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GS칼텍스를 3연패에 빠트리며 개막 13연승을 내달렸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1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0-25, 28-26, 25-19, 29-27)로 승리했다. 현대건설은 간판스타 양효진이 코로나19 확진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GS칼텍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적립하며 2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승점 차이를 13점으로 벌렸다(13승 무패).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서브득점 4개와 블로킹1개를 포함해 43.33%의 공격성공률로 31득점을 올리며 팀을 이끌었고 주장 황민경도 4개의 블로킹과 함께 54.17%의 성공률로 18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현대건설은 양효진 대신 미들블로커로 선발 출전한 이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블로킹 4개를 포함해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10득점을 올린 이적생 나현수가 그 주인공이다.

왼손잡이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의 비애
 
 나현수는 인삼공사에서 네 시즌 동안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다가 현대건설로 트레이드됐다.

나현수는 인삼공사에서 네 시즌 동안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다가 현대건설로 트레이드됐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8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한국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젊은 피'들을 많이 선발했다. 고교 미들블로커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원곡고의 이주아(흥국생명)와 선명여고의 박은진을 비롯해 선명여고의 주장이자 살림꾼 박혜민(이상 KGC인삼공사), 대전용산고의 아포짓 스파이커 나현수 등 고교 선수들이 대거 성인대표팀에 선발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이어지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순번에 선발될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대로 이주아가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박은진과 박혜민이 각각 2, 3순위로 인삼공사와 GS칼텍스에 선발됐다. 하지만 1라운드 지명이 모두 끝날 때까지 나현수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4순위 현대건설이 경남여고의 전천후 공격수 정지윤을, 5순위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원곡고의 문지윤을, 그리고 6순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강릉여고의 미들블로커 최민지(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전력분석관)를 지명했다.

나현수는 2라운드 1순위로 인삼공사에 지명됐다(당초 2라운드 1순위 지명권은 도로공사가 가지고 있었지만 2018년 7월에 있었던 도로공사와 인삼공사의 트레이드 때 도로공사가 2라운드 지명권을 인삼공사에 넘겼다). 고교 시절에 성인 국가대표까지 선발됐던 나현수의 지명순위가 2라운드까지 밀린 이유는 나현수의 포지션이 외국인 선수의 고정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였기 때문이다.

결국 나현수는 이주아와 박은진, 정지윤 등 동기들이 루키 시즌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는 사이 기준 프로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62경기에 출전해 3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는 2018-2019 시즌 신인왕 정지윤이 루키시즌에 기록한 210득점의 1/6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었다.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서 외국인 선수의 자리를 넘볼 수 없었던 나현수는 미들블로커로 변신했지만 인삼공사에는 한송이와 박은진이라는 뛰어난 미들블로커가 있었다.

그렇게 나현수는 아포짓 스파이커는 물론 미들블로커로도 성공적인 변신을 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190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아웃사이드히터 정호영마저 미들블로커로 변신하면서 팀 내 입지가 더욱 작아졌다. 마침 인삼공사는 백업세터 하효림의 갑작스런 은퇴로 염혜선 세터의 뒤를 받칠 백업세터가 필요했고 프로에서 세 시즌을 보낸 현대건설의 김현지 세터를 데려 오면서 나현수를 현대건설로 보냈다.

양효진 빈자리 메운 백업 미들블로커
 
 양효진의 코로니19 확진으로 시즌 첫 선발출전한 나현수는 프로 데뷔 후 최다득점을 올렸다.

양효진의 코로니19 확진으로 시즌 첫 선발출전한 나현수는 프로 데뷔 후 최다득점을 올렸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2021-2022 시즌 개막12연승과 V리그 여자부 최다연승 기록인 15연승을 작성하며 28승 3패라는 압도적인 승률과 역대 최다승점(82점)을 기록한 현존하는 V리그 여자부 최강팀이다. 게다가 현대건설의 미들블로커 콤비 양효진과 이다현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미들블로커 부문 베스트7에 나란히 선정된 바 있다. 리그 최고의 센터진을 보유한 현대건설에서 나현수가 당장 주전 자리를 넘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현수의 현실적인 목표가 주전 도약이 아닌 안정적인 백업 미들블로커 자리 확보가 우선이었다면 한송이, 박은진, 정호영이 버틴 인삼공사보다는 현대건설의 환경이 더 나은 게 사실이었다. 현대건설 입장에서도 신장(184cm)이 좋은 나현수가 백업 미들블로커로 활약해 준다면 팀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업 미들블로커로 나서야 했던 정시영이 자신의 원래 자리인 아웃사이드 히터로 돌아갈 수 있다.

나현수는 이다현이 대표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8월 컵대회에서 현대건설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면서 4경기에서 27득점을 올리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V리그 개막 후에는 다시 양효진과 이다현 콤비가 맹활약하면서 나현수에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나현수는 시즌 개막 후 현대건설이 치른 12경기 중 10경기에서 원포인트 블로커로 출전해 단 1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렇게 웜업존을 달구는 시간이 길어지던 나현수는 15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양효진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주전 출전의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나현수는 4번의 세트 동안 4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10득점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현대건설의 3-1 승리에 기여했다. 프로무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경기가 많지 않았던 나현수가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한 것은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에 확진된 양효진의 격리기간은 오는 18일까지다. 공교롭게도 현대건설의 다음일정이 바로 18일 페퍼저축은행과의 원정경기다. 적어도 18일 페퍼저축은행전까지는 나현수가 주전출전 기회를 한 번 더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현수가 18일 경기에서도 양효진의 공백을 잘 메우며 중앙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현대건설은 가뜩이나 강한 중앙에 또 하나의 좋은 옵션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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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나현수 개인 최다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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