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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 대선유권자연대는 28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불법선거운동 감시 및 회계장부 실사를 담당할 대선자금 시민모니터단 발대식을 갖고 향후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대선후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대파라치'가 뜬다.

'대파라치'는 2002대선 유권자연대(이하 유권자연대 www.ivote.or.kr)에서 운영하는 '대선자금 시민모니터단'의 속칭. '대선후보 파파라치'라는 표현을 줄여쓴 용어다.

앞으로 남은 대선 레이스는 불과 20여일. 대파라치들은 각 후보들이 참석하는 정당연설회나 대형 행사장에서 후보들의 주머니돈이 어떻게 지출되는 지, 혹시 동원된 행사는 아닌지, 행사 비용은 누가 어떻게 지불하는 지 등을 면밀히 체크할 예정이다. 만약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그간 선거관리위원회의 '형식적인 감사'보다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이 후보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감에 따라 11월 28일 오전 10시 30분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리는 발대식을 시점으로 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대파라치 현장실사 보고서'와 회계장부 비교 검토

유권자연대는 대파라치의 보고를 토대로 후보 쪽에서 넘겨받은 회계장부를 실사하고, 실제 후보 쪽이 지출한 내역과 회계장부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유권자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전단계로 유권자연대는 이미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후보 등으로부터 회계장부 실사에 대한 약속을 받아낸 상태다. '현장과 장부'를 교차비교해 불법 선거자금의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각오다.

대파라치의 단장은 옷로비 의혹사건 특별검사로 활동한 최병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이밖에도 공인회계사, 변호사, 교수, 시민운동가 등 40여명의 전문가 집단과 광역별로 조직된 현장실사단이 대파라치의 주요 구성원이다.

이들의 대선 후보 선거자금 감시 활동은 전국에 퍼져 있는 현장실사단이 대선 후보를 따라다니면서 시작된다. 현장실사단은 '후보가 참석한 행사장에 몇 명의 사람들이 모였는지, 행사장에 어떤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는지, 선거운동원에게는 얼마의 보수가 지급이 됐는지'와 같이 후보의 선거자금 지출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파악해 유권자연대에 보고할 예정이다.

유권자연대는 현장 실사단의 보고를 토대로 후보 쪽에서 넘겨받은 회계장부와 증빙서류 일체를 전문가들과 함께 실사를 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현장 실사단이 현지에서 후보 쪽에서 지출한 내역을 확인했는데 회계장부에는 이 내용이 누락됐는지, 제출된 증빙서류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담당 업체에 방문을 했는데 증빙서류가 거짓으로 드러났는지'에 중점을 두고 검증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선자금 시민모니터단의 이같은 활동이 얼마나 결실을 거둘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계좌추적권과 조사권이 부여돼 있지 않은 시민단체가 차명 계좌나 이중장부를 이용해 선거자금으로 수조원을 쓰고도 법정선거비용을 준수하는 정부에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법정선거비용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서 후보자들은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현금 지출을 하지 않고 대부분 외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영수증이나 증빙서류 등이 별로 없을 것이다"며 "시민단체가 선거자금 검증 문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 노무현, 이회창, 권영길 대선 후보가 각각 대선유권자연대와 '선거자금 공개' 협약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이버참여연대
윤종훈 회계사도 "후보 쪽에서 선거운동원에게 비용을 가지급금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회계장부상에는 이 부분이 기재되지 않아 유권자연대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서 "유권자연대는 후보쪽에 '회계장부 제출시 가지급금 항목을 새로 추가하고 가지급금 수령자가 누구인지 명단을 작성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지적을 바탕으로 유권자연대는 각 후보 쪽에 선거자금 공개 시 유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추가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유권자연대는 회계장부 작성과 관련해 후보자 쪽에 "후보자들은 단순히 지출 총액을 기재한 회계장부를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일별, 건별로 현금 출금 사항을 기재한 현금출납부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현금이 지출돼야 회계장부에 기록하는 현금주의 원칙이 아니라 현금 입출금이 없더라도 법리상 채권채무가 확정되면 거래를 기록하는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회계장부를 작성할 것"을 주문했다.

