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짜릿한 역전승을 통해 5연패의 수렁에서 간신히 탈출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개를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5-2로 역전승을 따냈다. 기분 좋은 역전승을 통해 5연패의 늪에서 탈출한 두산은 이날 LG트윈스에게 9-10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7위로 떨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지우는 데 성공했다(33승2무42패).

두산은 선발 곽빈이 7개의 사사구를 허용했지만 3피안타6탈삼진2실점으로 5.2이닝을 버텼고 6회부터 등판한 3명의 불펜투수가 역전승을 이끌었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좌완 최승용은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호세 페르난데스가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부상 복귀 후 두 번째 경기를 치른 이 선수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7회 역전 만루홈런을 포함해 3안타4타점을 쓸어 담은 허경민이 그 주인공이다.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 허경민이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 허경민이 역전 만루 홈런을 날리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장타 없이 골든글러브 수상한 유일한 3루수

물론 3루는 '핫코너'로 불릴 만큼 강습타구가 많이 날아오는 포지션이지만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범위를 요구하는 센터라인 내야수(2루수,유격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수비부담이 다소 적은 포지션이다. 따라서 각 구단에서는 3루수에게 1루수 만큼이나 뛰어난 타격, 특히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각 구단의 3루에는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대거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지난 22년 간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명단을 봐도 KBO리그에 한 획을 그었던 뛰어난 타격의 소유자들이 대거 포진돼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김한수가 거포형이 아닌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였지만 김한수 역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4년 동안 평균 15.75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만만치 않은 펀치력을 과시했다.

21세기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중에는 그 해 홈런왕도 3명(김상현, 이대호,최정)이나 포함돼 있다. 하지만 유독 2018년에는 35홈런의 최정(SSG랜더스)과 25홈런의 황재균(KT 위즈)을 제치고 10홈런의 허경민이 황금장갑을 차지했다(그나마 2018년에 때린 10홈런도 허경민의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이었다). 2018년 허경민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3루수도 더 이상 홈런타자들만 우대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보여준 작은 이변이었다.

2009년 프로 입단 후 6년 동안 여러 포지션을 떠돌며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던 허경민은 2015년 이원석(삼성 라이온즈)의 입대와 외국인 3루수의 부진을 틈타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해 맹활약했다. 특히 2015년 가을야구에서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14경기에 출전해 23개의 안타를 때려냈는데 이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단일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안타 기록'이다.

두산의 붙박이 3루수로 투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던 허경민은 2018년 타율 .324 10홈런79타점85득점20도루의 성적으로 생애 첫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9년 개인 통산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반지를 차지한 허경민은 2020년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332 7홈런58타점70득점14도루로 데뷔 후 최고타율을 기록했다. 생애 첫 FA를 앞두고 자신의 가치를 최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부상 복귀 후 2경기 만에 역전 만루홈런 작렬

사실 2020 시즌이 끝나고 두산은 허경민뿐 아니라 정수빈,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유희관(KBS N 스포츠 해설위원)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대거 FA자격을 얻었다. 상대적으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두산으로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두산은 다름 아닌 허경민을 선택해 '집중'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허경민은 4+3년 최대 85억 원이라는 금액에 두산과 만족스런 FA계약을 체결했다.

허경민은 FA 계약 후 첫 시즌이었던 작년 136경기에 출전해 두산의 붙박이 1번타자로 활약하며 고군분투했지만 타율이 .278까지 떨어지면서 85억 FA의 성적으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전반기까지 .318의 고타율을 유지하다가 도쿄올림픽을 다녀온 후 후반기 타율이 .216로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허경민은 작년 KT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13타수2안타(타율 .154)로 부진하며 KT의 첫 우승을 쓸쓸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FA 첫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허경민의 책임감은 절친 박건우(NC다이노스)가 떠나며 더욱 커졌다. 허경민은 6월 중순까지 56경기에 출전해 타율 .307 2홈런35타점31득점6도루로 제 몫을 충분히 해줬다. 하지만 6월 14일 키움전에서 주루플레이 도중 이지영과 충돌하면서 무릎부상을 당해 20일 동안 부상자 명단에 등재됐다.

지난 5일 약 3주 만에 1군에 복귀한 허경민은 5일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키움 에이스 안우진을 상대로 4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그렇게 힘들게 지키던 3할 타율마저 위태로웠던 허경민은 6일 키움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외국인 에이스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첫 타석 내야안타, 두 번째 타석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회복했다. 그리고 7회 4번째 타석에서 김태훈을 상대로 역전 만루홈런을 작렬하며 두산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힘들게 5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왔지만 두산은 여전히 4연승을 달리고 있는 9위 NC에게 1.5경기 차이로 쫓기고 있다. 여기에 작년 정규리그 MVP 아리엘 미란다는 사실상 퇴출이 임박해 있고 김인태(허벅지)와 안권수(어깨) 등 올 시즌 주전급으로 성장한 선수들도 부상으로 전반기 복귀가 쉽지 않다.

이처럼 희망요소가 많지 않은 두산에서 붙박이 3루수 허경민의 복귀와 활약은 김태형 감독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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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허경민 역전 만루홈런 골든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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