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연승 이끈 추일승 감독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 세나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만전에 한국의 추일승 감독의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농구대표팀은 이날 중국에 이어 대만도 잡아냈다.

▲ 한국 2연승 이끈 추일승 감독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스토라 세나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만전에 한국의 추일승 감독의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농구대표팀은 이날 중국에 이어 대만도 잡아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농구대표팀 '추일승호'가 3연승으로 아시아컵 8강 직행에 성공한 가운데, 12강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2022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조별예선에서 중국(93-81), 대만(87-73), 바레인(78-73)을 줄줄이 꺾고 전승으로 B조 1위를 확정지었다.
 
조별예선 1위는 8강에 직행하고, 2, 3위팀은 12강을 거쳐서 결선 토너먼트 진출팀을 가린다. 한국은 D조 2위 뉴질랜드-C조 3위 시리아의 승자와 오는 21일 8강전에서 맞붙게 된다. 객관적인 전력상 뉴질랜드와 만날 가능성이 유력하다.
 
A조 1위 호주는 C조 2위 일본-D조 3위 필리핀의 승자와, C조 1위 이란은 A조 2위 요르단 -B조 3위 대만의 승자와, D조 1위 레바논은 B조 2위 중국-A조 3위 인도네시아의 승자와 격돌한다. 호주 vs. 일본, 이란 vs. 요르단, 레바논 vs. 중국이 각각 8강에서 만날 것이 예상되고 있다.
 
경기력으로 보여준 추일승호의 가능성

추일승호 출범 이후 첫 국제대회였던 이번 아시아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에이스 라건아의 맹활약과 빅포워드 전술이 위력을 발휘하며 기대 이상으로 순항했다. 국내에서 열린 평가전이었던 필리핀과의 2연전을 포함하여 A매치 5연승으로 아직까지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가장 큰 고비였던 조별리그 첫 경기 중국전에서 상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왕저린, 저우치 등 핵심 선수들이 결장하는 약간의 행운도 따랐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추일승호의 경기력은 자력으로도 1위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했다. 대표팀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선형, 이승현, 전성현, 여준석 등 주력 멤버들이 상당수 합류하지 못한 1.5군에 가까운 전력이었다. 추 감독이 지난 5월에 부임하며 손발을 맞출 시간이 짧았고, 아시아컵 준비는 필리핀과의 평가전 2경기가 전부였을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선전이다.
 
추일승 감독이 직접 지목한 조별리그 MVP로 뽑힌 귀화선수 라건아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9.3점 11.3리바운드로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한국의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다.

중국전(25점 14리바운드)만 풀타임에 가까운 37분을 소화했지만, 대만(19점 12리바운드)과 바레인전(14점 8리바운드)에서는 30분 이하로 출장시간을 조절하며 결선 토너먼트를 대비하여 체력을 안배하면서도 올린 기록이라 더욱 빛난다. 국제대회마다 항상 높이의 열세로 고민해왔던 한국농구 농구역사상 이 정도로 압도적이고 꾸준한 빅맨은, 라건아가 유일무이하기에 더욱 소중한 존재다.
 
추일승 감독의 전매특허인 장신포워드를 활용한 전술과 12인 엔트리를 고루 활용하는 무한 로테이션도 빛을 발했다.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던 이현중과 여준석이 이번 아시아컵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송교창, 강상재, 최준용, 장재석, 양홍석 등이 버틴 포워드진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대표팀은 경기가 풀리지 않는 고비마다 수비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2대 2 게임에서 상대의 볼핸들러를 강하게 압박하고, 미스매치 상황에서 빠른 스위칭과 도움수비로 대처하는 수비전술은, 높이와 기동력을 겸비하여 내외곽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스윙맨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정 선수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선수들을 적재적소마다 제몫을 해준 것도 고무적이다. 신장이나 플레이스타일의 문제로 대표팀에서는 활용도가 애매하다는 지적을 줄곧 받았던 단신 슈터 허웅과 스트레치형 빅맨 강상재 등은, 추일승호에서는 단점보다 장점인 슈팅능력이 빛을 발하며 조커로서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가드진을 책임진 허훈과 이대성은 출전시간을 양분하며 상대팀에 따라 돌파와 외곽슛 등 각기 다른 장점으로 공격의 활로를 불어넣었다. 지난 시즌 MVP 출신인 최준용이 조별리그에서는 파울트러블에 고전하며 다소 부진했으나, 송교창이 수비에서 제몫을 다해준 덕분에 그 아쉬움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대체불가한 선수로 꼽히는 라건아조차도 대만전에서는 4쿼터에 아예 결장했고, 바레인전에서는 약 22분간만 경기에 나섰음에도 추일승호가 연승을 이어갔다는 것은 고무적인 장면이다.
 
