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 성하훈

 
부산영화제가 임시총회 소집을 놓고 내부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영화제 이사들과 집행위원들에 따르면 지난 13일 남동철 집행위원장 대행이 이사 집행위원 등 총회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임시총회 소집 요구를 한 것에 대해 이용관 이사장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를 집행위원인 최정화 한국프로듀서조합 대표가 반박하면서 혼란만 가중되는 양상이다.

조종국 운영위원장 선임 이후 촉발된 논란이 한 달이 넘었는데도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올해 영화제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남동철 "조종국 해촉 임시총회서 정리하자"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이메일을 통해 "제가 역할을 잘하려면 먼저 정리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수석 프로그래머 중심의 대행 체제로 영화제 준비를 하라는 이사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은 애매한 상태이고, 영화제 정관이나 규정에 이러한 대행 체제에 대한 명문화된 내용이 없다는 점 때문에 혼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영화제 집행위원장 궐위 상태에서 운영위원장이 집행위원장에 해당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조종국 운영위원장은 '대승적 차원의 거취 표명'을 요청받았지만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고 했고, 권한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따라서 "조종국 운영위원장이 지금 갖고 있는 권한을 그대로 인정하며 함께 일하라는 것이 영화제 이사회의 의지인지 아니면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권한까지 대행이 양도를 받는 게 맞는지 모호한 상태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행에게 권한과 책임을 맡기고 운영위원장은 자진 사퇴를 해달라고 하는 것이 이사회의 뜻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부산영화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 ⓒ 부산영화제 제공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대행으로 원활히 일하게끔 하려면 두 가지가 분명해야 한다"며 "집행위원장 대행의 권한을 정관에 명문화하여 총회를 통해 집행위원장 대행을 선출해 주고, 총회에서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상당수 영화인들이 조종국 운영위원장 해촉을 요구하고 있기에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집행위원장 대행을 맡기로 했으나 역할과 권한의 모호함에 대한 어정쩡한 상황과,  퇴진을 거부하고 있는 조종국 운영위원장 문제로 계속되는 혼란을 총회에서 정리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용관 이사장 "간과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
  
하지만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의 의견에 대해 이용관 이사장이 곧바로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갈등이 표출됐다. 
 
이용관 이사장은 이사,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의 총회 소집요청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빠른 시간 안에 총회를 개최하여 다루도록 하겠으나,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가 12일 집행부 회의에서 제안했고, 답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 부산영화제 제공

 
이용관 이사장은 "사전에 법적인 절차를 검토한 결과, 직무 대행을 위해서는 총회 의결을 통해 승인받는 것이 옳다고 통지받은 내용을 알렸고, 이를 위한 총회를 열겠다고 약속했으며, 지금 혁신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혁신위원회 또한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이 두 가지를 같이 다룰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보겠으나,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집행위원장 직무 대행 건을 먼저 다루는 총회를 개최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행부 회의에서의 약속을 저버리고 다시 동일한 문제로 모든 이사와 집행위원들에게 총회 소집을 요청한 것에 대하여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부분은 이사장으로서 간과하기 어려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하고, 남동철 프로그래머가 총회를 통해서 직무대행으로 역할을 부여받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거기서 많은 안건을 다뤄야 하는 만큼 잘 준비하여 통보 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논의가 된 사안에 대해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의 돌출행동으로 평가해 경고한 모양새다.
 
최정화 집행위원 "우린 거수기 아니다"
 
그러나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가 14일 이용관 이사장 주장을 반박하면서 논쟁 양상으로 번졌다. 최정화 대표는 이사,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현 상황을 일으킨 장본인은 이사장님"이라며 "집행위원회와의 일절 상의도 없이 총회 안건에 공동집행위원장 선출의 안건을 상정하였고, 이를 철회해달라는 집행위원들의 요구에도 강행한 결과 이런 사단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위원인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의 임시총회 개최 요청은 정관에 따른 것으로 '간과하기 어려운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하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유감을 나타냈다.
 
최 대표는 또한 "영화제가 혁신위 준비위를 통했던, 이사회의 결정이던, 내부에서 무리수만 두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규정에 집행위원장 사고시 직무 대행은 부집행위원장이 한다(집행위원회 운영규정 6조 3항)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석프로그래머를 직무 대행으로 한다고 하면서 규정의 위반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고, 전 영화계와 부산의 시민 사회가 본 사태의 해당자인 조종국씨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는데 전혀 행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임시총회 안건에 대해 "모두가 요구하는 운영위원장 해촉에 관한 안건은 당연히 들어가야 하고. 집행위원장 대행의 선출이 아니라 집행위원장의 선출에 관한 안건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직무 대행은 규정대로 전임자의 잔여기간이라 하더라도, 집행위원장을 선출해서 영화제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영화제 준비와 영화제 기간 모든 자리에서 직무대행임을 밝혀야 하는 게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정화 대표는 "'총회를 잘 준비해서 통보 드리겠다고 했으나, 우리가, 통보받고 집합해서 가부에 대해 거수만 하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지 않나요?"라며 임시총회를 형식적으로 넘기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공론화 장 열어 정리하자"
 
 2022년 부산영화제 개막식

2022년 부산영화제 개막식 ⓒ 부산영화제 제공

 
이용관 이사장은 일단 전체 영화계의 공론화 절차를 원하는 모습이다. "영화계 의견이 모여진다면 부산영화제가 따르면 되지 않냐"면서 "영화단체들과 영화인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장을 통해 정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논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부산 CBS를 통해 "이번 주에 혁신위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혁신위가 전모를 살펴보면 조종국 운영위원장을 왜 임명했는지, 또 누가 (제가 영화제를) 사유화하려고 한다는 말을 시작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영화단체 대표는 "조종국만 사퇴하면 정리할 문제를 왜 복잡하고 길게 끌고 가는지 이해가 안 되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지역의 한 집행위원은 "어제부터 연이어 입장이 들어오고 있는데, 매우 혼란스럽고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대행이 갈등하는 양상으로 보여서 마음이 무겁다"면서 "임시총회 소집 요구에 서명해서 보냈다. 총회를 통해 빨리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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