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K리그1 최우수선수상 수상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대상 시상식에서 울산현대 이청용이 K리그1 최우수선수상(MVP)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이청용, K리그1 최우수선수상 수상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대상 시상식에서 울산현대 이청용이 K리그1 최우수선수상(MVP)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모든 선수들이 염원하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도 기뻐하기보다 먼저 사과부터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자신 때문에 시즌 내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도 MVP 후보나 베스트11에도 들지 못한 동료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10월 2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대상' 시상식에서 이청용(울산 현대)이 K리그1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청용은 감독, 주장, 미디어 투표 합산 50.34점을 받아 19.40점을 얻은 신진호(포항)를 큰 차이로 제쳤다.
 
1988년생으로 올해 만 34세인 이청용은 2015년 이동국(당시 만 36세), 2008년 이운재(당시 만 35세)와 2014년 이동국(당시 만 35세)에 이어 K리그1 역대 4번째 최고령 MVP의 주인공이 됐다. 이청용에게는 프로 16년차 만에 처음으로 수상한 MVP이기도 하다.
 
이청용은 2004년 FC서울에 입단하며 프로 경력을 시작했고, 2006시즌부터 K리그에 데뷔했다. 2008년에는 최초로 K리그 베스트일레븐 미드필더 부문에 선정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다. 2009년 8월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하여 유럽파의 반열에 올랐고, 2019년까지 잉글랜드와 독일 무대를 누비며 활약했다. 2008년 5월부터는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어 2019년까지 A매치 89경기에서 9골을 기록하며 2번의 월드컵 본선에도 출전했다.
 
이청용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오랜 유럽 생활을 청산한 뒤 K리그로 11년 만에 복귀했다. 친정팀인 서울이 아니라 울산행을 선택하며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시 이청용은 "더 나이를 먹어 선수 생활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보다 최고 수준에서 경기를 할 수 있을 때 돌아오고 싶었다"고 밝히며 "울산을 선택한 이유는 우승하고 싶어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청용은 복귀 첫해 2020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에 기여했고, 입단 3년차인 올해는 울산의 주장을 맡아 소속팀에 무려 17년 만의 리그 우승까지 선물하며 자신의 말을 스스로 증명했다.
 
여기에 이청용은 올시즌 MVP까지 수상하며 해외파 국내 복귀의 모범사례를 완성했다. 울산 소속으로 MVP를 수상한 것은 1996년 김현석, 2005년 이천수, 2013년 김신욱, 2019년 김보경에 이어 이청용이 역대 5번째다. 또한 이청용은 리그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울산은 이청용, 조현우, 김태환, 김영권 등 4명의 베스트11을 배출한 데 이어 홍명보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까지 휩쓸며 기쁨이 두 배가 됐다.
 
이청용 MVP 수상의 다른 면

다만 이청용의 MVP 수상은 한편으로 그 자격 여부를 놓고 K리그에 다소 이상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 이청용은 2022시즌 울산 유니폼을 입은 이래 각종 대회에 걸쳐 가장 많은 43경기에 출전했고 K리그에서는 35경기에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이청용이 울산에서 2020시즌 리그 20경기 4골 1도움, 2021시즌 25경기 3골 1도움을 올린 것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이청용이 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엄연히 공격 자원이라는 것이다.
 
이청용과 비슷한 역할의 2선 미드필더 출신 MVP 수상자로 2017년 이재성(당시 전북)은 28경기 8골 10도움, 2019년 김보경(당시 울산)은 13골 9도움을 수상하며, 팀성적은 물론 개인기록에서도 이견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인 활약을 보였다. 이청용은 심지어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2020년 수상자 손준호(당시 전북, 2골 5도움)보다도 기록에서 처진다. 역할 특성상 공격포인트를 쌓기 어려운 수비수와 골키퍼 포지션을 제외하고, 이청용은 '역대 최저 공격포인트로 MVP를 수상한 선수'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물론 눈에 보이는 공격포인트만이 MVP를 평가하는 전부는 아니다. 이청용은 올시즌 라운드별 베스트11에 8번이나 선정되었을 만큼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무엇보다 울산의 그라운드 위 정신적 지주로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고, 큰 무대에서 자주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던 울산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올시즌 울산이 무려 17년 만에 정상을 차지했다는 '우승 프리미엄'도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MVP는 말 그대로 한 해 동안 '그 리그를 대표하여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리더십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팀 공헌도나 팀성적 프리미엄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개인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특히 중요한 경기에서 얼마나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는지 '임팩트'가 필요하다.

과연 이청용의 올시즌 활약상이 누가 봐도 'MVP급'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 냉정히 말해 이청용이 올시즌 개인의 능력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줬다고 할 만한 경기는 거의 없었다.
 
또한 울산에 이청용 말고 MVP급의 활약을 보여준 후보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표적으로 엄원상은 12골 6도움으로 울산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를 수립했다. 울산 팀내에서만 따져도 엄원상만이 아니라 레오나르도(11골 4도움), 아마노(9골 1도움), 아담(9골 3도움), 바코(8골 1도움), 골키퍼 조현우(38경기 33실점) 등 객관적으로 이청용보다 월등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선수의 해당 시즌 객관적인 활약상을 평가하기보다 '이청용'이라는 이름값의 상징성이 지나치게 반영되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엄원상은 올시즌 팀 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결과적으로 이청용 때문에 수상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엄원상의 주포지션은 오른쪽 날개로 이청용과 겹친다. 울산이 이청용을 베스트11와 MVP 후보로 강력하게 밀면서, 엄원상은 뜬금없이 공격수로 분류됐다.

두 명까지 수상이 주어지는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은 8명의 후보 중 이미 득점 1, 2위 조규성(전북, 29.91)과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 29.01점)이 월등한 성적으로 자리를 예약해놓은 상황이었고, 엄원상은 27.64점에 그쳐서 결국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청용도 이를 의식한 듯 MVP를 수상하면서도 다소 겸연쩍은 표정이 되어 엄원상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청용은 "엄원상에게 미안하다. 이번 시즌 나보다 더 잘해준 게 엄원상이었다. 다음 시즌 엄원상을 도와서 더 멋진 선수로 만들겠다"고 후배를 위로했다.
 
애초에 이런 문제가 나오게 된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구단이 먼저 MVP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후진적인 방식 때문이다. MVP 선정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구단보다는, 각계의 전문가들과 팬들이 폭넓은 참가할 수 있게 하여 누가봐도 그해 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인정받는 선수들이 수상 기회를 얻을수 있도록 후보군 선정 방식의 '투명성'부터 개선해야 한다.

MVP의 기준은 '연공서열'이나 '인기투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누군가를 밀어주거나 나눠먹는 포상 개념으로 여겼다면 이는 상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MVP라는 타이틀의 진정한 무게감이란, 이름값이나 계급장을 떼고 오직 실력을 바탕으로 한 객관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만일 울산에서 자체적으로 팀 내 MVP를 선정하는 것이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MVP 선정을 마치 베테랑과 스타선수라는 이유로 특별우대한 듯한 선례는,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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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K리그MVP 엄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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