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세계그랑프리 피겨 대회'에서 연습도중 통증이 큰 왼쪽 허리를 잡고 있는 김연아 선수. 박분선 코치가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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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 선수가 연습도중 허리를 부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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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 선수는 자신이 뛰어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네 스포츠인들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하는데 익숙하고 주변에서도 그런 '투혼'을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열린 '세계 그랑프리 피겨 대회'에서 나온 김연아 선수의 '테이프 투혼' 역시 해외 언론들의 우려를 산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언론과 누리꾼들은 칭찬하기에 바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는 우승을 거두었지만 경기 전부터 등 전체에 테이핑을 하는 등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캐나다 CBC와 미국의 ESPN에서는 경기 전후로 김 선수의 상태와 치료에 관해 걱정하는 질문을 많이 했고 필자에게 팀 주치의와의 인터뷰를 통역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아직 신체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어린 선수가 무리할경우 선수생명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현직 스케이터들이였던 그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김연아 선수는 "테이핑을 하면 점프하고 다리를 들때 덜 아프다"고 말했지만 본인이 상태의 심각성을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박지성 선수가 발목 수술 이후로 한동안 쉬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선수 역시 수술 전에 고통을 참아가며 경기를 치르다 큰 수술을 받아야했고 회복하는데만 몇 개월이 걸렸다. 의욕있고 앞날이 창창한 선수의 출전을 포기하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면 선수를 설득해야 한다. 또 주변에서 선수가 훈련과 회복에만 신경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 선수는 귀국 직후 기자회견, 인터뷰, 광고에 출연해야만 했다. 오전에 짬을 내어 훈련하고 오후에는 시상식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일정을 소화했던 것이다. 게다가 국제 피겨대회 우승했다고 국회의원들이 상을 주겠다고 나선 것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절대 안정을 취해야할 선수의 행사 참석을 말려야할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의 인기에 편승하려 이런 행사에 초청함으로써 선수에 대한 배려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김연아는 '철인'이 아니다 @BRI@김연아 선수는 새해 들어서도 쉬지를 못하고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중국 장춘에서 열리는 동계 아시아 대회 참가를 위해 지난 2일부터 태릉 선수촌에서 훈련을 했다고 한다. 철인이 아닌 이상 허리 통증이 완화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어린 선수일수록 선수의 미래를 위하여 큰 경기를 치룬 이후 부상이 있다면 반드시 적당한 '회복기'를 거쳐야 한다. 크고 작은 국제 대회에 참가하여 호성적을 거두어야 세계 랭킹이 올라가기 때문에 김연아 선수 본인으로서는 반드시 여러 대회에 참가해 그랑프리 대회 우승의 기세를 이어가고 싶은 욕심이 컸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리통증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는 1월엔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미 몇 달간 쌓인 피로와 통증은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을만큼 악화된 실정이기에 허리 통증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그를 괴롭힐지 모른다. 주치의가 이를 분명하게 설명해 선수 본인을 설득시키고 연맹차원에서도 불필요한 일정은 과감히 줄여 선수 보호를 최우선시 해야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 당시 중계권이 없었던 국내 모 방송사는 도핑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김연아 선수를 억지로 인터뷰하려다 이를 저지하던 필자와 고성을 주고 받은 적이 있었다. 예의가 바른 김 선수는 해당 방송사 피디가 40대의 '어른'이고 언론이라는 이유로 질문 몇개만 답하고 가라는 그들의 청을 무시하지 못했다. 결국 주최측으로부터 '실격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필자가 김 선수를 밀어내듯이 취재진들로부터 떼어내 도핑테스트 장소로 데려가야만 했다. 이에 대해 촬영을 방해한다며 항의하던 그들도 도핑테스트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실수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이건 국회의원들이건 선수 배려보다는 자신들 목적만 우선시 되는 국내상황에서는 유망한 선수라도 경기에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선보이기가 어렵다. 경기 외적인 요소에 신경을 쓰고 에너지 소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선수 보호와 배려가 우선시 되는 의식 고양과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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