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9월 30일 저녁 항저우 스포츠 파크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서 은메달을 딴 (왼쪽부터)이재경과 우하람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9월 30일 저녁 항저우 스포츠 파크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서 은메달을 딴 (왼쪽부터)이재경과 우하람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다이빙 경기가 열린 첫 날부터 메달의 낭보가 찾아왔다. 남자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서 우하람과 이재경이 은메달을 합작하며 다이빙 천하의 서막을 알린 것.

9월 30일 저녁 항저우 스포츠 파크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서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과 이재경(광주광역시체육회)이 은메달을 따냈다. 우하람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메달이자 아시안게임 통산 9번째 메달을, 이재경은 생애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품에 안았다.

나이는 한 살 차이지만 누구보다도 절친한 두 선수다웠다. 우하람 선수는 "재경이와 첫 아시안게임 동반 출전이라 무조건 메달을 따고 싶었다"며 말했고, 이재경 선수 역시 "소속은 다르지만 어릴 때부터 한 팀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생애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하람이 형이랑 함께 따서 좋다."며 기뻐했다.

4차 시기 선전이 메달 색깔 확정하다

이재경과 우하람은 '찰떡 호흡'으로 여섯 번의 시기를 실수 없이 마쳤다. 첫 시기와 두 번째 시기는 '워밍업'이었다. 1차 시기에서는 뒤돌아 뛴 뒤 양다리를 쭉 편 채 상체를 굽혀 두 팔로 다리를 잡고 입수하는 401B 자세를, 2차 시기에서는 역시 401B와 난도 2.0의 201B 자세를 취해 큰 무리 없이 성공했다.

본격적으로 난도가 높은 동작에 돌입한 두 선수는 앞으로 서서 뛰어오른 뒤 세 바퀴 반을 도는 107B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72.54점을 받았다. 앞선 1·2차 시기와 합쳐 173.34점을 받은 선수들은 이 때부터 2위를 마크하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4차 시기에는 선수들이 시기별 분류에서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앞으로 두 바퀴 반 회전한 뒤 몸을 두 바퀴 비트는 트위스트 연기인 5154B(난도 3.4) 동작을 수행했는데, 이동작은 '대성공'을 거뒀다. 선수들은 칼날 같은 각으로 도약해 수면까지 연기를 펼쳤고, 점수 역시 79.58점을 차지해 '메달권 굳히기'에 들어갔다.

5차 시기에서는 앞으로 뛰어 뒤로 돈 뒤 다리를 굽혀 몸에 붙여 세 바퀴 반을 도는 자세인 307C(난도 3.5)를 수행했는데, 싱크로 외에 큰 실수가 없어 순위를 유지하기에는 충분했다. 6차 시기에서 난도 3.0의 비교적 쉬운 동작으로 마무리, 총점 393.00점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이날 경기에서는 뜻밖에도 중국의 실수가 눈에 띄었다. 중국이 얀쓰위와 허차오 조는 이날 경기에서 422.55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땄는데, 은메달을 딴 한국과의 점수 차이는 30점 남짓에 그쳤다. 중국은 평소 50~60점 차 이상의 압도적인 점수 차이를 내곤 했지만, 4차 시기에서의 실수가 나오며 한국의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3m 싱크로에 앞서 출전했던 10m 플랫폼 싱크로에 출전한 문나윤과 조은비는 동작 수행 과정에서의 실수 탓에 말레이시아에 3점 남짓 차이 밀린 4위를 기록했다. 두 선수는 메달을 아쉽게 놓친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첫 아시안게임, 긴장해서 환호도 겨우 들었어요"
 
 9월 30일 저녁 항저우 스포츠 파크 수영장에서 열린?남자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서 우하람(왼쪽)과 이재경(오른쪽)이 뒤돌아 서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9월 30일 저녁 항저우 스포츠 파크 수영장에서 열린?남자 싱크로 3m 스프링보드에서 우하람(왼쪽)과 이재경(오른쪽)이 뒤돌아 서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박장식

 
경기가 끝난 직후 만난 우하람 선수는 '여전한 포커페이스'를 보이고 있었다. 우하람은 "허리 부상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후쿠오카 때도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재활하고 기량이 오르면서 다시 올라갈 일만 남은 것 같다."며, "특히 재경이와 첫 아시안게임이니, 무조건 같이 메달 따고 싶었다."며 메달 소감을 전했다.

첫 아시안게임 메달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던 이재경 선수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하람이 형이랑 같이 딴 것이 기쁘다. 정말 어릴 때부터 한 팀인 것처럼 같이 다이빙을 했다"며, "같은 팀으로 싱크로 경기에 나서는 것이 목표였는데 오늘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메달까지 따니 더 좋았다."며 웃었다.

2차 시기 '0점'이었던 일본과의 점수 차이가 끝으로 갈수록 벌어졌던 것에 대해서 우하람 선수는 "큰 전략은 없었다. 5차 시기에서 최고 난이도를 시도했는데, 변수가 컸음에도 큰 실수 없이 잘 했기에 점수 차이를 벌렸다. 그래서 6차 시기 때 부담 없고, 긴장도 풀리는 기술을 써서 '굳히기'라는 느낌을 줬다."고 답했다.

이재경 선수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선수단에 포함이 되었지만 실제 경기는 뛰지 못했다. "후보 선수였던 탓에 형들이 부상 입거나 하면 대신 뛰는 것이 그 때 내 역할이었다"면서, "그 때는 관중들 환호를 받으면서 뛰어들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수영장도 좋고 경기장도 커서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선수'로 뛰는 첫 아시안게임에 대한 감상은 어떨까. "살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한 것 같다"는 이재경 선수는 "사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응원 소리가 큰 지도 안 들렸다. 마지막 시기 끝나고 나서야 관중들 소리가 들렸는데, 그 때 되어서야 '아,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구나'가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우하람 선수도 "중국이 다이빙 강국이기 때문에 다이빙 대회 개최와 같은 면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다이빙은 심판의 개입이 없는 종목이다 보니 큰 우려도 없고, 선수촌도 음식이나, 여러 면에서 부족함 없이 쉬어서 좋은 것 같다"며 항저우에 대한 인상을 남겼다.

우하람은 2일 1m 싱크로보드 개인전에 나선다. "하루 푹 쉬면서 늘 그렇듯 준비하려 한다"는 우하람은 "다이빙이라는 종목 자체가 다른 종목에 비해 변수가 크다. '강국' 중국 선수도 예선 탈락 할 수 있는 종목이 다이빙"이라며, "오늘 경기가 그래서 다이빙이 어려운 종목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니겠냐"며 변수에도 대비했다.

이재경 선수는 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아내도 다이빙 선수 출신이긴 하지만, 고충을 알기에 더욱 미안할 수밖에 없다. 이재경은 "그럼에도 아내가 운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 와이프 위해서라도 더욱 메달 욕심을 내려고 한다. 매일 경기는 힘들지만, 편하게, 하지만 욕심 갖고 경기하겠다."라고 각오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이재경 우하람 다이빙 항저우 아시안게임 다이빙 국가대표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