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문>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

영화 <더 문>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 ⓒ CJ ENM

 

 
"인간관계가 힘들어질 때 별이 밝게 비치는 공간에서 오해가 생긴 사람과 소주 한 잔을 하며 우리가 미약한 존재임을 토로하면 모든 갈등이 사라지더라고요."
 
EBS 특강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박사의 말이 이 감독 마음에 남았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렀다.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더 문>이란 영화는 김용화 감독이 과거에 품고 있던 감흥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배우 도경수와 설경구, 그리고 김희애가 각각 달 탐사 유인 우주선 대원과 전임 책임자, 미국 NASA 주요 간부로 등장한다. 이들이 달 탐사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겪는 위기와 갈등, 화해가 영화의 주요 골격이다. 그렇기에 <더 문>은 한국영화로서 SF 장르, 특히 우주와 달을 본격적인 배경으로 삼은 작품으로 과연 한국형 SF의 신기원을 열지 그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화 감독은 각종 영화적 기술과 더불어 드라마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두 마리의 토끼
 
소재를 따지면 관객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할리우드 동종 영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션> <그래비티>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한국에서도 우주 관련 SF 콘텐츠가 몇 나오긴 했다. 하지만, 높아진 수준과 안목의 관객들에게 충분히 와닿는 작품은 아직까진 없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예산 및 기술력의 부족, 빈약한 이야기 구조 등이 대표적으로 지적됐다.
 
"10년 전 EBS 프로를 보고 막연하게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게 5년 전쯤 구체화됐다. <신과 함께> 2부 후반 작업 무렵이었다. 시나리오 원안을 받았고, 잘만 각색하면 괜찮은 드라마가 나올 것 같았다. 굳이 이름 모를 우주의 어느 행성이 아니라 지구와 가장 가까운 달을 배경으로 재국(설경구)과 선우(도경수)의 공통 서사를 중심으로 해서 난해하지 않게 풀면 되겠다 싶었다.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과학적 검증은 준비해왔다. 미국 NASA,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원 등과 소통하며 우주 액션이나 설정을 정했다. 제 생각보다 영화적 허용에 관대하시더라. 유성이 떨어지는 순간 드론을 활용하는 문제라든가, 모선과 도킹 문제 등에선 물리적 시간이 걸림돌이었는데, 영화적으론 충분히 허용 가능하다는 조언이 있었다."

 
특히 선우가 달에 도착한 뒤 맞는 위기인 유성우 장면은 <더 문>의 핵심이다. 달 표면에 운석조각이 떨어지는 모습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야심 가득한 기획일 것이다. 김용화 감독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인 달 중력에서 파면이 어디까지 튀는지, 폭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주선 기체의 움직임과 무게감, 질감 등을 엄청 고민하며 준비했다"며 "이 작업에만 1년 정도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영화는 VFX 및 CG를 사용한 비중이 약 70%의 달할 정도였다. 이미 <미스터 고>(2013), <신과 함께> 시리즈로 각종 특수효과와 CG 기술에 도전한 김용화 감독은 전문 업체 덱스터 스튜디오와 함께 성장했다. <더 문>은 당시 실패와 성공에서 비롯된 성과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 아닐 것이다. 김용화 감독은 "한국에서도 이런 SF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평을 듣고 싶다"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기술과 함께 주요 포인트인 드라마성에서도 김용화 감독은 고전과 달의 상징성을 활용하는 선택을 했다. 선우가 두 명의 동료를 잃으면서도 달 탐사에 집착하는 건 다름 아닌 여러 고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아버지를 뛰어넘거나 복수하려 하는 아들 모티브다. 여기에 전임 우주센터장 재국이 자신의 과오를 씻기 위해 선우에 집착하는 것도 기성세대의 반성을 담아내려는 감독의 의도였다. 반성과 용서는 <신과 함께> 시리즈부터 이어진 김용화 감독만의 화두로 보인다.
 
"선우가 재국을 용서하기 보다 재국이 선우에게 용서를 구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우가 그 정도의 고난을 겪어야만 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죄를 짓기도 한다. EBS에 출연한 박사님 말처럼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는 행동이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잘못을 아예 안 할 수 없기에 그 잘못이 가치 있기 위해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오랫동안 그 생각에 잡혀있다. 앞으로도 아마 벗어날 순 없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주요 감정이 흐르는 공간이 달이다. 달은 지구가 없어지기 전까진 지구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필연적으로 인간관계를 상징한다. 우린 싫어도 관계를 맺어나가야 하고, 회복하고 싶지 않아도 회복해야만 하는 관계들 안에 살고 있다. 그리고 달은 우리에겐 미지의 공간이며 친숙한 공간이잖나. (자전과 공전으로) 우린 늘 달의 앞면만 보고 산다. 달의 뒷면이 주는 신비감과 공허함, 이게 공포나 스릴과 잘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지금부터라도 달에 관심을 갖자는 의도도 있었다. 강국들이 달을 탐사하는 마당에 우리도 관심 갖지 않으면 우주 패권에서 밀려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달 탐사가 인류 역사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더 문

더 문 ⓒ CJENM

 
극장 주의자
 
<더 문>을 두고 체험형 영화라고 감독은 강조해오고 있다. 이는 화면 비율에서도 충분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아이맥스 및 4DX 등 여러 버전으로 상영되는 해당 영화는 우주 공간의 깊이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횡비를 조정했다. 아이맥스 버전 기준 1.91대1이다. 김용화 감독은 "보통 극장 화면비가 2.35대1, 1.85대1 정도인데, 우리 영화는 극단의 체험을 드리기 위해 세로 비율을 강조했다"며 "물론 아이맥스 극장이 몇 개 안 되어 아쉽긴 하지만, 어느 극장이든 일단 큰 화면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이라 짚었다.
 
이 대목에서 김용화 감독은 극장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불과 3년 전에 비해 관람료만 크게 오르고 실제로 체감하는 서비스는 그대로라는 인식이 팽배한 요즘이다. 김 감독은 "아마도 뮤지컬을 보듯 극장도 그런 체험형 환경의 관람 공간으로 바뀌어 갈 듯하다"며 "극장 입장에서도 지금의 좌석 수를 고집할 게 아니라 극강의 화질과 사운드를 모든 좌석에서 즐길 수 있게 배치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창작자 입장에서도 극장 상영은 절대 놓고 싶지 않다는 걸 강조했다.
 
"SF 같은 특정 장르 영화가 내겐 재밌다. 일반 영화나 드라마와 사뭇 다르기도 하고. 물론 겉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드라마성의 결점을 감출 순 없다. 하지만 이런 장르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몇 가지 즐거움이 있잖나. 예를 들면 우주 공간만으로 마치 질식할 것 같은 공포를 표현할 수도 있듯 말이다.
 
<더 문> 같은 영화를 다음에 또 한다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한국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적어도 아시아 시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영화를 자꾸 가성비가 좋다고들 하는데, 사실 빠듯한 예선이었다. 투자자가 결정하겠지만, 언제까지 스태프들의 열정과 희생만 강조할 수 없다. 한 사람의 감독으로 극장에서 반드시 봐야 할 영화를 만들고 싶고, 그에 따라 예산 규모도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봉을 목전에 둔 김용화 감독은 "더이상 붙들고 있을 수도 없고, 빨리 한분이라도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차기작은 미정이지만, 전부터 자녀를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한만큼 재차 애니메이션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밀수>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렇게 대형영화 사파전에 참여한 것에도 그는 "어려운 시장 상황인 만큼 모든 영화들이 고르게 잘 됐으면 한다"는 소감을 덧붙였다.  
더 문 김용화 도경수 설경구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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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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