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팀의 리드를 지키기는 했다. 다르게 보면 팀의 불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산 베어스 불펜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두산은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서 4-2로 승리를 거두었다. 임찬규(4⅓이닝 5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3실점 2자책)와 국내 선발 맞대결을 펼친 곽빈은 6⅓이닝 동안 6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2실점을 기록, 시즌 4승째를 수확했다.

상대 실책을 놓치지 않은 타선이 2회초에만 3점을 뽑아내면서 상대 선발 임찬규를 일찍 마운드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경기 후반이었는데,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자 김태형 감독은 '필승카드' 정철원을 7회말부터 기용해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21일 LG와 원정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팀의 리드를 지킨 두산 우완투수 정철원

21일 LG와 원정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팀의 리드를 지킨 두산 우완투수 정철원 ⓒ 두산 베어스


끝까지 마운드를 지킨 정철원

팀이 2점 차로 앞서고 있던 7회말 1사 1, 2루서 마운드에 오른 정철원은 패스트볼 한 개 없이 변화구 3개로 첫 타자 홍창기에게 삼진을 유도했다. 뒤이어 등장한 박해민이 정철원의 초구 패스트볼을 공략했지만 좌익수 조수행의 글러브 안으로 공이 들어갔다.

8회말 역시 정철원에게 순탄치 않은 순간이었다. 특히 선두타자 김현수를 승부하는 과정에서 타임 요청에 대한 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이후 김현수의 볼넷, 채은성의 안타로 단숨에 득점권 위기를 맞이했다. 오지환이 삼진으로 물러난 이후에는 문성주의 내야안타로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LG 입장에서는 루상에 있는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만 하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로벨 가르시아의 타석에서 초구가 포수 뒤로 빠지는 사이 빠르게 후속 동작을 선보인 포수 박세혁이 투수 정철원에게 송구하면서 홈 쇄도를 시도한 3루주자 김현수를 잡아냈다. 한순간의 판단으로 두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고 아웃카운트 1개를 챙긴 정철원은 가르시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장면은 9회말이다. 이미 1⅔이닝을 던진 정철원이 또 등판했다. 마무리 보직을 맡고 있는 홍건희가 경기 전 훈련 도중 담 증세를 보이면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면서 김태형 감독이 따로 투수교체를 가져가지 않았다. 장원준, 이승진 등 대안이 없던 것은 아니었음에도 가장 믿음직한 정철원에게 중책을 맡겼다.

다행히 정철원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문보경-이재원-홍창기로 이어지는 타선을 차례로 범타 처리하면서 두산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이날 정철원의 최종 성적은 2⅔이닝 2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올해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41개)를 기록했다.
 
 21일 LG와 원정 경기서 위기를 맞이하자 권명철 투수코치, 포수 박세혁과 이야기를 나눈 두산 우완투수 정철원

21일 LG와 원정 경기서 위기를 맞이하자 권명철 투수코치, 포수 박세혁과 이야기를 나눈 두산 우완투수 정철원 ⓒ 두산 베어스


정철원에게 가중되는 부담, 곱씹어볼 문제

5월 6일 잠실 kt 위즈전서 데뷔전을 치른 정철원은 단 한 번도 엔트리에서 말소되지 않고 1군 선수단과 동행하는 중이다. 올 시즌 성적은 43경기 3승 2패 14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78로 두산이 발견한 최고의 '히트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올해가 첫 풀타임 시즌인 투수에게 아웃카운트 8개를 맡기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일 뿐 자칫 마무리 투수의 공백이 팀의 역전패로 이어질 뻔했다. 데뷔 첫 세이브를 달성한 지난 7월 7일 키움 히어로즈전만 봐도 이닝(1이닝)과 투구수(21개)가 많지 않았다.

경험을 쌓는다는 측면에서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이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믿을 만한 투수가 없어 정철원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던 게 두산의 현실이다. 김명신을 비롯해 연투를 할 수 있는 투수뿐만 아니라 전날 나오지 않은 이승진도 호출을 받지 않았다.

곽빈을 제외한 국내 선발 투수들의 부진이 점점 길어지고 있고 외국인 투수 로버트 스탁이 큰 기복을 보이는 점도 두산의 큰 고민거리다. 다른 팀들에 비해 잔여 경기(39경기) 수가 많은 편이라 마운드의 과부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달이면 확대 엔트리로 기존 28명서 5명이 추가된 33명까지 1군에 등록될 수 있다. 마운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새롭게 합류하는 투수들이 팀에 힘을 보태야 한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정철원만 믿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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