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키움 히어로즈가 믿는 '필승카드' 투수들이 모두 무너졌다. 추격 의지도 꺾일 수밖에 없었다.

키움은 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서 SSG 랜더스에 2-8로 패배했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서 3차전을 가져가며 2승을 먼저 선점한 SSG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에 한 걸음 다가섰다.

오원석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에릭 요키시는 5⅔이닝 7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해줬다. 6회초 2사 1, 3루서 등판한 두 번째 투수 김선기 역시 오태곤을 뜬공으로 처리해 팀을 위기서 구해냈다. 그러나 7회초까지 실점 없이 SSG의 추격을 저지했던 키움은 마지막 2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필승조를 내고도 졌다는 게 뼈아프다.

마무리 김재웅의 등판도 소용 없었다

키움이 1-0으로 앞서던 8회초 1사에서 최정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은 유격수 김휘집의 송구 실책으로 분위기가 묘해졌다. 7회초에 이어 8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던 최원태는 실책 이후 곧바로 마운드를 김동혁에게 넘겨줬다.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 SSG와 한국시리즈 1차전서 병살 유도에 성공했던 기억을 되살리려고 했다.

첫 타자 한유섬을 뜬공으로 돌려세운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7구 승부를 펼친 후안 라가레스에게 역전 투런포를 헌납하고 말았다. 볼카운트 0-2서 계속 변화구를 던졌는데, 7구째로 선택한 체인지업이 가운데에 몰렸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라가레스는 2점 아치를 그렸다. 이때부터 키움의 계획이 꼬였다.

8회말 점수 없이 공격을 끝낸 키움은 마무리투수 김재웅을 9회초에 올렸다. 비록 팀은 1점 차로 지고 있었지만 깔끔하게 1이닝을 막고 9회말을 맞이해 동점 혹은 역전을 노리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마저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선두타자 오태곤의 안타를 시작으로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 김재웅은 대타 김강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키움은 곧바로 '베테랑' 김태훈을 호출했으나 최정과 한유섬의 연속 2타점 적시타로 순식간에 두 팀의 격차가 6점 차까지 벌어졌다.

SSG는 박성한의 1타점 적시타로 승리를 자축했고 키움은 9회말 1점을 따라가는 데 그쳤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9회초에 별다른 위기가 없었다면 키움이 생각했던대로 9회말 극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었다.

타격감 좋은 SSG

4차전 선발로는 SSG 숀 모리만도, 키움 이승호가 예고됐다. 안우진이 물집 부상 여파로 선발 등판할 수 없게 되면서 키움 홍원기 감독은 이승호 카드를 선택했다. 2019년과 2020년 두 시즌 동안 선발 경험을 쌓은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다만 냉정하게 선발 매치업에서 모리만도의 우세가 점쳐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⅔이닝 2피안타 2볼넷 1실점을 기록해 다소 부진하기는 했어도 올해 정규시즌 키움전에서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25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자칫 1승 3패로 몰릴 수 있는 키움으로선 여차하면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대한 불펜 자원을 활용하며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4차전을 내주고 인천으로 향한다면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여기에 2차전부터 침묵에 빠진 타선도 살아나야 한다. 플레이오프까지만 해도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한 이정후(한국시리즈 14타수 3안타)를 비롯해 주축 타자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이에 비해 SSG는 두산 베어스와 연습경기 때부터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이번 시리즈서도 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시리즈서 3경기 동안 뽑아낸 점수는 모두 20점, 매 경기 6점 이상 얻어냈다. 안우진 없는 키움 마운드가 이들을 막아낼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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