남은 숙제
 
한국 남자농구, 아시아컵 첫판서 중국에 12점 차 승리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이스토라 세나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중국에 93­81로 승리했다. 사진은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라건아의 경기 모습.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한국 남자농구, 아시아컵 첫판서 중국에 12점 차 승리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이스토라 세나얀에서 열린 2022 아시아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중국에 93­81로 승리했다. 사진은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 라건아의 경기 모습.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하지만 지나친 과대평가 역시 아직은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 경기에서 만난 중국은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고, 대만과 바레인은 전력상 우리보다 한 수 아래였지만 경기 내용상으로는 상당히 고전을 면치못했다.
 
가장 큰 고민은 경기력의 기복이 크다는 점이다. 라건아를 받쳐줄 공격 2옵션이 확실하지 않고, 외곽 수비 불안과 잦은 턴오버라는 뚜렷한 약점 때문이다. 라건아가 코트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수비를 끌고다니며 공간을 만들어주는 효과가 크다. 하지만 라건아가 없으면 공격 조립 자체가 뻑뻑해진다는 느낌을 준다.
 
페인트존 사수에 중점을 둔 압박 수비의 경우, 높이를 앞세운 포스트업이나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쉬운 2점'을 내주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지만, 반대로 외곽슛 허용률이 높아졌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의 수비가 붕괴된 중국(26점)과 바레인전(30점) 2쿼터의 대량 실점은 모두 무더기 3점슛을 허용한 데서 비롯됐다. 상대가 빅맨의 스크린을 활용하거나 돌파로 수비를 흔들다가 다시 밖으로 패스를 빼줘서 3점슛을 시도하는 패턴에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당 15.3개에 이르는 실책도 너무 많다. 대만과 바레인전에서는 모두 황당한 실책 파티로 더 쉽게 갈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야 했다. 과감한 플레이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실책도 있지만, 집중력을 잃은 안이한 패스나 기본적인 실수로 허무하게 공격권을 헌납하고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 많았던 것은,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에서는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장면들이다.

8강 직행으로 일단 첫 관문을 넘어선 추일승호에게는 지금부터가 진검승부다. 조 1위를 차지한 덕분에 12강부터 경기를 더 치르고 올라가야 하는 체력적 부담을 덜었고, 결선 토너먼트에서 부담스러운 우승후보들을 피할 수 있었다. 8강에서 만나게 될 뉴질랜드-시리아는 그나마 어느 팀이 올라오든 한국이 해볼 만한 상대다.
 
하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4강에 오른다면 대진상 호주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회 디펜딩챔피언이자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호주는 기존의 한국 천적이자 아시아 강호였던 중국이나 이란조차 월등히 뛰어넘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한국은 역대 아시아컵에서 1969년과 1997년 단 2차례의 우승에 그쳤고, 무려 25년간이나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근 6번의 대회에서는 4번이나 3위를 기록한 게 최고성적이었다. 아시아권에서 우승권의 강팀들을 어느 정도 위협할 수는 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는 다크호스 정도가 2000년대 이후 한국농구의 국제적 위상이었다.
 
추일승호가 내친김에 이번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농구의 흐름을 따라잡고 국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데 있다. 아시아 탑급의 강호들을 상대로 추일승호의 강점인 속공과 제공권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가 남은 대회에서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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