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사 산티는 오늘도 어김없이 일하는 중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승객을 내려주고 아내와 침울하게 통화를 마쳤다. 상념에 잠긴 찰나 공항 안에서 연달아 두 번 폭발음이 들린다. 산티는 도망가지 않고 아비규환을 헤치며 주위를 둘러보곤 많이 다친 듯한 한 사람을 태워 병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가 다짜고짜 총을 들이대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산티가 태워준 젊은 아랍 남성은 자살 폭탄 테러범이었다. 성공한 다른 두 테러범과 달리 실패해서 살아남았고 산티가 태워서 어디론가 향하게 된 것이다. 테러범은 폭탄 조끼를 해체해 강에 던져 버리고 산티를 살려둔 뒤 자수하러 간다. 하지만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나는데. 

크게 부상당한 테러범과 함께 산티는 누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데, 마침 누군가의 차량이 멈춘다. 그런데 건장한 남성이 내리더니 테러범을 죽이고 산티를 기절시키는 게 아닌가. 시간이 지나 일어나 보니 산티는 폭탄 조끼를 입고 있다.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더니 계속 움직이지 않으면 폭탄이 터진다고 한다. 산티는 마드리드 시내를 활보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자살 폭탄 테러에 대하여
 
 영화 <올 더 네임즈 오브 갓> 스틸 이미지.

영화 <올 더 네임즈 오브 갓> 스틸 이미지. ⓒ (주)이놀미디어

 
스페인에선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2006년 마드리드 공항 폭탄 테러, 2009년 마르요카 테러, 2017년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등이 연달아 일어났다. 이슬람 과격주의자, 바스크 분리주의 조직이 일으켰는데(일으켰다고 주장했는데) 참으로 평화와는 거리가 먼 유럽이다. 2020년대에도 전 세계에서 테러는 계속되고 있다.

영화 <올 더 네임즈 오브 갓>은 비록 실화에서 가져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실성이 없지 않다. 우연히 자살 폭탄 테러 사건에 휘말린 택시 기사가 원격 폭탄 조끼를 두른 채 시내를 활보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영화 속 자살 폭탄 테러에 실패해 산티의 택시를 타게 된 테러범은 20살 남짓한 모로코 출신 청년이다. 그들의 배후에는 장년의 아랍인이 있다. 그 청년을 보고 있자니, 지난 2017년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뉴스가 떠오른다. 스페인에 숨어든 어느 이슬람 급진파가 어린 모로코인들을 세뇌시켜 '알라가 아니면 죽음'을 외치며 자살 테러에 이르게 한 사건 말이다. 

세뇌, 혐오, 충동으로 이어지는 연쇄 고리를 누가 끊어낼 수 있을까. 반면 영화에서 산티의 행동이 눈에 띈다. 어찌 그리 인간적일 수 있을까.

스릴러로서의 재미보다 인류애적 드라마
 
 영화 <올 더 네임즈 오브 갓> 스틸 이미지.

영화 <올 더 네임즈 오브 갓> 스틸 이미지. ⓒ (주)이놀미디어

 
이 영화는 자살 폭탄 테러 사건과 연관된 스릴러다. 폭탄 조끼를 품은 채 마드리드 시내를 활보하고 다닐 수밖에 없을 만큼 스케일도 크다. 그런 한편 드라마 장르로서도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

테러범의 가족, 산티의 가족, 산티와 테러범, 산티와 시민경비대 등을 따로 또 같이 적절하게 보여준다. 피해자 산티뿐만 아니라 가해자(테러에 실패하긴 했다)이지만 피해자이기도 한 테러범에게도 서사를 부여하려 한 것이다.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기대보다 조금 덜했다. 사건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면 블록버스터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을 듯싶다. 충분히 그럴 만한 소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감독은 드라마 요소를 사건만큼 중요하게 다뤘다.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의 영화보다는 몇 시간에 육박하는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생긴다.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면서 또 사건이 종결된 후 산티가 보여준 인류애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하겠다. 무차별 테러에 대응하는 거시적 방식을 한 개인의 미시적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리라. 지금 이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그와 같지 않겠나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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