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6일 FC 바르셀로나 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로파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시포드가 기뻐하는 모습.

2023년 2월 16일 FC 바르셀로나 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로파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커스 래시포드가 기뻐하는 모습. ⓒ REUTERS/연합뉴스


20대 중반 마커스 래시포드의 물이 올랐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놀라운 게임이었다. 바르셀로나의 날개 공격수 하피냐의 활약도 좋았지만 맨유의 실질적인 리더로 자리잡은 마커스 래시포드의 스피드와 유연한 드리블 실력, 날카로운 슛은 모두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다. TV 중계 화면 기본 정보를 가리고 본다면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그 이상의 매치로 상상할 수 있는 두 팀이지만 실상은 유로파리그 16강 진출 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였다. 게임 배경으로 본다면 두 팀의 오랜 팬들이 용납하기 힘들었겠지만 내용은 절대 놓치기 아까운 게임이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우리 시각으로 17일 오전 2시 45분 바르셀로나에 있는 캄프 누에서 벌어진 2022-2023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16강 플레이오프 1차전 FC 바르셀로나와의 어웨이 게임을 간판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의 활약에 힘입어 2-2로 비겼다.

래시포드의 믿기 힘든 무각(無角) 골

축구장에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듯 프리메라 리가의 강팀 FC 바르셀로나와 프리미어리그의 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유로파리그 16강 진출을 위한 플레이오프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C조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에게 밀려 3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온 것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유로파리그 E조에서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와 나란히 5승 1패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골 득실차(레알 소시에다드 +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7)로 밀려나는 바람에 역시 이 자리에 섰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바로 이 게임에서 FC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날개 공격수 하피냐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의 활약이 눈부셨다. 그중에서 더 반짝반짝 빛난 한 명의 주인공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마커스 래시포드다. 최근 몸놀림을 지켜본 결과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상대 수비수 입장에서 가장 막기 힘든 선수라고 말할 수 있다.

50분에 홈 팀 바르셀로나의 골이 마르코스 알론소의 코너킥 세트 피스 헤더 골(하피냐 왼발 코너킥 도움)로 먼저 나왔지만 단 3분 만에 반대쪽 골문 구석으로 기막힌 동점골이 들어갔다. 그 주인공은 마커스 래시포드였다. 동료 미드필더 프레드의 스루패스를 받은 마커스 래시포드가 오른쪽 끝줄 바로 앞까지 빠르게 치고 들어가다가 오른발 슛을 가까운 쪽 포스트 하단으로 차 넣었다. 슛 각도가 거의 나오기 힘든 자리였지만 래시포드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매우 빠르게 오른쪽 기둥과 테어 슈테겐 골키퍼 사이를 빠져들어간 것이다.

마커스 래시포드의 자신감은 59분에 이어진 맨유의 역전골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오른쪽 코너킥을 짧게 받은 래시포드가 과감하게 오른쪽 끝줄을 타고 빠져나가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로 역전골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래시포드의 낮은 크로스를 받은 브루누 페르난데스가 재치있는 힐킥으로 방향을 살짝 바꾸려고 한 공이 튀어올라 바르셀로나 수비수 쥘 쿤데 몸에 맞고 들어갔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서 의도하지 않는 자책골이 찍힌 것이다.

자채골을 기록한 쥘 쿤데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76분에 이어진 귀중한 동점골 어시스트 기록을 남겼다. 오른쪽 측면에서 하피냐에게 패스한 공이 곧이어 골로 들어간 것이다. 하피냐가 골문 바로 앞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골잡이 레반도프스키를 겨냥해서 낮고 빠르게 왼발로 감아찬 공이 그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구석으로 굴러들어갔다. 레반도프스키를 따라가던 수비수 라파엘 바란이나 순발력 뛰어난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도 어쩔 수 없는 크로스 골인 것이다.

하피냐는 교체로 물러나기 직전에도 번뜩이는 몸놀림으로 결정적인 재역전 헤더 골을 노렸지만 바로 앞에서 맨유 골키퍼 데 헤아가 몸 날려 그 공을 쳐내는 바람에 아쉬워했다. 이렇게 나란히 두 골씩 주고받는 내용만 살펴봐도 바르셀로나의 '하피냐'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래시포드'가 팀을 위한 공격 기여도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알 수 있는 게임이었다.

이제 두 팀은 일주일 뒤(2월 24일)에 장소를 올드 트래포드로 옮겨서 정말로 유로파리그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1장의 티켓을 놓고 양보 없는 게임을 뛰어야 한다.

2022-23 유로파리그 16강 PO 1차전 결과
(2월 17일 오전 2시 45분, 캄프 누 - 바르셀로나)

FC 바르셀로나 2-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득점 : 마르코스 알론소(50분,도움-하피냐), 하피냐(76분,도움-쥘 쿤데) / 마커스 래시포드(53분,도움-프레드), 쥘 쿤데(59분,자책골)]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마커스 래시포드 하피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바르셀로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