가지급금에 대해서는 "일백만원 이상의 가지급금을 수령할 수 있는 사람을 별도로 지정해 명단을 유권자연대 쪽에 통보하고 내용과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돈이 지출될 경우에는 가지급금 항목으로 처리한 뒤 3일 이내 정산해줄 것"을 요청했다.

후보들의 정직한 회계보고서 작성이 관건

▲ 전국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선유권자연대는 모든 대선후보들과 '선거자금 공개' 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향후 본격적인 실사활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후보자들은 유권자연대의 구체적인 추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경우 선거운동을 하면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유권자연대는 추가로 정당에 요구한 사항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을 살펴서 '어느 후보가 돈 안드는 선거를 진정 원하는지'를 판단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유권자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대선 후보들이 유권자연대와 선거자금 공개 협약식을 맺으면서 '선거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유권자연대의 추가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만약 세 후보 가운데 유권자연대의 추가 요구사항을 거절하는 후보가 나온다면 그 후보는 깨끗한 선거를 치를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 점을 유권자들에게 널리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연대는 이후 오는 12월 4일, 11일, 17일 3차례에 걸쳐 실사를 할 계획이다. 3차례 실사를 종합한 결과는 선거를 바로 하루 앞둔 12월 18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후보들이 돈으로 유권자를 현혹 못하게 할 것"
인터뷰-최병모 대선자금시민모니터 단장

▲ 최병모 대선자금시민모니터단장
ⓒ오마이뉴스 남소연
20여일 동안 후보자들을 줄기차게 쫒아다닐 대선자금시민모니터단의 '대장'은 최병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이다. 그는 옷로비 의혹 특별검사를 맡기도 했었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 선거자금 감시운동을 책임지게 될 최 변호사로부터 전반적인 활동 방향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유권자연대가 크게 후보 정책검증과 돈선거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하고 있는데, 대선자금 감시 운동의 의의는.
"이번 대선감시시민모니터단의 발족은 4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선유권자연대 결성 목적의 하나이기도 하다. 돈으로 유권자의 표심이 좌우됐던 지난 대선을 극복해 보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대선자금 감시 운동은 결국 이번 선거를 정책 선거로 이끌어갈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동인이 될 것으로 본다. 시민단체가 대선에서 돈이 오가는 것을 감시한다면 유권자들은 결국 정책을 보고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고, 유권자들이 정책을 보고 대통령을 뽑게 된다면 돈은 자연스럽게 선거판에서 없어지게 될 것이다."

-대선 자금 감시운동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시민단체가 대선 자금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400여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곳곳에서 대선 후보를 지키고 있고, 전문가가 이 결과를 바탕으로 회계장부를 비교 실사하면 적어도 후보자들이 돈으로 유권자를 유혹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선거가 끝난 후 20일 동안에 회계장부 정산이 이뤄졌기 때문에 회계장부를 조작할 수 있었는데, 시민단체가 선거기간 중에 매일 지출내역을 공개하게 되면, 나중에 회계정산을 짜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대선자금 감시 운동을 하면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실제 지금까지 정당이 선거기간 동안 지출한 돈을 차명계좌나 이중장부를 통해서 해 왔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적극적으로 은폐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감시가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법적 선거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모든 내역을 실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샘플링 조사를 하면 선거자금 공개에 대한 후보의 성실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실사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선거자금을 은폐하는 후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가.
"일단 오는 12월 17일이나 18일에 3차례 걸쳐 진행된 실사 결과를 유권자에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사 중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면 최종 결과 발표 전에도 이 사실을 공개해 후보자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할 것이다.

이 결과를 유권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후보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거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후보들이 유권자연대와 선거자금 협약식을 할 때 회계장부 실사 결과 공개에 동의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후보자들이 회계장부 실사에 대해 협약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그만큼 국민의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해졌다고 본다. 예전에는 고무신과 막걸리 때문에 후보자를 선택하곤 했는데, 정치의식이 발전해서 후보자 선택 기준이 정책으로 바뀌었다. 또한 시민사회운동이 성숙해졌다."
/ 임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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