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한국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웨일스와의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 손흥민 한국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웨일스와의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공격에서의 날카로움도 창의성도 찾아볼 수 없었던 졸전이었다. 5년 만에 유럽 원정에 나선 한국 축구 대표팀이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5경기 연속 무승을 이어갔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FIFA 랭킹 28위)은 8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FIFA 랭킹 35위)와 친선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답답했던 공격 전술, 무의미한 점유율 우위
 
클린스만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규성과 손흥민을 투톱에 놓고, 중원에는 이재성, 황인범, 박용우, 홍현석을 포진했다. 포백 수비진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로 구성했으며,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웨일스는 5명을 수비에 두고 브래넌 존슨을 전방에 내세우는 5-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경기 초반 한국은 웨일스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하며 상대 진영으로 쉽게 나아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점유율도 대부분 후방 지역에서만 확보되는 상황이었다.
 
전반 13분 브로드헤드의 전진패스를 받은 윌슨이 박스 안으로 쇄도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슈팅을 커버하던 설영우가 태클로 저지했고, 김승규 골키퍼가 각도를 줄이고 나오며 선방했다.
 
공격의 실마리를 푸는데 어려움을 겪자 15분을 넘어서며 홍현석과 이재성의 위치를 바꿨다. 홍현석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몇 차례 공격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미드필드에서의 패스 미스가 너무 많았다는 점과 상대 페널티 박스 진영에서 공간 창출에 실패하며 제대로 된 슈팅조차 시도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30분 이후 다시 이재성을 왼쪽으로, 홍현석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기제의 공격 가담 비중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전반 36분 이기제가 강하게 왼발 크로스를 박스 안으로 보낸 공은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홍현석의 몸에 닿지 않은 채 바깥으로 흘러나갔다. 전반 39분에는 이기제와 이재성을 거친 원터치 패스 이후 손흥민이 먼거리에서 과감하게 오른발로 첫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웨일스도 모처럼 전반 42분 윌슨의 중거리 슛으로 골문을 노렸으나 김승규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전은 득점없이 종료됐다. 전반전 점유율은 한국이 58%-42%로 앞선 것에 반해 슈팅수는 2-5로 열세였다.
 
웨일스 밀집 수비 공략 실패

후반 초반에도 답답한 흐름이 지속됐다. 후반 11분 이기제의 짧은 크로스를 조규성이 힐 패스로 내줬다. 뒤에서 대기하던 손흥민의 왼발슛은 골문 위로 벗어났다. 후반 14분에는 황인범이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한국은 후반 16분 황인범, 홍현석 대신 이순민, 황희찬을 교체 투입했다. 오른쪽 측면에 포진한 황희찬은 지능적인 돌파로 한 차례 코너킥을 유도하기도 했다.
 
후반 20분 한국은 웨일스의 한 번의 공격에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오른쪽에서 메팜의 크로스를 무어가 헤더로 연결한 공이 오른쪽 골 포스트를 팅겨 나왔다. 웨일스는 또 다시 높이에서 우위를 점했다. 후반 24분 코너킥에서 로든의 헤더가 골키퍼 품에 안겼다.
 
4일 뒤 유로 2024 예선을 앞둔 웨일스는 많은 선수를 교체하며 체력을 안배했다. 한국은 후반 28분 조규성 대신 황의조, 후반 39분에는 이재성과 박용우를 불러들이고, 양현준과 이동경을 투입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결과는 바뀐 것이 없었다. 한국은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슈팅 0개에 그친 채 경기를 마감했다.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5경기 연속 무승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사진은 경기장을 바라보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사진은 경기장을 바라보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3월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 부임 첫 기자회견에서 공격 축구를 선언했다. 그동안 클린스만 감독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2명의 공격수를 배치하는 등 비교적 공격 성향이 강한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바 있다.

3월에는 어느 정도 시원스러운 경기력이 나온 것에 반해 6월 2연전은 미드필드가 생략된 채 공수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한 바 있다.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무 2패에 그치자 여론은 서서히 비관적으로 변해갔다.
 
이번 웨일스전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반복됐다. 황인범에게 과부하가 걸렸고, 박용우는 패스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이러한 공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손흥민이 자주 미드필드로 내려왔지만 잦은 볼 터치 미스를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클린스만 감독으로부터 딱히 창의적이고 신선함 공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걱정스럽다. 이날 한국은 총 4개의 슈팅에 머물렀으며, 페널티 박스 안에서 한 차례도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박스 밖에서의 슈팅에 의존해야 했다.
 
부진한 결과보다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클린스만 감독의 잦은 외유다. K리그 현장을 찾으며 국내 선수들을 관찰할 시간에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K리그 시즌이 한창인 시기에 자신의 생일에 맞춰 미국으로 건너가 휴가를 보내는가 하면 다수의 해외 매체 패널 출연하거나 UEFA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식 참석 등 외부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은 결국 5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축구 대표팀 친선 경기
(카디프시티 스타디움, 웨일스 - 2023년 9월 8일)
웨일스 0
한국 0
 
선수 명단
웨일스 5-4-1 : 워드 - 로버츠, 메팜, 로든, B.데이비스, N.윌리암스(60'번스) - H.윌슨(60'램지), J.제임스(60'시한), 암파두(46'모렐), 브로드헤드(73'브룩스) - B.존슨(46'무어)
 
한국 4-4-2 : 김승규 - 설영우, 정승현, 김민재, 이기제 - 홍현석(61'황희찬), 박용우(84'이동경), 황인범(61'이순민), 이재성(84'양현준) - 손흥민, 조규성(73'황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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