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손맛을 보는 듯했는데, 비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2021년 한국시리즈 MVP' 박경수(kt 위즈)의 시즌 첫 홈런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7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 KIA 타이거즈의 정규시즌 11차전이 3회초 비로 인해 노게임 선언됐다. 한 차례 폭우가 내리면서 중단된 이후 경기가 다시 재개됐지만, 또 강한 비가 내려 그라운드의 상태는 엉망이 됐다. 결국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선취점을 먼저 빼앗긴 홈 팀 KIA는 8연패 탈출이 절실한 만큼 노게임 선언으로 한숨을 돌렸다. 반면 6연승 도전에 나선 kt는 경기 초반 선발투수 고영표가 호투를 펼쳤기 때문에 충분히 승리를 노려볼 수 있었다. 특히 팀이 기선제압에 성공하는 데 있어서 크게 기여한 박경수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2회말 공격 때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자 kt 박경수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박경수는 앞선 2회초에 시즌 첫 홈런을 때렸다.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2회말 공격 때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자 kt 박경수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박경수는 앞선 2회초에 시즌 첫 홈런을 때렸다. ⓒ 연합뉴스

 
어렵게 때린 홈런, 허무했던 박경수의 하루

이날 2루수 겸 8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박경수는 첫 타석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가진 KIA 선발투수 토마스 파노니의 4구째 패스트볼(시속 143km)을 공략해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처음에는 해당 타구가 펜스 상단을 맞고 떨어졌다면서 2루타가 선언됐으나 kt 벤치에서 곧바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여러 각도에서 이 장면을 살펴본 결과, 타구가 홈런으로 인정되면서 원심이 뒤집혔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이 타구는 박경수의 마수걸이포이자 KBO리그 역대 55번째 통산 2100루타였다.

그러나 2회 말에 접어들면서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더니 결국 1사 최형우의 타석에서 우천 중단이 결정됐다. 심판진의 결정을 지켜본 박경수는 한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채 그라운드에 머무르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그라운드 정비 등의 과정을 거쳐 40분 넘게 기다린 끝에 경기가 재개됐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빗줄기가 다시 굵어졌고, 또 경기가 중단됐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린 '국지성 호우'의 영향으로 그라운드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생겼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 등을 고려했을 때 경기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또 다시 마음을 졸이면서 경기 재개 여부를 기다린 박경수는 비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승패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개인 기록까지 인정되지 않아 올 시즌 현재 박경수의 홈런 개수는 그대로 '0개'다.

책임감이 크기에 더 아쉬웠던 박경수

2003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에 데뷔한 이후 20년 가까이 활약 중인 베테랑 야수이지만, 올 시즌을 포함해 최근 2년은 박경수에게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다.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본다면 '최악의 시즌'이다.

그나마 지난해의 경우 정규시즌 후반부터 투지를 발휘해 한국시리즈서 MVP라도 수상해 아쉬움을 달랬다. 그런데 올핸 시즌 초반부터 줄곧 부진에 허덕이더니 8일 기준 박경수의 시즌 성적은 타율 0.115(87타수 10안타) 4타점이 전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유한준(현 kt 전력분석원)이 은퇴하면서 '야수진 최고참'은 박경수의 몫이 됐다. 개인 성적을 챙기는 것과 더불어 팀 내 후배들까지 이끌어야 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이다. 그토록 원했던 우승반지를 꼈지만, 여전히 박경수가 갈증을 느끼는 이유다. 

강백호를 비롯해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도 있고 외국인 선수들 역시 지난해에 비하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힘겹게 순위를 끌어올린 kt의 '레이스'는 사실 이제부터가 진짜다. 1할대 초반의 타율에 머무르는 박경수가 7일 경기에서의 아쉬움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 박경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