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MBC <놀면 뭐하니?>가 최근 새 아이템 '놀뭐복원소'로 시청자들과의 교감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방영분 중반부터 첫 선을 보인 '놀뭐복원소'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뭔가 특별한 사연은 지닌 옛 물건을 중심으로 그때의 추억을 복원해 주는 기획이다. 

​멤버들이 소장한 다양한 물품을 1차로 되살리는 것이 그치지 않고 제작진 측은 공식 SNS를 통해 시청자들의 사연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신청 내용을 분류하고 의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놀면 뭐하니?> 멤버들은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놀면 뭐하니?>는 지난 9월 현재의 7인 체재로 정비했다. 하지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재석 혼자할 때만 못하다"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시청률, 각종 화제성 지수, 기타 OTT 순위 등에서도 열세에 놓인 바 있었다.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로 한 <놀면 뭐하니?>는 이를 계기로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유재석의 MP3 플레이어에 담긴 이미주 데뷔곡
 
 지난 1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앞선 방영분에서 멤버들은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애착 담요, 부모님 사진 등의 복원을 의뢰했고 이날 해당 물건들이 속속 재탄생했다. 가장 먼저 복구에 성공한 물품은 유재석이 오랜 기간 사용했던 MP3 플레이어였다. 2014년 무렵까지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기에 그는 음악을 들으려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대용량 하드디스크가 탑재된 A사 제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1200곡 가량이 들어 있는 MP3 화면을 바라보며 잠시 감회에 젖었던 유재석은 본 조비, 김동률(전람회), 영화 <영웅본색> OST 등 애청곡을 멤버들과 함께 들으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여러 곡을 찾아 듣던 그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 이거 소름 돋았어, 지금..."라는 말과 함께 재생한 노래는 다름 아닌 러블리즈의 '캔디 젤리 러브'였다. 전주가 울려 퍼지자 "와! 이거 나 데뷔 때 노래예요"라고 말한 미주는 곡에 맞춰 안무를 그대로 재현했다. 복원된 MP3 플레이어와 함께 '아이돌' 미주까지 소환된 것이다. 

아버지의 음성도 복원할 수 있을까?
 
 지난 1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이제 장소가 바뀌어 1980년대 배경·요원으로 분장한 멤버들은 수많은 신청 사연을 읽어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 중 선정된 2명의 시청자를 직접 녹화 현장에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의 의뢰품을 직접 복원하기로 했다. 

첫 주인공은 지금은 사라진 '목포 쫀드기'를 맛보고 싶다고 했다. ​다른 지역 쫀드기와는 모양이나 맛이 전혀 달랐던 목포 지역 쫀드기 역시 제조하던 분이 세상을 떠난 후론 사진 조차 존재하지 않았기에 직접 그림을 그려 가며 모양, 맛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그리워하는 해당 지역 시청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확인한 <놀면 뭐하니?>는 다소 무모하지만 그때의 제품 재현에 나서기로 했다. 

두번째 사연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음성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 복구였다. 본인이 여섯살 때 사고로 순직한 경찰관 아버지가 생전에 기타 치면서 노래했던 내용이 녹음되었는데 실수로 끊어진 후로는 더 이상 이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이제는 희미해진 아빠에 대한 기억 뿐만 아니라 어머님의 추억을 되살려 달라는 내용에 멤버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추억 이상의 가치
 
 지난 1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돌이켜보면 누구나 의뢰인들과 마찬가지로 잊지 못할 경험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물건, 혹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도 남아 있기 마련이다. 

​'목포 쫀드기'처럼 어렸을 때 동네마다 존재했던 독특한 간식거리는 즐거운 추억담이 됐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이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에 얽힌 사연도 애틋했다. 설익은 웃음기는 잠시 뒤로하고 만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더 진솔하게 다가왔던 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함께 복구한 정준하의 디지털카메라 속 16년 전 <무한도전> 촬영 현장 사진, 이미주 어머님이 보관 중인 외할머니의 빛바랜 흑백사진들은 그래서 더욱 진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몇달 방황을 거듭하던 <놀면 뭐하니?>에게 가장 부족했던 점 중 하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관통할 만한 그 무언가의 부재였다. 우연한 기회에 마련된 '놀뭐복원소'는 '놀면 뭐하니' 분위기 탈피를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놀면뭐하니 놀뭐복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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