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 MBC

 
MBC <놀면 뭐하니?>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방영된 제152회 '뭉치면 퇴근' 편으로 꾸며져 다채로운 미션 수행 등이 소개되었다. 기존 유재석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 등 5명에 새 멤버 이이경, 박진주가 더해져 총 7인 체제로 달라진 지 세 번째 시간을 맞은 <놀면 뭐하니?>였지만 앞선 방영분들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채 아쉬움을 남긴 바 있었다.

​이날 방송에선 기존 <무한도전> 혹은 여타 예능에서 종종 만날 수 있었던 텔레파시, 양자택일,  아르바이트, 추격전 등 다양한 소재를 결합시킨 시도가 이뤄졌다. 참신함 보단 익숙함이 먼저 앞서는 대상이지만 그만큼 잘 다루기만 하면 재미와 웃음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기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막상 방송이 시작된 이후 <놀면 뭐하니?>의 이날 전개는 마치 길을 찾지 못하는 네비게이션을 방불케하는 진행으로 인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출연진들은 새로운 출발을 맞아 의욕적으로 뛰어 다녔지만 막상 남는 게 없는 묘한 방영분이 되고 만 것이다.

제한 시간 30분 안에 멀리 떠나라?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 MBC

 
모처럼 야외 대신 방송국 대기실에 모인 7인은 이런 저런 수다 속에 본격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제작진의 호출로 박진주가 밖으로 나가고 이후 아무 소식이 들려오질 않았다. 곧이어 이이경이 불려 나가자 남은 멤버들은 그제서야 뭔가 미션이 있음을 알아 차리게 되었다.  담당 PD 앞에 선 멤버들은 대(大), 소(小)가 적힌 봉투 중 하나를 골라야만 했다.  

​그 안에는 이들이 수행해야할 미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소'를 고른 사람은 30분 안에 택시를 타고 멀리 이동해야 했고 '대'를 택했다면 '버스'를 타고 가능한 먼 거리를 가야하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택시 타고 파주로 가거나 광역 버스를 타고 강남으로 이동하는 등 제각각 방법으로 방송국을 벗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30분 경과 후 제작진의 문자를 받고 이들은 "속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먼거리 이동은 속임수였고 실상은 각자 이용한 교통 요금 만큼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어 와야 하는 것이었다. 2천원 정도의 요금만 소요되는 버스에 올라탔던 이이경, 이미주는 한숨 돌리게 되었지만 1만원 이상 지출한 유재석 등 나머지 5인은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선택에 따라 달라진 아르바이트 희비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 MBC

 
​그런데 이번에도 이들은 몇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장당 얼마, 건당 얼마 식으로 나눠진 항목에 따라 제각기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이경과 이미주는 음식점 배달, 유재석과 하하는 방송국 영상 프리뷰 정리, 신봉선과 정준하는 중국집 양파 까기, 마지막으로 박진주는 샌드위치 매장 알바생으로 정해진 분량을 채워야 한다.

​가장 난감했던 건 유재석과 하하였다.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와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에 허탈해하던 그들에게 배정된 일은 예능 동영상 프리뷰 작업이었다. 영상을 보고 다 대본화 시키는 일종의 예능 속기록으로 이는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방송국 입장에선 손이 많이 가지만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일일히 내용 보고 워드 프로세서 작업을 해야 하는 터라 글자판 입력 자체가 서툰 이들에겐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기도 하다.

​제작진과의 신경전 속에 한시간 동안 몇 장 안되는 원고 작업에 진땀을 뺀 이들과 달리 정준하와 신봉선은 양파 때문에 눈물 쏙 빼면서 한 시간 동안 일을 해야만 했다. 이밖에 나머지 멤버들 또한 제각각의 방식대로 제시된 시간, 분량 만큼 일하면서 필요한 금액을 채우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미션은 다음 주부터 시작이었다. 각자 공통된 생각, 행동을 해야 귀가 할 수 있는 '뭉치면 퇴근'이 진짜 미션이었던 것이다.  

준비는 많이 했지만... 
 
 MBC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 MBC

 
​서울 곳곳을 누비면서 멤버들은 각자 부여 받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일반적인 아르바이트 혹은 과제 수행을 소재로 삼았다면 이에 부응하는 웃음이 곳곳에서 퍼져 나오는게 정상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날 <놀면 뭐하니?>에선 그러한 부분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전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전개 방식이었는데다 고강도의 벌칙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미션 치곤 난이도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 어중간한 수위의 과제 이행은 보는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아르바이트 및 직업 체험이라면 사람들은 이미 <무한도전> 시절의 '극한 알바', 웹예능 <워크맨> 등에서 확실한 재미를 맛 본지 오래였다. 출연진의 뒤통수 칠 정도의 반전 또한 <무도>, <런닝맨> 등에서 충분히 다뤄온 바 있었다. 기존 예능에서 다뤄봤던 안전 지향적인 소재를 택했다면 그에 견줄만한 혹은 그 이상의 웃음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드시 필요했다. 안타깝게도 <놀면 뭐하니?>로선 실속 없는 전개와 애매모호한 방향성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핵인싸' 이이경의 시민들을 상대로한 예측불허 인사, 유재석과 하하의 티격태격 케미 정도를 제외하면 이번 방영분에서의 웃음 요소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다. 양파 까기는 단순히 시간 허비에만 머물렀고 샌드위치 알바는 장시간 할애한  PPL 광고 영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

3-4개 정도 소재의 결합, 각지로 뿔뿔이 흩어진 멤버들과 함께 재미 또한 제각각 쪼개져 버린 것이다. 양자택일-아르바이트-추격전-기타 등등의 요소는 다 등장했지만 그 무엇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말았다. 한 시간 반 동안 많은 것을 담으려는 노력은 엿보였지만 실속없는 전개가 시청의 집중력만 흐트러 놓은 건 이번 방영분의 크나큰 실책 중 하나였다. 지금 이 프로그램에 필요한 건 소재 혹은 사람에 대한 '집중'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놀면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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