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팅 시도하는 손흥민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후반전 한국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잘 싸웠다. 한국 축구가 첫 경기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점 1을 획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한국, 강한 압박 앞세워 대등한 중원 싸움
▲ 슈팅 시도하는 조규성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후반전 교체 투입된 한국 조규성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한국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포백은 (오른쪽부터) 김문환-김민재-김영권-김진수가 포진했다. 미드필드는 황인범-정우영-이재성, 최전방은 나상호-황의조-손흥민이 출격했다.
우루과이도 4-3-3으로 나섰다. 로체트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수비는 (오른쪽부터) 카세레스-고딘-히메네스-올리베라로 구성됐다. 중원은 발베르데-베시노-벤탄쿠르, 공격은 펠리스트리-수아레스-누녜스가 배치됐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점유율에서 확연한 우세를 가져갔다. 상대의 밀집된 중앙을 분쇄하기 위해 좌우로 빠른 전환 패스를 통해 활로를 모색했다. 그리고 상대 진영에 많은 숫자를 배치해 전방 압박을 가하며 우루과이의 전진을 사전에 봉쇄했다. 우루과이는 공 소유에 어려움을 겪으며,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한국의 기세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반 15분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자신들의 페이스를 찾기 시작했다. 전반 18분 히메네스가 한번에 롱패스를 찔러넣었고, 빠르게 쇄도하던 발베르데가 잡아 놓은 뒤 반박자 빠른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문 위로 살짝 떠올랐다. 이어 펠리스트리의 크로스가 누녜스 발에 닿지 않고 반대편으로 흘러나갔다.
우루과이는 측면 공간으로 배급하는 롱패스와 빠른 카운터 어택을 예리하게 전개했지만 한국도 적절하게 수비에서 대응하며 위기를 최소화했다.
▲ '경기 안풀리네'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대한민국 주장 손흥민이 경기가 풀리지 않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손흥민은 전반 26분 왼쪽에서 수비수 2명을 따돌리는 장면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전반 33분 찾아온 첫 번째 슈팅 기회를 아쉽게 무산시켰다. 오른쪽에서 김문환이 박스 안으로 낮게 크로스했고, 황의조가 프리한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넘기고 말았다. 전반 38분에는 황인범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이했다. 전반 43분 발베르데가 띄어준 코너킥을 고딘이 머리로 돌려놓은 헤더가 골대를 튕겨나왔다. 전반은 팽팽한 공방전 끝에 득점없이 종료됐다.
후반 초반에도 일진일퇴의 흐름이 이어졌다. 한국은 후방에서 숏패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대가 1선에서 압박을 가할 경우 미드필드를 생략하는 롱패스를 배달하는 장면이 여럿 나왔다. 무리하게 빌드업으로 위험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우루과이는 후반 19분 첫 번째 교체 카드로 카바니를 꺼내들었다. 반면에 벤투 감독은 후반 29분 이강인, 손준호, 조규성을 한꺼번에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2선 오른쪽 측면에 포진한 이강인과 스트라이커 조규성이 한 차례 좋은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32분 이강인의 감각적인 원터치 패스를 받은 조규성이 아크 정면에서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다소 정확도가 떨어졌다.
▲ '전매 특허' 이강인의 왼발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대한민국 이강인이 후반 교체 투입돼 왼발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 35분 누녜스가 박스 밖에서 접어놓고 시도한 날카로운 슈팅은 골문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후반 44분에는 발베르데의 대포알 중거리 슈팅이 왼쪽 골포스트를 강타했다.
한국도 끝까지 우루과이를 위협했다. 로체트 골키퍼의 패스 미스를 가로챈 뒤 손흥민이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아쉽게 골문 바깥으로 향했다. 결국 우루과이의 파상공세를 잘 버텨낸 한국은 무승부로 마감했다.
아쉽지만 잘 싸운 한국, 피파랭킹 14위 우루과이에 선전
▲ 수아레스의 벽, 바로 김민재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한국 김민재가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를 막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남미에 약세를 보였다. 통산 월드컵 무대에서 북중미와 남미를 상대로 2무 6패에 그쳤다.
특히 우루과이에게 역대 전적에서 1승 1무 6패로 고전을 면치 못한 바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0-1 패배,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 1-2 패배로 통산 2전 전패의 열세를 보인 바 있다.
아무래도 한국보단 우루과이의 우세가 점쳐졌다.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 페데리코 발베르데, 로드리고 벤탄쿠르, 마티아스 베시노, 호세 히메네스 등 화려한 선수진을 구축하고 있으며, 피파랭킹에서도 14위로 한국(28위)보다 훨씬 높다.
한국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첫 경기 우루과이전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앞두고 불안요소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 손흥민이 안와골절 수술을 받은 직후 첫 번째 실전 경기였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안와 골절 수술 이후 최소 4주의 재활을 요구하지만 손흥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팀 훈련에 합류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설 만큼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월드컵 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측면에서 저돌적인 돌파로 활로를 열 수 있는 황희찬의 햄스트링 부상 결장도 큰 전력 누수였다.
▲ 손흥민, 공만 집중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한국 손흥민이 공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투지를 불사르며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강한 압박과 활동량으로 미드필드 싸움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황희찬이 빠진 공백은 나상호가 메웠다. 나상호는 적극적인 움직임과 투지를 불사르며 오른쪽 측면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캡틴' 손흥민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투혼을 발휘했다. 측면과 중앙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박수를 주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이번 우루과이전은 4년 동안 준비해온 한국 축구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벤투는 역대 한국 대표팀의 최장수 감독이자 4년 임기를 채운 유일한 감독이다.
한국 축구의 본격적인 월드컵 여정은 이제 첫 발을 내딛었다. 가나, 포르투갈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오를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1차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카타르 알 라이얀 - 2022년 11월 24일)
대한민국 0
우루과이 0
선수명단
대한민국 4-3-3 : 김승규 – 김문환,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 정우영 - 황인범, 이재성(74'손준호) - 나상호(74'이강인), 황의조(74'조규성), 손흥민
우루과이 4-3-3 : 로체트 – 카세레스, 고딘, 히메네스, 올리베라(79'비냐) – 베시노(79'데 라 크루스) – 발베르데, 벤탄쿠르 – 펠리스트리, L.수아레스(64'카바니), 누녜스☞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