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이브를 거두고 있는 한화 마무리 투수 장시환

장시환 ⓒ 한화이글스

 
은퇴한 프로야구 투수 심수창(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른바 '연패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그는 LG 소속이었던 지난 2009년 6월 26일 문학 SK전부터, 넥센으로 팀을 옮긴 2011년 8월 3일 대구 삼성전까지 약 2년 2개월간 약 세 시즌에 걸쳐 무려 '18연패'를 당한 바 있다.
 
심수창의 기록은 현대야구에서 어지간하면 다시 나오기 힘든 불멸의 진기록으로 꼽혀왔다. 2019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해설위원 및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심수창은 개인에게는 큰 아픔이었을 18연패 기록을 종종 스스로 소환하여 '웃픈 자폭 개그'의 소재로 써먹기도 했다.
 
이처럼 다시 나오기도 어렵고, 굳이 나와서도 안 될 희대의 진기록이 최근 들어 약 11년만에 경신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심수창의 아성을 위협하는 '후계자'는 바로 한화 이글스 장시환이다.

장시환은 지난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 3-2로 앞선 9회 마무리로 등판했으나, 고작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데 그치며 0.1이닝 3피안타 3볼넷 5실점(5자책)의 부진으로 블론세이브(BS)와 함께 패전의 멍에까지 썼다. 한화는 3-7로 패하며 27승 2무 63패(승률 .300)로 압도적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어느덧 3할승률마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또한 이날 패배로 장시환의 연패 기록은 어느덧 17연패로 늘어났다. 선발로 뛰던 2020년 9월 27일 NC전 패배를 시작으로 벌써 2년 가까이 승리를 맛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KBO리그 역대 투수 최다연패 2위 기록이며, 1위인 심수창의 대기록과는 이제 불과 1패 차이다. 은퇴한 김종석(롯데)의 16연패, 장명부(청보)의 15연패 기록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장시환은 현대 유니콘스(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데뷔하여 히어로즈, KT, 롯데를 거치며 2020시즌부터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장시환은 데뷔 초부터 실력이나 노력과는 별개로 유독 승운이 없는 투수로도 유명했다. 2007년에 1군무대에 첫 데뷔했던 장시환이 첫 승을 신고한 것은 2015년 4월 22일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상대로 5⅓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내며 무려 데뷔 9시즌 만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중도에 상무 피닉스에서의 군복무기간을 포함하여 암 투병으로 인한 공백기 등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장시환은 2019년 롯데에서 13패(2위), 2020년 14패(2위), 2021년 11패(3위)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연패를 달성했다. 반면 이 기간 장시환이 거둔 승수는 단 10승에 불과하며 특히 2021시즌에는 1승도 거두지못하고 오직 패배만 두 자릿수를 넘기는 진기록을 세웠다.
 
2020시즌부터 선발로서만 13연패에 빠진 장시환은 올시즌 들어 불펜으로 보직을 전격 변경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정우람의 공백을 메우며 주전 마무리로 부상한 장시환은 올시즌에만 개인 최다인 14세이브를 올리며 불펜 전환이 대성공을 거두는 듯 했으나, 여전히 승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시환은 올시즌 불펜에서 4패를 추가했는데 그중 3패가 이번 7월에 몰려있다. 최근 6경기에 등판하여 무자책점 경기는 1번뿐이었고 무려 12점을 내준 장시환은 평균자책도 5.05까지 치솟았다. 반면 장시환의 통산승수는 2020년에 기록한 '25승'에 멈춰져 있다.
 
물론 17연패까지 이어진 것은 온전히 장시환의 책임만은 아니었다. 장시환은 데뷔 이래 거쳐간 모든 팀에서 꼴찌를 경험해봤다는 특이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이던 2011년을 비롯하여 2015-16년 KT, 2019년 롯데, 2020-21년에 이어 올해도 사실상 꼴찌가 확정적인 현 소속팀 한화까지 총 4개의 팀에서 모두 꼴찌를 경험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소속팀의 전력이 약하다보니 장시환이 잘 던진 경기에서도 동료들의 지원을 얻지못하여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써야했던 경우도 많았다. 불펜투수로 보직을 변경한 후에도 팀 전력이 약하다 보니 행운의 구원승도 쉽지 않았다. 동점 상황에서 나와 구원승으로 연패를 끊을 기회가 몇 번 있기는 했지만 한화 타선이 도와주지 못했다.
 
이는 최다 연패 기록 보유자인 심수창도 마찬가지였다. 심수창은 18연패 중 넥센 히어로즈 시절 1패만 제외하면 나머지 17연패를 LG 트윈스에서 기록했다. 당시 LG는 10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극심한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이었고, 심수창이 한창 연패에 허덕이던 기간도 LG가 슬럼프에 빠졌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당시 심수창은 연패 기간동안 퀼리티스타트(QS)를 기록한 경기도 5번이나 있었지만 타선이나 불펜 지원을 받지 못하여 승리를 날렸고, 심지어는 불펜에서 투입되어 공 2개만 던지고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쓴 경우도 있었다. 투수의 승리가 혼자만 잘해서 이룰 수 없는 야구의 특성을 감안할 때, '팀운이 곧 승운'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애초에 프로야구에서 개인 18연패-17연패같은 진기록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를 구조적으로 돌아보면 심수창이나 장시환의 기록은 단지 웃음거리로만 폄하할수는 없다. 애초에 그 정도로 실력이 미달인 투수였다면 아예 1군에 기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심수창은 방송에서 야구 커리어가 개그의 소재로 쓰이는 것과는 별도로 무려 16시즌이나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통산 390경기에 등판해 42승68패, 24홀드, 14세이브, 평균자책점 5.37의 성적을 기록했다. 기록상 일급 투수는 아니었어도 '연패 기록'으로만 거론될 만큼 경쟁력이 없는 투수는 아니었다. 장시환 역시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올해로 벌써 14번째 시즌을 보낼만큼 프로무대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베테랑이다.
 
장시환과 심수창은 넥센 히어로즈 시절 짧게나마 함께한 인연도 있다. 서로에게 남일같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든 발버둥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투구가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거나, 승운이 자신만 비껴가는 듯 할 때의 막막함은 당사자들 외에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투수는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한다. 승리는 투수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결과에만 집착하면 한도 끝도 없다. 심수창이 그러했듯이 장시환의 연패도 언젠가 때가 되면 끊길 것이다. 초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일구마다 혼신을 다하는 것이 현재 장시환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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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환 심수창 투수연패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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