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지시하는 추일승 감독 2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일본의 2차전 경기. 한국 추일승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작전 지시하는 추일승 감독 2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일본의 2차전 경기. 한국 추일승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일본과의 평가전을 1승 1패로 마무리했다. 7월 22~2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치러진 일본과의 2연전에서 한국을 1차전을 76-69로 승리했으나, 2차전에서는 80-85로 석패했다.
 
한일 양팀 모두 베스트 멤버는 아니었다. 한국은 김선형, 오세근(이상 SK), 라건아, 최준용(이상 KCC), 이대성(시호스즈 미카와) 등 많은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거나 아예 대표팀 합류가 불발됐다. 일본도 NBA리거인 와타나베 유타(피닉스), 하치무라 루이(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등이 합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추일승호가 얻은 수확은 적지 않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팀에게 이번 2연전은 선수들의 컨디션과 현재 팀의 장단점을 평가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국제경기를 치를 기회가 많지 않은 한국 농구로서는 대표팀에 대한 관심과 A매치의 흥행 잠재력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대표팀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았고 최상의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도 일본과 두 경기 연속 팽팽한 승부를 펼치며 선전했다. 1차전 승리의 히어로인 허훈은 22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김선형의 뒤를 잇는 대표팀의 야전 사령관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하윤기는 1, 2차전에서 묵직한 플레이로 골밑을 사수하며 차세대 대표팀 주전 빅맨으로서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전성현은 적재적소의 3점슛으로 외곽의 무게감을 높였고, 식스맨인 이우석과 이대헌은 벤치에서 출격하여 활력소 역할을 해줬다.
 
'국내 최고의 전술가' 추일승 감독... 수비에선 보완 필요
 
한국 남자농구, 평가전서 일본에 76-69 승리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2점을 넣은 허훈(상무)의 활약을 앞세워 일본과의 평가전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초청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일본과 1차전에서 76-69로 이겼다. 사진은 이날 경기하는 허훈의 모습.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한국 남자농구, 평가전서 일본에 76-69 승리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2점을 넣은 허훈(상무)의 활약을 앞세워 일본과의 평가전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초청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일본과 1차전에서 76-69로 이겼다. 사진은 이날 경기하는 허훈의 모습.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지난해 5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추일승 감독은 부임 이후 첫 공식대회였던 2022 FIBA 아시아컵에서 8강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추일승 감독은 흔히 '한국식 농구'를 강조하는 보수적인 농구인들에 비하여 일찍부터 지도자의 전문성과 시스템, 현대농구의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던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단기적인 국제대회 성적에만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대표팀 감독들과 달리, '한국농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까지 제시할 수 있는 이론을 겸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았다.
 
추일승호의 특징은 이전 대표팀에 비하여 장신화와 빅포워드 농구로 요약된다. 지난해 아시아컵을 기준으로 대표팀 선수들의 평균 신장은 197cm(공식 프로필 기준)에 이르렀고 195cm 이상의 장신만 해도 무려 9명이었다. 한국농구는 과거 국제대회마다 고질적인 신장문제로 고전했다. 국내 최고의 전술가답게 추일승 감독은 대안으로 자신의 주특이기도 한 장신 포워드 중용과 무한 로테이션 전략을 제시하면서 미스매치와 높이 열세를 만회하고 공격루트의 다변화를 모색했다.
 
지난해 아시아컵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추일승호는 조별예선에서 강호 중국을 잡는 등 3연승을 내달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8강에서 가드진의 부상공백과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퇴장, 편파판정 논란 속에서 뉴질랜드에게 덜미를 잡혀 아쉽게 탈락했다. 최종적인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지만, 그럼에도 농구팬들은 추일승호가 보여준 경기력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9년 만의 금메달을 노린다. 아시안게임에는 한일전에 나서지 못했던 라건아, 오세근, 김선형 등 베테랑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9년 전 문태종, 양동근, 조성민, 김종규, 양희종 등이 주축이 되었던 인천 대회 우승 멤버들에게 밀리지 않는 전력을 구축하게 된다.
 
