스

★ 3, 4위전 - 독일 4 : 3 멕시코
[득점 : 포돌스키,슈바인스타이거,후트,발락 / 폰세카,보르헤티2골] (관중 : 43,335명)

2005-06-30 08:17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5 컨페더레이션스컵 마지막 날 경기 결과

★ 결승전 - 브라질 4 : 1 아르헨티나 
[득점 : 아드리아누2골, 카카, 호나우디뉴 / 아이마르] (관중 : 45,591명)
◎ 브라질 선수들
공격수 - 아드리아누
공격형 미드필더 - 호비뉴(90분, 주닝유), 카카(86분, 헤나투), 호나우디뉴
미드필더 - 에메르손, 제 호베르투, 시치뉴(86분, 마이콘)
수비수 - 질베르투, 루시우, 호케 주니오르
문지기 - 디다

◎ 아르헨티나 선수들
공격수 - 피게로아(72분, 테베즈)
공격형 미드필더 - 델가도(81분, 갈레티), 리켈메
미드필더 - 소린, 베르나르디, 캄비아소(57분, 아이마르)
수비수 - 자네티, 에인세, 플라센테, 콜로치니
문지기 - 룩스

★ 3, 4위전 - 독일 4 : 3 멕시코
[득점 : 포돌스키,슈바인스타이거,후트,발락 / 폰세카,보르헤티2골] (관중 : 43,33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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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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