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강성형 감독이 부임한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3개 팀(김호철,고희진,권순찬)이 남자팀 감독 출신의 사령탑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제 7개 구단 중 절반이 넘는 4개 구단을 남자부 출신 지도자가 이끌게 된 것이다.

남자부의 대한항공 점보스를 지휘했다가 2016년 3월 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선임된 김종민 감독도 그 중 한명이다. 도로공사는 김종민 감독 부임 후 FA 배유나와 박정아를 차례로 영입했고 2017-2018 시즌 드디어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강자로 올라섰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도로공사는 2018-2019 시즌 챔프전 준우승에 이어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2021-2022 시즌에도 승점70점으로 2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김종민 감독의 조용한 카리스마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지난 시즌의 놀라운 선전에도 이번 시즌 도로공사에 대한 전망은 다소 어두운 게 사실이다. V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1981년생)을 비롯한 주력 선수들이 한 살을 더 먹었고 지난 시즌 득점 2위(775점), 공격성공률 3위(42.19%)에 오르며 공격을 이끌었던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시고르타 샵)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32경기에서 24승을 따냈던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에도 다시 한 번 배구팬들을 놀라게 할 준비를 마쳤다.

시즌 중반 무서운 상승세로 2위로 마감
 
 이윤정은 지난 시즌 서브를 넣기 전, 주심을 향해 꾸벅 인사하는 독특한 루틴으로 배구팬들에게 '유교세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윤정은 지난 시즌 서브를 넣기 전, 주심을 향해 꾸벅 인사하는 독특한 루틴으로 배구팬들에게 '유교세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 한국배구연맹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V리그는 메레타 러츠(MEGABOX)를 비롯해 발렌티나 디우프(코머세콘 우치), 헬렌 루소(뮬하우스) 등 리그를 주름잡던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해외리그로 돌아갔다. 하지만 도로공사 입단 당시부터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인지도가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 받았던 켈시 페인은 도로공사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2021-2022 시즌에도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비게 됐다.

러츠 같은 엄청난 피지컬의 외국인 선수나 디우프, 루소 같은 유럽 빅리그 출신의 외국인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V리그에 잔류한 켈시는 졸지에(?)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켈시는 지난 시즌 도로공사의 공격을 이끌며 각종 공격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지만 도로공사 역시 주공격수로 활약한 켈시가 없었다면 정규리그 2위의 성적은 감히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작년 도쿄올림픽에서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짝을 이뤄 한국의 4강 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클러치박' 박정아도 토종거포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도로공사가 치른 32경기에 모두 출전한 박정아는 7개 구단 토종 공격수 중에서 가장 많은 1153회의 공격을 시도해 34.08%의 성공률로 440득점(8위,국내선수 2위)을 올리며 켈시와 '좌우쌍포'로 맹활약했다.

'최리' 임명옥의 건재를 확인한 것도 도로공사에게는 커다란 호재였다. 2019-2020 시즌과 2020-2021 시즌 수비 1위에 오르며 리베로 부문 BEST7에 선정됐던 임명옥은 지난 시즌에도 세트당 9.09개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세 시즌 연속 리베로 부문 BEST7에 선정됐다. V리그 여자부에서 세 시즌 연속 수비 1위를 차지한 선수는 2005년부터 2006-2007 시즌까지 수비 부문을 호령했던 남지연 리베로 이후 역대 두 번째였다.

2라운드 초반까지 4승4패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던 도로공사는 2라운드 중반부터 파죽의 12연승 행진을 달리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당시 도로공사 상승세를 견인한 인물은 다름 아닌 '유교세터' 이윤정이었다. 실업배구 수원시청에서 활약하다가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2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이윤정은 뛰어난 기본기를 바탕으로 도로공사의 주전세터 자리를 차지하며 지난 시즌 신인왕에 등극했다.

평균연령 높은 도로공사, 경험 앞세워 V2 도전
 
 지난 시즌 토종 선수 중 가장 많은 공격을 시도했던 박정아는 이번 시즌에도 도로공사의 공격을 책임져야 한다.

지난 시즌 토종 선수 중 가장 많은 공격을 시도했던 박정아는 이번 시즌에도 도로공사의 공격을 책임져야 한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임명옥 리베로와 2년 총액 7억 원에 계약을 했지만 이고은 세터의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이적을 막지 못했다. 물론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을 통해 이윤정 세터라는 대안을 마련했고 183cm의 장신세터 유망주 안예림도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도로공사 세터진의 맏언니였던 이고은 세터의 이적이 이번 시즌 도로공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해준 외국인 선수 켈시와 결별한 도로공사는 지난 4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의 아웃사이드 히터 카타리나 요비치를 지명했다. V리그 경험자들이 많이 활약할 이번 시즌에 요비치는 AI페퍼스의 니아 리드와 함께 V리그에 첫 선을 보이는 2명의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다. 도로공사 구단과 팬들은 요비치가 켈시 정도의 기량을 발휘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정대영과 배유나로 구성된 미들블로커 듀오는 도로공사의 자랑이자 불안요소다. 정대영과 비유나는 지난 시즌 블로킹 부문에서 각각 4위(세트당 0.70개)와 6위(세트당0.65개)에 오르며 변함 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두 베테랑 미들블로커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두 선수 중 한 선수만 삐끗해도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배유나가 부상으로 4경기 출전에 그쳤던 2019-2020 시즌 도로공사는 최하위로 추락한 바 있다.

박정아와 카트리나가 공격을 책임질 예정인 도로공사에서는 또 한 명의 아웃사이드 히터가 임명옥 리베로와 함께 서브리시브를 전담하면서 '쌍포'의 공격부담도 덜어줘야 한다. 수비를 생각한다면 '리베로급' 수비를 자랑하는 문정원이 주전으로 가장 유력하지만 지난 시즌 부쩍 성장한 전새얀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지난 8월 컵대회에서 도로공사의 준우승을 이끌며 MIP에 선정된 2년 차 김세인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도로공사는 이윤정 세터를 제외한 주전 대부분이 30세를 훌쩍 넘겼기 때문에 지금의 '황금멤버'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 따라서 도로공사는 매 시즌 매 경기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과연 지난 시즌 갑작스러운 시즌 조기종료로 봄 배구를 해보지도 못한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두 번째 챔프전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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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박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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