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신임 사령탑 선임 홈런으로 한국 야구팬을 열광하게 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는다. 두산은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두산 베어스 제공)

▲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신임 사령탑 선임 홈런으로 한국 야구팬을 열광하게 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는다. 두산은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두산 베어스 제공) ⓒ 연합뉴스

 
'코끼리' 김응용 감독은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해태 타이거즈를 이끌었고 '그라운드의 여우' 김재박 감독도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1년 동안 현대 유니콘스의 사령탑을 지냈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이나 김재박 감독은 무척 예외적인 경우로 KBO리그에서 대부분의 감독들은 구단과 2~3년 계약을 체결하고 그나마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하거나 해임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두산 베어스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태형 감독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두산의 왕조시대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장수감독이다. 하지만 매년 '미라클 두산'을 만들었던 김태형 감독도 계약기간 마지막 해였던 올 시즌 두산의 9위 추락을 막지 못 했고 두산 구단은 지난 11일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8년 동안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사령탑과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두산은 그로부터 정확히 3일이 지난 14일 김태형 감독의 사임보다 훨씬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바로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야구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승엽 감독을 두산의 11대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지난 2017년 현역 은퇴 후 감독은커녕 코치로서의 경험조차 없는 이승엽 감독이, 그것도 청춘을 바쳤던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가 아닌 두산의 감독에 선임된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과 일본 넘나들며 대활약한 '국민타자'

경북고 2학년 시절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청룡기 우승과 함께 최우수 투수상을 수상했던 '투수 이승엽'은 1995년 고졸 연고구단 자유계약을 통해 삼성에 입단했다. 당시 이승엽은 타자보다 투수에 더 욕심이 많았는데 삼성을 이끌던 우용득 감독과 박승호 타격코치는 이승엽의 타격재능을 알아보고 팔꿈치 부상에서 회복할 때까지만 타자로 기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는 이승엽의 운명을 바꾼 최고의 선택이 됐다.

루키 시즌 타율 .285 13홈런을 기록하며 완전히 타자로 정착한 이승엽은 프로 3년 차가 된 1997년 타율 .329 32홈런 114타점 96득점을 기록하며 홈런과 타점, 최다안타 1위로 생애 첫 MVP를 수상했다. 1998년에는 외국인 선수 타이론 우즈가 KBO리그 최다홈런 기록(42홈런)을 갈아 치우며 이승엽의 자존심을 건드렸지만 이승엽은 1999년 곧바로 아시아 최다홈런(55개)에 1개가 부족한 54홈런을 때려내며 응수했다.

2001년 39홈런, 2002년47홈런으로 통산 4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이승엽은 2002년 LG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LG의 마무리 이상훈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터트리며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이승엽은 2003년 심정수와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벌인 끝에 56홈런을 때려내며 오 사다하루(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를 뛰어넘는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작성하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2004년 일본 프로야구 치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한 이승엽은 첫 해 타율 .240 14홈런 50타점으로 부진했지만 2005년 30홈런 82타점과 함께 일본시리즈에서 홈런 3개를 치면서 치바 롯데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그리고 2006년엔 일본 최고의 명문구단 요리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해 2006년 타율 .323 41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면서 '대한민국 국민타자'의 위용을 뽐내기도 했다.

2006 시즌이 끝나고 요미우리와 4년 30억 엔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이승엽은 2007년 30홈런 74타점을 기록한 이후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2010년까지 3년간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실제로 일본 현지에서는 대형계약을 맺고 부진에 빠진 이승엽에 대한 비난여론이 상당히 거세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 이승엽을 비난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이승엽은 국제대회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서 펄펄 날았던 '합법적 병역 브로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본격적으로 대표팀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이승엽은 대회 내내 1할대 타율과 함께 9경기에서 단 1홈런에 그쳤을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승엽이 시드니 올림픽에서 때린 5개의 안타 중 1개가 바로 동메달 결정전으로 치러진 한일전에서 당시 일본이 자랑하던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때려낸 2타점 결승 2루타였다. '합법적 병역 브로커' 이승엽의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006년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이승엽을 위한 무대였다. 당시 요미우리와 FA계약을 체결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이승엽은 1라운드 한일전에서 8회 일본의 마무리 이시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역전 투런홈런을 작렬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2라운드 미국전에서는 2005년 좌타자에게 허용한 피홈런이 단 1개였던 '22승 투수' 돈트렐 윌리스를 상대로 홈런포를 터트렸다. 이승엽은 이 대회에서 5홈런 10타점으로 홈런, 타점 부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승엽이 진정한 '한국야구의 영웅'으로 등극한 대회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대회 내내 주 1루수 겸 4번타자로 출전하고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이승엽은 4강 한일전 결승 투런 홈런에 이어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1회 선제 결승 투런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이 왜 '국민타자'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당시 이승엽 덕분에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 중에는 올해 선수생활을 마감한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있었다.