보완점은 수비력이다. 추일승표 빅포워드와 로테이션 전술은 높이와 공격력 강화에는 유리하지만, 상대적으로 수비 조직력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내외곽을 오가는 수비 로테이션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않아 상대에게 3점슛 찬스를 쉽게 허용하는 장면이 많았다.
 
지난해 아시아컵에서도 한국은 뉴질랜드와의 8강전에서 무려 14개의 3점슛을 허용한 게 치명타가 됐다. 조별예선까지 대회 전체를 통틀어도 경기당 3점슛 평균 허용 개수가 무려 11.3개로 두 자릿수를 넘겼다. 뉴질랜드전의 경우,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밀리면서 한국은 다득점에서 밀리지 않고도 끝내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일본과의 2연전에서도 한국은 1차전 10개, 2차전 13개도 연이어 두 자리수 3점슛을 허용했다. 그나마 첫 경기에서는 리바운드에서 42-25로 완벽하게 우위를 점한 탓에 실점을 69점으로 틀어막을 수 있었지만, 2차전에서는 오히려 리바운드에서도 31-34로 밀리면서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일본의 3점슛 성공률이 29%(13/45)로 한국(40%, 10/25)보다 저조했으니 망정이지, 일본의 슛감이 조금 더 좋았더라면 크게 점수차가 벌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러한 외곽 수비 문제의 원인은 전술적인 이해도와 조직력에도 있지만,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르면서 확인된 선수들의 경기체력 부족에서 기인했다.
 
감독도 "평가전 기회 더 많아져야"
 
5년만에 열린 농구 한일전, 1승 1패로 마무리 2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일본의 2차전 경기가 끝난 뒤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전날 5년 만에 열린 한일 농구 평가전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한국 대표팀은 이날 열린 2차전에서는 80-85로 패하며 1승 1패로 평가전을 마무리했다.

▲ 5년만에 열린 농구 한일전, 1승 1패로 마무리 2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일본의 2차전 경기가 끝난 뒤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전날 5년 만에 열린 한일 농구 평가전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한국 대표팀은 이날 열린 2차전에서는 80-85로 패하며 1승 1패로 평가전을 마무리했다. ⓒ 연합뉴스

 
어려운 상황에서 라건아나 김선형같이 개인능력으로 활로를 뚫어줄 선수가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1차전에서 맹활약한 허훈은 2차전에서 5득점에 그치며 고질적인 약점인 기복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고 전성현도 상대의 집중견제에 고전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국 투자와 시간에 달렸다. 추일승 농구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국제 대회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하지만 대표팀에 대한 지원과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사실 추일승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한국 농구 대표팀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감염자 속출로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불참해 실격 처리를 당하며 8월 필리핀-일본-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농구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또한 2024 파리 올림픽 사전 예선이 열리는 개최국 시리아는 한국 외교부에서 정한 여행 금지 국가라 출전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러다보니 추일승호 출범 이후 이래저래 농구대표팀이 제대로 모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한일전은 지난해 7월 열린 아시아컵 이후 농구대표팀이 무려 1년 만에 다시 모여 치른 실전이었다. 당연히 체력과 조직력이 정상일 리가 없었다. 일본이 농구월드컵을 목표로 꾸준히 평가전을 치르며 손발을 맞춰온 것과 대조된다.
 
추일승 감독도 이에 대한 아쉬움을 숨기지 않으며 농구협회를 향하여 "평가전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는 아직 두 달이 남았는데 농구대표팀은 일본과의 2연전 이후 추가적인 평가전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충분한 실전경험 없이 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의 강호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제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라이벌 일본이 최근 야구, 축구, 농구 등 각 남녀 구기종목에서 탈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꾸준한 노력과 투자에서 비롯됐다. 대표팀 운영에 대한 중장기적인 기획과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한국농구가 농구월드컵이나 올림픽같은 상위무대로의 도전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도 더 이상 정상을 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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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호 한일전농구 항저우아시안게임 농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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