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KB의 마지막 홈경기를 망치며 시즌 24번째 승리를 따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원은 25일 청주 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6라운드 KB 스타즈와의 원정경기에서 70-56으로 승리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KB와 정규리그 3승3패, 챔프전 3전 전패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KB를 상대로 6전 전승이라는 절대우위를 점하며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어 버렸다(24승5패).

우리은행은 '젊은 에이스' 박지현이 15득점12리바운드7어시스트4스틸로 맹활약하며 우리은행의 승리를 이끌었고 4경기 만에 선발 출전한 김단비도 12득점12리바운드8어시스트3블록슛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한편 KB는 팀의 기둥 박지수가 손가락 수술로 시즌 아웃된 후 7경기에서 최근 4연패를 포함해 1승6패를 머물며 '플레이오프 탈락 후에도 좀처럼 경기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무관의 KB, 박지수 입단 후 두 번의 우승
 
 KB는 박지수가 입단한 후 7할에 육박하는 승률로 매 시즌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변모했다.

KB는 박지수가 입단한 후 7할에 육박하는 승률로 매 시즌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변모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농구대잔치 시절 신기화, 조문주, 박현숙, 이강희 같은 선수들을 앞세워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금융구단으로 명성을 떨치던 KB는 1998년 프로 출범 후 28번의 시즌 동안 한 번도 챔프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00년에 창단한 6번째 구단 금호생명 팰컨스(현 BNK 썸)도 2004년 겨울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지만 KB스타즈는 2015-2016 시즌까지 준우승만 5번을 기록하며 우승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물론 무관에 머물렀을 때도 KB의 전력이 약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06년 여름리그에는 '농구여제'로 불리던 정선민과 '리바운드 여왕' 신정자, 그리고 WKBL 역사상 유일하게 덩크슛을 성공시켰던 외국인 선수 마리아 스테파노파가 있었다. 전성기를 달리던 강아정과 베테랑 변연하(BNK 코치)가 팀을 이끌고 젊은 가드 홍아란의 성장세가 돋보였던 2015-2016 시즌의 전력도 상당히 좋았다.

그렇게 좋은 멤버들을 거느리고도 챔프전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던 KB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구세주'를 만났다. 분당경영고 2학년 때부터 성인대표팀의 주전센터로 활약했던 '거물 신인' 박지수였다. KB는 14.3%의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얻어 한국여자농구의 현재이자 미래로 불리는 박지수를 선발했다. 당시 KB를 이끌던 안덕수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 박지수를 지명한 후 단상에서 큰절을 올렸을 정도.

프로 입단 후 첫 시즌에 신인왕을 거머쥔 박지수는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시즌에 KB를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프로 3년 차에 불과했던 2018-2019 시즌 박지수는 프로 출범 후 단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KB를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WKBL 역대 가장 어린 나이(20년3개월5일)에 정규리그 MVP와 챔프전 MVP(20년3개월19일)를 휩쓸며 '박지수 시대'를 활짝 열었다.

2019-2020 시즌 올스타전 MVP에 오르며 숨을 고른 박지수는 2020-2021 시즌 전 경기 더블더블(10득점10리바운드 이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고 통산 두 번째 MVP 트로피를 차지했다. 2020-2021 시즌 역사적인 기록을 세우고도 챔프전 우승을 놓쳤던 박지수는 2021-2022 시즌에도 득점과 리바운드 1위에 오르며 개인통산 두 번째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고 포스트시즌에서도 5전 전승으로 3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박지수 없으면 꼴찌 다툼하는 약체로 전락
 
 박지수가 뛰지 못하면 슈터 강이슬에 대한 수비가 더욱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박지수가 뛰지 못하면 슈터 강이슬에 대한 수비가 더욱 집중될 수 밖에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WKBL 데뷔 후 6시즌 동안 활약하며 세 번의 정규리그 MVP와 두 번의 통합우승을 차지한 박지수의 나이는 고작 만23세(1998년생)였다. 실제로 KB는 박지수 입단 후 6시즌 동안 135승58패로 승률 .699를 기록하며 우리은행과 함께 WKBL을 양분하는 강호로 군림했다. 앞으로도 박지수가 KB를 떠나지 않고 부상이나 건강에 대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KB가 강호의 자리에서 내려 올 확률은 매우 낮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KB가 가장 걱정했던 박지수의 유일한 변수인 건강문제가 발생했다. 박지수는 비시즌 동안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며 대표팀 일정과 팀 훈련에 함께 하지 못했고 결국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 결장했다. 비록 박지수가 시즌 초반에 뛰지 못하지만 KB는 강이슬과 허예은, 김민정, 김소담 등 전·현직 국가대표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KB는 박지수가 뛰지 못한 13경기에서 2승11패에 그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작년 12월17일 하나원큐전에서 복귀한 박지수는 턱없이 부족한 연습량에도 9경기에서 13.78득점 8.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분전했다. KB도 박지수가 뛴 9경기에서 6승3패를 기록하며 부진탈출에 성공했다. 잔여경기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승세였다. 하지만 박지수는 지난 1일 하나원큐전에서 손가락이 탈골되는 부상을 당했고 인대손상으로 수술이 결정되면서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

박지수 이탈 후 KB는 다시 박지수가 없던 시즌 초반의 약체로 돌아갔다. KB는 박지수 부상 후 3번째 경기였던 11일 BNK전에서 32득점22리바운드로 원맨쇼를 펼친 강이슬의 맹활약에 힘입어 64-62로 승리했을 뿐 나머지 6경기를 모두 패했다. 지난 17일 신한은행 에스버드에게 패하며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KB는 2021-2022 시즌의 삼성생명에 이어 두 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많은 농구팬들은 이번 시즌 초반 박지수가 뛸 수 없다 해도 KB가 최소 중위권 다툼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박지수를 제외하더라도 멤버가 썩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5승과 포스트시즌 5연승으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KB는 대단히 무기력한 시즌 후반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농구팬들이 알고 있던 '강한 KB'는 박지수가 골밑에 버티고 있을 때의 KB에게만 해당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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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KB 스타즈 박지수 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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