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포스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포스터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지금 우리 학교는>, < D.P .>, <오징어 게임>, <스위트홈>의 차기 시즌을 확정하며 한국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시리즈 중 하나인 <종이의 집> 한국판 리메이크다. 한국 콘텐츠의 파급력까지 겸해 큰 기대를 모았다.
 
이 작품은 통일을 앞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며 원작처럼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교수라 불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은 남한과 북한의 범죄자들을 모아 공동경제구역의 조폐국에서 인질극을 벌일 계획을 세운다. 스토리의 재미는 이 작전이 지닌 기발함에 있다. 현금이나 인질을 통한 협상이 아닌 새로운 돈을 찍어내 탈출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을 선보인다.
 
여기에 범죄의 핵심 인물인 교수가 조폐국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협상단을 감시하고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 역시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다. 원작이 선보였던 인기 코드를 고스란히 활용하면서 이야기의 측면에서 재미를 보장한다. 변수는 남북한이란 코드다. 이 코드는 긴장감을 자극하는 소재다. 분단이란 소재를 강도단과 인질에게 모두 부여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 넷플릭스

 
북한수용소 출신이자 강도단의 리더인 베를린도 분단상황을 이용한다. 인질들을 출신에 따라 나눈 베를린은 서로를 감시하게 한다. 적국으로 오랜 시간 대립해 온 남과 북 사이의 갈등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는 살인을 하지 말라는 교수의 말을 어기는 모습도 보인다. 이에 강도단은 베를린을 따르는 쪽과 끌어내리려는 쪽으로 나뉜다. 이때의 분열은 출신이 아닌 이해관계에 따라 성립된다. 작품 속 강도단은 베를린을 제외하고는 인간적인 면모가 강하다. 
 
외부의 협상단은 이성적이고 차가운 면모를 지닌 반면 내부의 도둑들은 인질에 대한 온정이 느껴지는 태도를 보인다. 때문에 베를린과 함께 인질로 붙잡힌 조폐국장이 주된 빌런 역할을 하며 내부 갈등을 증폭시킨다. 여기에 교수가 남한협상전문가 우진에게 접근해 정보를 알아내다 죄책감에 이르는 과정은 드라마적이다. 
 
원작에 기반한 스토리는 흥미를 주지만 연출과 캐릭터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비주얼과 특수한 상황을 바탕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다만 이 매력이 극 안에서의 케미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지는 않는다. 극과 캐릭터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 넷플릭스

 
연출과 대사가 캐릭터를 극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멋을 줄 수 있는 요소들만 상투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절반의 효과만 거둔 셈이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 만큼 포인트가 되는 지점들을 확실히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연출해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스토리와 비주얼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위력이 상당하다. 원작을 관람하지 않은 경우 더 큰 몰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성의 측면에서 보면 조폐국 내부와 외부 사이의 밀도를 촘촘하게 설정하면서 양쪽의 유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매 화마다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건 건 물론 반전으로 볼 수 있는 장치들을 통해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보장된 이야기가 있기에 오락적인 측면에서 만족도가 클 듯하다. 남과 북이란 소재는 여기에 더해진 양념으로 해외에서 더 신선하게 바라볼 수 있겠다. 
 
최근 넷플릭스가 OTT 시장의 과열 속에서 킬러 콘텐츠 생산에 주력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어쩌면 그 시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최고와 최고가 뭉친 만큼 이 작품을 향한 구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넷플릭스 종이의 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