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갈고닦은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가 마침내 월드컵에서 선을 보였다. 승리라는 결과는 가져오지 못했지만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하면서 향후 일정에 희망을 걸 수있게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4일 밤(한국시각)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0대 0 무승부를 기록했다.

팽팽한 승부 속 우루과이 두 번의 골대 샷, 무승부로 이어지다

이날 경기는 시종일관 팽팽하게 진행됐다. 볼 점유율 55대 45, 슈팅 수 8대 5로 우루과이가 앞섰으나 유효슈팅은 두 팀 통틀어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으며, 활동량에서도 동률을 이룰 정도로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초반 분위기는 한국이 가져갔다.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과 세컨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한국은 강한 전방압박을 통해 우루과이를 압박하면서 전반 15분 동안 주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우루과이 역시 물러서지 않었다. 한국의 조직적인 수비 움직임에 패스의 길을 찾지 못하던 우루과이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찔러주는 다이렉트한 플레이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전반 18분 히메네즈의 롱 패스를 받은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한 데 이어 3분 뒤엔 올파쿤도 펠리스트리의 패스를 받은 다르윈 누네스의 슈팅은 빗맞으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한국도 기회를 잡었다. 손흥민의 드리블 돌파를 비롯해 좌우 측면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간 한국은 전반 33분 김문환의 낮은 크로스를 받은 황의조가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골대를 넘어간 데 이어 38분에는 황인범의 중거리슛이 빗나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렇게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치던 한국은 전반 43분 위기를 맞는다. 우루과이의 코너킥 상황에서 발베르데가 올려준 볼을 디에고 고딘이 헤더슛으로 연결했다. 절체절명의 실점위기였던 이 장면에서 고딘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행운이 따랐다.

후반전에도 팽팽한 양상의 흐름은 계속됐다. 두 팀 모두 탄탄한 수비웍을 선보이는 가운데 치열한 중원 싸움이 지속되면서 어느 한쪽으로 경기가 기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었다.

이러자 우루과이 디에고 알론소 감독은 후반 19분 루이스 수아레스 대신 에딘손 카바니를 투입한 데 이어 후반 33분과 34분에는 베시노와 올리베라 대신 데 라 크루즈와 비냐를 투입해 4-4-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주며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친다. 벤투 감독 역시 후반 29분 손준호, 조규성, 이강인을 투입하면서 밸런스를 갖추는 경기운영을 이어 나간다.

이러면서 경기흐름은 우루과이의 공세 속에 치러진다. 중원에 많은 숫자를 두며 전진배치 시킨 우루과이는 공격진영에서의 볼 소유시간을 늘려가면서 한국을 압박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후반 36분 다르윈 누네스가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골대를 빗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도 맞대응했다. 조규성의 포스트플레이와 이강인을 활용한 패스 플레이로 기회를 만들어간 한국은 후반 32분 조규성의 중거리 슛을 시작으로 후반 45분에는 로체트 골키퍼의 패스미스를 가로챈 손흥민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러는 가운데 또 한번 골대가 한국을 살렸다. 우루과이의 공세가 이어지던 후반 44분 한국 수비진의 집중력이 느슨해지자 우루과이 발베르데가 기습적인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빠르게 향해 그대로 골로 연결되는 듯 보였으나 다행히 골대를 맞고 아웃되면서 한국은 또 한번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결국 이런 팽팽한 승부끝에 0대 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려딛고 인상적인 경기력 선보인 벤투호, 남은 일정에 희망 안겨
   
이날 경기는 2018년 8월 부임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한 빌드업 축구가 4년 동안 갈고 닦은 끝에 마침내 월드컵에서 첫 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에겐 의미가 있었다.

지난 4년의 시간동안 벤투 감독의 지휘하에 안정적인 밸런스를 바탕으로 후방에서 빌드업을 구사하는 축구를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벤투 감독은 전술적 고집, 선수선발 기용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으나 선수단 내에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갔다.

그럼에도 우려는 계속 남겨뒀다. 2020년 한 해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A매치를 제대로 치르지 못 해 전술의 완성도가 떨어졌고, 전력이 한 수 위인 팀을 상대로는 상대의 강한 전방압박에 허둥대다 실수를 남발해 실점을 허용하는등 평가전에서 보여준 경기내용은 실망감만 가득 안겨줬다. 이로 인해 월드컵에서 이것이 성공적으로 펼쳐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기대보다 우려가 더욱 큰 것이 사실이었다.

여기에 선수들의 부상우려도 컸다. 대회 개막을 3주 남겨두고 에이스 손흥민이 안와골절 부상을 입은 것을 시작으로 황희찬의 햄스트링 부상, 김진수의 부상리스크 등 팀의 핵심멤버들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은 월드컵을 앞둔 벤투호에 분명 큰 리스크였다.

그런 상태에서 맞이한 우루과이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우려와 달리 한국은 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우루과이의 압박이 있었음에도 한국은 후방에서 안정적인 패스웍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고 때에 따라선 전방으로 한 번에 길게 연결하는 다이렉트한 패스를 펼치는 등 다양한 공격루트도 선보였다.

밸런스적인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나상호를 오른쪽 윙 포워드로, 이재성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시키면서 공수 밸런스에 중점을 두는 전술운용을 펼쳤는데 이것이 성공을 거뒀다. 나상호는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저돌적인 돌파로 상대를 교란시켰으며 이재성은 중원에서 수비에 적극기여하면서 우루과이의 에이스인 발베르데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두 선수의 활약 덕에 한국은 공수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갖추게 된다. 경기 내내 공격과 수비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조직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우루과이의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그 결과 우루과이는 후방에서 볼을 돌리다가 패스미스를 범해 공격의 맥이 끊기는 장면을 자주 나타냈고 그 결과 90분 동안 유효슈팅 0개의 굴욕을 맛보게 된다.

무엇보다 칭찬 받을 만한 것은 이를 90분 내내 유지했다는 점이다. 경기흐름, 상대의 전술 변화 등으로 인해 자칫 대형이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11명의 한국 선수들은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최소한의 목표였던 승점을 획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루과이전을 통해 승점을 획득한 한국은 남은 일정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4년간의 이어온 노력의 첫 단추를 잘 꿴 한국이 가나, 포르투갈전에서도 이와 같은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16강 진출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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