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짝지근해: 7510>에서 치호를 연기한 배우 유해진.

영화 <달짝지근해: 7510>에서 치호를 연기한 배우 유해진. ⓒ (주)마인드마크

 
중간중간 사랑과 연민의 연기는 해봤다지만, 처음부터 작정한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이다. 그러고보면 배우 유해진의 최근은 모두 처음이자 도전인 작품이었다. 배우 인생 25년 만에 왕 역할에 나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 <올빼미>가 지난해였고, 지난 15일 개봉한 <달짝지근해: 7510>로 로코 장르에 도전했다.
 
영화 속 유해진이 연기한 치호는 평생 과자만 먹고 살아온 제과회사 연구원이다. 어릴 적 당한 사고로 현실감각이 다소 부족하지만, 순수함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는 도박에 빠져 사는 형 대신 빚을 갚느라 찾은 제2금융권에서 우연히 운명의 짝을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운명의 상대인 일영(김희선)이 더욱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선다는 게 특이점이다.
  
 영화 <달짝지근해:7510>의 한 장면.

영화 <달짝지근해:7510>의 한 장면. ⓒ 무비락


 
치호가 되기까지

"현실 감각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아파할까 고민이 되더라. 그러다 예전 제 경험이 생각났다. 다들 그런 경험 있잖나. 이별할 때 세상 무너지듯 아팠던 기억 말이다. 단골 순댓국집이 있는데 거기서 딸같이 보이는 친구가 서럽게 울더라. 다음날 주인아주머니께 물어보니 남자랑 헤어진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얘길 듣고 옛날 생각이 엄청났다. 그 친구도 이별 전까진 콩닥거리며 사랑했을 거잖나.
 
소설 <소나기>라고 그 작품이 떠올랐다. 손 한 번 잡는 데에도 떨림이 있고, 헤어지기 싫어하는 그 마음이 영화에 잘 담기길 바랐다. 상대 배우가 엄청 중요했는데 희선씨가 참 성격이 좋더라.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편하게 해줄 줄은 몰랐다."

 
상대역인 김희선은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무려 19년 만이다. 그전까지 드라마 등에서 로맨틱 코미디로도 활발하게 모습을 보인 배우다. 유해진은 촬영장에서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어떤 제안이든 흔쾌히 받아들고 같이 고민한 김희선에게 새삼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꾸밀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은데 전날 새벽에 촬영이 끝나도 다음날 오전 7시 콜타임이라면 딱 맞춰온다. 그러니까 스태프들이 다 좋아했지. 연기하다 보면 상대가 기막히게 잘할 때가 있다. 연기가 물론 기술인 부분도 있지만, 마음이 덜 느껴지는 경우도 있거든. 로코를 많이 하신 분이라 그런지 워낙 마음으로 하려고 하시더라. 제작사 대표님과 김희선 님 등과 같이 술도 여러 번 먹었다."
 

이 대목에서 유해진은 치호와 일영의 사랑을 중년의 사랑이라 표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다분히 20대 이하 관객층을 생각한 말이었다. "따지고 보면 중년이 맞지만, 웃음도 있고 사랑 이야기도 있는 부담 없는 영화로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그가 말했다.
 
"이한 감독님이 딱 치호 같은 면이 있다. 너무 순수하셔서 그 정도 요구는 하셔도 된다고 말할 정도다. 과자로 치면 '참 크래커', '에이스 정도'랄까(웃음). 여기에 이야기가 되려면 안티 히어로가 있어야 하니 형(차인표)이 등장한 것이다. 어쨌든 이복형제니까 얼굴이 달라도 되는 설정이었는데 좋더라(웃음). 차인표 선배는 실제로도 좋은 일을 많이 하시잖나. 늘 고마운 분이었다.
 
개인적으론 우효의 '민들레'라는 노래가 있는데 가사가 정말 딱이다. 우리 영화에 쓰면 어떨지 제안드렸는데 안 썼더라. 아쉬웠다. 그 노래를 전부터 좋아했고 이번 영화 준비하면서 많이 들었다. 그리고 김완선의 '이제 잊기로 해요' 이 노래도 좋아한다. 치호의 감정을 잡는데 노래가 많이 도움됐다."

 
"허리급 영화 중요해"

로맨틱 코미디도 섭렵했으니 이젠 정통 로맨스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기자들 질문에 그는 "욕심 나는 역할이란 건 없다"며 겸손하게 답을 이어갔다.
 
"한 술자리에서도 친한 사람이 저보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봤고, 이제 김희선씨랑 로맨스도 했다며 앞으로 뭘 더 할지 너무 욕심 내지 말라더라. 사실 <올빼미> 때 왕 역할도 놀랐다. 더 욕심을 내서 뭘 하려고 하기 보다는 앞으로 오는 역할은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하려 한다. 제 앞에 붙는 수식어도 사실 필요 없고, 그냥 계속 배우로 불렸으면 좋겠다. 윤제균 감독님이 언론 시사 때 보셨더라. 많이 웃고, 세 번 울었다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러면서 정통 멜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 고마운 말씀이다. 멜로라기보단 좋은 얘기면 전 하고 싶다. <달짝지근해>도 처음부터 코믹 로맨스라고 정의하진 안잖나."
 
유해진은 자신이 출연한 중급 예산 영화도 많이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개봉한 대형 상업영화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한국영화 산업이 위축돼 있다는 사실도 걱정거리였다.
 
"허리에 해당하는 이런 중저예산 영화들이 허리(Hurry, 시급한)하다(웃음). 이런 영화가 잘 돼야 큰 영화에만 투자가 쏠리지 않고, 골고루 다양해지지. 물론 큰 영화가 잘 돼야겠지만, 너무 블록버스터만 몰아치면 지치기도 하잖나. 잔잔한 영화들도 보셔야한다. 좋게 보셨다면 많이들 소문을 내 주시면 좋겠다. 과자로 치면 이 영화는 한 가지 맛이 아닌 여러 맛이 있는 작품이다."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달짝지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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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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