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고교야구에서 우승한 인천고등학교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계기범 감독에게 행가레하고 있다.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고교야구에서 우승한 인천고등학교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계기범 감독에게 행가레하고 있다. ⓒ 박장식

 
인천고등학교가 전국체육대회 고교야구 무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인천고등학교는 울산 중구야구장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19세 이하부(고교야구) 대회에서 강릉고등학교를 6-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인천고등학교는 울산 땅에서 1995년 이후 27년 만에 전국체전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올해 전국체전은 이미 프로야구에 지명된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대회의 무게감이 꽤나 높아졌다. 특히 인천고등학교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에 1라운드 지명된 이호성 선수를 비롯해 롯데에 11라운드 지명된 배인혁 등이 출전해 친구, 후배들과 함께 나서는 마지막 대회의 의미를 더했다.

강한 학교들 뚫고, 뚫으며 오른 결승

지역 예선을 거쳐 각 시도마다 단 한 학교만의 출전을 허락하는 전국체전답게 고교야구의 강팀들만 모였다. 강릉고등학교와 인천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휘문고, 경남고. 세광고 등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야구 명문학교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그런 만큼 토너먼트 대진도 강한 학교만 뚫어야 하는 '첩첩산중'이었다.

강릉고등학교는 첫 대회부터 경남고를 만나고, 인천고등학교는 2회전에서 광주제일고를 맞닥뜨렸다. 준결승에서는 강릉고교가 북일고를, 인천고교가 경북고를 만나는 등 한 주 남짓의 짧은 기간에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강한 학교들을 이겨내야 하는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독 이번 전국체전은 각 학교가 너무나도 치열했다. 12일 열린 준결승전에서 강릉고등학교는 북일고등학교를 연장 11회까지 가는 승부 끝에 8대 7로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고, 인천고등학교 역시 경북고등학교를 상대로 5-4의 스코어로 승리하는 등 준결승에서도 촌각을 다투는 승부가 벌어졌다.

보통 프로 진출과 대학 입학으로 인해 3학년 선수들이 상당수 빠지고 1·2학년이 주축이 되는 예년 대회와는 달리, 올해 대회는 프로 무대 데뷔가 예정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면서 대회의 긴장감도 꽤나 높아졌다. 특히 야구 팬들에게는 '미리 보는 우리 팀 선수'의 경기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당장 1·2라운드에서 차례로 지명된 북일고 최준호(두산), 문현빈(한화)도 팀의 동메달을 이끄는 등 활약했고, 이호성 선수 역시 준결승전까지 투구 수 제한이 걸릴 정도의 호투를 펼치며 삼성 팬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그럴 만큼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에 걸린 선수들의 열정도 높았던 셈이다.

인천고의 짜릿한 역전... 김지윤 '고별 위력투' 한몫해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고교야구에서 우승한 인천고등학교 김지윤 선수가 우승의 순간 포효하고 있다.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고교야구에서 우승한 인천고등학교 김지윤 선수가 우승의 순간 포효하고 있다. ⓒ 박장식

 
이날 오전부터 펼쳐진 결승전 경기는 초반 강릉고의 우세로 흘러갔다. 강릉고는 3회 선두타자 김영후의 안타를 시작으로 황우영·김예준의 연속 안타까지 터지며 첫 득점을 올렸다. 특히 이율예 선수까지 타점을 때려내면서 석 점 차로 인천고등학교를 따돌렸다.

위기의 인천고는 3회부터 3학년 김지윤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를 병살로 막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은 김지윤 선수에게 타선도 응답했다. 인천고는 5회 상대를 완전히 뚫어내는 연속 몸에 맞는 볼에 힘입어 무려 넉 점을 올렸다. 6회에도 선두 타자 조국을 시작으로 배인혁·임영기의 연속 안타까지 터지며 두 점을 더 올렸다.