2011년 오릭스 버팔로스로 이적해 1년 동안 활약한 이승엽은 2012년 친정 삼성으로 돌아와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3년 연속 삼성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특히 2012년에는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고 2016년 9월 1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한일통산 600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승엽은 KBO리그 복귀 후에도 2012년과 2014년, 2015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따냈을 정도로 정상급 기량을 꾸준히 유지했다.

2015 시즌이 끝나고 삼성과 2년 총액 36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한 이승엽은 2017 시즌이 끝나면 현역생활을 마감할 거라고 선언했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 이승엽에 대한 은퇴투어를 제안했고 모든 구단이 이에 동의하면서 이승엽은 사상 최초로 은퇴투어를 진행한 선수가 됐다. 그렇게 이승엽은 통산 464홈런 1498타점 1355득점이라는 위대한 기록을 남기고 삼성, 그리고 KBO리그의 영원한 전설이 됐다.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감독 맡은 이승엽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신임 사령탑 선임 홈런으로 한국 야구팬을 열광하게 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는다. 두산은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9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투어 행사에서 두산 베어스 구단이 준비한 달항아리를 받고 있는 모습.

▲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신임 사령탑 선임 홈런으로 한국 야구팬을 열광하게 한 '국민타자' 이승엽이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는다. 두산은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9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투어 행사에서 두산 베어스 구단이 준비한 달항아리를 받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현역 은퇴 후 KBO리그 홍보대사에 임명된 이승엽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SBS 해설위원으로 합류하면서 현장이 아닌 중계석에서 야구팬들을 만났다. 물론 일부 야구팬들은 KBO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홈런타자 이승엽이 현장을 떠나 있는 것은 '인력낭비'라고 비판했지만 이승엽은 좀처럼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6월엔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의 감독을 맡으면서 현장과 더욱 멀어지는 듯했다.

따라서 이승엽의 두산 감독 선임은 야구팬들에게는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야구팬들은 벌써부터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 그려진 이승엽 감독의 벽화가 지워지게 될지,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당시 장원준이라는 큰 선물을 안겼던 두산 구단이 이승엽 감독에게는 어떤 선물을 안겨 줄지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고향을 버리고(?) 두산을 선택한 이승엽 감독을 원망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야구팬들이 이승엽 감독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부족한 현장경험이다. 하지만 KBO리그에는 2019년 키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장정석 감독(KIA 타이거즈 단장)과 2021년 삼성의 정규리그 2위를 견인했던 허삼영 감독 등 코치 경험이 없는 감독들의 성공사례가 자주 나오고 있다. 다른 종목으로 넘어가면 배구의 박미희 감독과 김세진 감독 등이 코치 경력 없이 해설위원에서 곧바로 감독으로 변신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바 있다.

따라서 '감독 이승엽'의 성공여부 역시 그가 현역 은퇴 후 걸어왔던 과거의 행적보다는 앞으로의 행보에 의해 결정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승엽 감독은 감독 부임과 동시에 삼성 시절 동료였던 김한수 전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하며 시즌준비에 돌입했다. 최근 프런트 출신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으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KBO리그에서 오랜만에 나타난 슈퍼스타 출신 이승엽 감독은 두산에서 어떤 감독으로 남게 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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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이승엽 국민타자 11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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