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비로 인한 풍파를 많이 겪어왔던 청룡기 대회였다.

유독 비로 인한 풍파를 많이 겪어왔던 청룡기 대회였다. ⓒ 박장식

 
여름의 고교야구를 장식하는 대회인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붙는 이명은 '비의 청룡기'다. 장마철과 겹치는 경기 일정으로 인해 결승전이 서스펜디드 게임(일시 정지 게임)이 되는 일도 벌어졌고, 한 주 정도씩 대회가 밀리는 일은 예사이기 때문이다.

12일부터 서울 목동야구장과 신월야구장에서 열리는 일흔 일곱 번째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도 첫날 흐린 가운데 대회를 치렀다가, 13일에는 아침부터 내내 비가 내리면서 순연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도 비 때문에 어떤 변수가 나올 지 모르기에 '기청제(祈淸祭)'를 지내는 마음으로 대회를 보게 되는 셈.

이번 대회에 주의해야 할 요소는 또 있다. 코로나19다. 일상 회복이 이루어지면서 이번 대회에는 3년 만에 관중 입장을 허용하는 등 더욱 나아진 면이 있지만, 지난 해 대회만 하더라도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대회를 중단하고 한 달 뒤에 멀리 떨어진 공주에서 대회를 재개한 적도 있었던 만큼,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첫날의 '이변', 둘째 날의 '탄식'

12일 개막한 청룡기는 첫 경기부터 여러 학교들의 각축이 벌어졌다. 특히 올해 청룡기에서 우승 후보로 분류되던 학교들이 1회전부터 탈락하고, 그런 학교들을 누른 다른 학교들이 32강 고지에 선착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지난 황금사자기 때 우승을 차지한 경남고는 '낙동강 더비'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하며 부산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지난해 협회장기 우승팀인 마산고등학교가 경남고를 상대로 4-3의 스코어, 짜릿한 승리를 거두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마산고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싸움 끝에 경남고를 누르고 대권 도전에 들어섰다.

'고교 야수 최대어' 김민석의 활약을 기대했던 휘문고등학교도 1회전 만에 야구장을 떠나는 씁쓸한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휘문고는 대구고등학교를 상대로 분전했으나, 먼저 선취점을 뽑은 데다 상대 실책을 틈타 대량 득점을 기록한 대구고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런 돌풍같은 첫날을 지나고 두 번째 날. 이번에는 장마전선이 말썽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가 목동야구장과 신월야구장의 그라운드를 적셨다. 종일 비가 예정된 데다가, 호우주의보까지 발령된 탓에 내야를 덮은 방수포를 걷어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날 경기가 모두 다음 날로 순연되면서 대회 일정이 하루씩 차례로 밀렸다. 당초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결승전 역시 26일로 하루 미뤄지는 등 후폭풍이 있었다. 물론 2년 전 대회처럼 비가 일주일 가까이 내려 대회가 한 주 미뤄지는 일까지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향후에도 비 예보가 있어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

대부분의 학교가 비 예보를 바라지 않겠지만, 비 예보가 반가운 학교도 있을 터다. '에이스'가 최근 등판한 학교거나, 팀 뎁스가 얇은 학교가 그렇다. 고교야구는 혹사 방지를 위해 등판한 선수가 투구 수에 따라 일정 기간 휴식을 가져야 하는데, 비로 인해 원래대로였으면 휴식 탓에 나오지 않아야 할 선수가 몸을 풀 수 있다. 이런 부분도 청룡기 남은 기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관중 입장 열렸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주의해야
 
 지난해 청룡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다수의 경기가 공주 시립 박찬호야구장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지난해 청룡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다수의 경기가 공주 시립 박찬호야구장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 박장식

 
2년 전 청룡기가 비 때문에 고난을 겪었다면, 지난해 청룡기는 코로나19 때문에 고난을 겪었다. 대회 도중 코로나19 방역 단계가 올라가면서 수도권에서의 대회 진행이 불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갑작스럽게 대회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결국 주최 측은 청룡기 대회를 공주 박찬호 야구장으로 자리를 옮겨 남은 대회를 치러야만 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신세계·이마트배, 황금사자기처럼 관중 입장을 전면 허용한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결승전조차 열지 못했던 대회가 이제는 관중도 받고, 친구들과 학부모들의 응원 소리도 쩌렁쩌렁 울려퍼질 수 있게 된 셈이다. 일상으로의 회복이 눈에 띄는 대목이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진 것이 걱정거리다.

물론 지난해처럼 대회 진행 도중에 경기장이 옮겨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회 기간 도중 선수들의 집단 감염으로 인해 몰수 경기 처리가 되는 등 선수들의 의지와 상관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아직도 고교야구가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

그런 만큼 이번 청룡기 대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고교야구가 비로소 코로나19 위협에서 탈출한 것을 상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런 기대에 맞게, 이번 청룡기도 안전하게 대회를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청룡기는 14일 현재는 다시 날이 개어 13일에 진행하려던 일정을 속개했다. 배재고등학교는 제주고를, 경북고는 울산공고BC를 각각 꺾는 등 32강 대진표가 속속 윤곽을 잡는 가운데, 어떤 학교가 청룡 깃발을 품에 안게 될지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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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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