그렇게 6-3으로 기울어진 경기는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특히 김지윤 선수는 6.2이닝 동안 무실점 피칭을 펼치며 자신의 학생 선수로서의 생활을 마치는 '고별 위력투'를 펼쳤다. 김지윤은 상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3년간의 마무리를 한국 최고의 스포츠 무대에서 펼치는 데 성공했다.

인천고등학교 계기범 감독은 "3학년이 잘 던져준 덕분에 우승까지 한 것 같다"며,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학생 선수로서의 시즌이 끝난 것이 아님을 알고 끝까지 해준 덕분이다. 특히 재작년 봉황대기 우승을 했을 때도 3학년 선수들이 열심히 해 주지 않았나.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국체전 대회 내내 활약한 이호성 선수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할 것이 없는 선수"라며, "누구보다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잘 하는 선수이니 프로 가서도 잘 할 것 같다"며 칭찬했다. 계 감독은 "동계 훈련 잘 치러서, 내년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릉고등학교 최재호 감독도 "첫 경기 잡는 것을 목표로 왔는데, 예상 외로 선수들이 잘 해준 덕분에 두 번 연속으로 전국체전 결승까지 갔다. 120% 만족한다"며 말했다. 최 감독은 "개인으로서는 대표팀 감독으로도 아쉬웠고, 올해 전국대회 우승을 못 가져가서 아쉽다. 그래도 선수들이 올 한 해 너무 잘 해줘 만족이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내년 계획을 묻자 "우리 학교가 언제나 주목받던 팀까지는 아니었잖나"라며, "내년에도 한 게임씩 이기면서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짐했다.

한편 이번 대회 일반부로 펼쳐진 대학야구에서는 세종 대표로 나선 홍익대학교가 우승을 차지했다. 홍익대는 결승 상대로 만난 인하대를 투타 양면에서 압도하면서 7-5로 승리, 전국체전 야구 종목에서 웃은 또 다른 팀이 되었다.

"이제 '직업'으로 야구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프로 데뷔를 앞둔 선수들은 설렘 반, 긴장 반의 표정을 드러냈다. 한화 이글스에 11라운드 지명되며 '막차'를 탄 강릉고등학교 김예준 선수는 "안 될 줄 알았는데 지명까지 되어서 너무나도 기뻤다"며, "이제 프로에서 직업으로 야구할 수 있게 된 것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예준 선수는 "하위 라운드라고 해서 좌절하지 않고, 한화에 가서도 주목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학교에서 했듯 주장까지 되고 싶다"며 웃었다. 특히 한화 입단 동기가 된 '절친' 문현빈(북일고) 선수에 대해서도 "현빈이는 대단한 친구다. 그래도 프로에서는 성적으로 한 번 이겨보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며 말했다.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고교야구에서 우승한 인천고등학교 이호성 선수.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고교야구에서 우승한 인천고등학교 이호성 선수. ⓒ 박장식

 
내년이면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게 될 인천고 이호성 선수는 "올 시즌 3학년 아이들이랑 추억도 많지 않았고, 대회 성적도 좋지 않았었다"며,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후배들에게도 좋은 인상 남기고 싶었다"고 전국체전에 임했던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호성은 "2년 전 봉황대기 우승 때가 떠오르더라.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후배들에게 우승 선물한다는 실감이 들었다"며 웃었다.

"삼성에서 지명할 줄은 몰랐다. 갑자기 인천고라고 부르셔서 어? 했다가 이호성이라는 이름 불리고 '아 됐구나!' 싶었다"며 드래프트 때 1라운드에서 지명되었던 후기를 밝히기도 했던 이호성 선수. 프로에서의 계획을 묻자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소망을 드러냈다.

전국체육대회가 끝나면서 올해의 고교야구 무대는 막을 내렸다. 1·2학년 선수들은 동계 훈련을 통해 3학년에서의 결실을 노리고, 진학·진로가 결정난 3학년 선수들은 대학야구에서, 그리고 프로야구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준비를 위해 누구보다도 땀흘려 준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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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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