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녀2>에서 소녀 역을 맡은 배우 신시아.

영화 <마녀2>에서 소녀 역을 맡은 배우 신시아. ⓒ NEW

 
 
시작할 시에 맑을 아. 글자대로 풀이하면 맑은 시작 정도가 되겠다. 영화 <마녀 Part2. The Other One>(아래 <마녀2>에서 소녀를 연기한 게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편 속 초인의 능력을 지닌 자윤(김다미)과 달리 선과 악 어느 편에 서지도 않은 하얀 도화지와도 같은 존재와 배우의 이름이 꽤 닮아 보였다.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시아는 대중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스스로 스크린에 걸린 모습에 "너무 떨려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할 정도로 첫 상업영화와 홍보 과정을 톡톡히 경험 중이었다.
 
1408대 1

생체실험을 통해 초인을 만들고 싶었던 집단, 거기에 대항하게 되는 집단이 맞물리고 소녀로 대표되는 초인들은 하나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게 된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 시리즈는 한국영화계에서 잘 시도되지 않은 판타지 히어로 장르 요소를 물씬 품고 있다. 평소 초능력자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했다던 신시아는 본인이 직접 그 영화의 중심 캐릭터를 맡게 된 것에 새삼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18학번 신입생 때 <마녀>를 봤는데 한국영화에도 이런 초능력자가 등장하는구나 싶어 기쁜 마음으로 봤다. 근데 제가 출연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속사가 생겼을 무렵 오디션 공고가 올라온 걸 봤고, 지원하고 싶었는데 마침 회사도 같은 생각이라 오디션을 보게 됐다. 사실 1408대 1이라는 경쟁률은 합격되기 전까지 몰랐고, 뉴스로 알게 됐다. 제겐 숫자보다 그저 이 작품에 붙었다는 자체가 큰 일이라 만감이 교차했다. 오디션 과정이 길었던 만큼 합격 소식에 멍해졌다가 눈물이 나기도 했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비대면 영상 오디션을 시작으로 대여섯 차례에 걸친 오디션 과정이 있었다. 막상 붙은 이후 대본을 받았을 땐 감격스러운 마음에 먹고 있던 빵까지 바닥에 떨어뜨릴 정도였다고. 작품 준비 과정은 말 그대로 연구였다. 대사가 거의 없고 표정과 눈빛, 분위기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던 만큼 신시아는 셀프 카메라를 줄곧 찍어가며 작은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를 소녀에 맡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소녀가 갖고 있는 감정의 흐름, 다른 인물과 맺는 관계를 중점으로 봤다. 제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를 잘 몰라서 셀프 카메라를 계속 찍어봤다. 고개를 끄덕이는 작은 행동에서부터 동작 하나하나를 준비해갔다. 얼마 전에 핸드폰 용량이 없다는 알람이 오더라. 256기가인데(웃음).
 
근데 막상 촬영장에선 준비했던 걸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백지상태로 등장하는 소녀기에 제가 생각한 걸 비우는 게 몰입하기에 더 편하더라.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새라는 생각으로 비우면서 연기하려고 했다. 제가 모든 게 처음이라 (같은 소속사인) 다미 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언니 존재 자체만으로 든든했다. 제 마음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스스로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는데 언니가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칭찬의 말이지만 동시에 제겐 위로기도 했다. 잘 해내고자 하는 용기를 갖게 해주셨다."

  
 <마녀2> 스틸컷

<마녀2> 스틸컷 ⓒ NEW

 
현장의 따뜻함
 
어찌 보면 그의 말대로 정말 감사함의 연속이었다. 지금의 소속사도 학부생 신분으로 처음 찍은 단편 <프리사드> 덕에 연결된 경우였다.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해당 작품을 본 소속사 관계자가 신시아를 접촉해 계약을 맺었고, 첫 상업영화 오디션까지 덜컥 붙으며 말 그대로 일사천리로 데뷔한 셈이다. "평생 잊지 못할 귀한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만큼 부담과 책임감이 들었다"며 신시아가 말을 이었다.
 
"같이 현장에서 촬영한 선배님들 곁에 제가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분들을 보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는데 말이다(웃음). 정말 감사하게도 먼저 다가와주셨고, 제 숙소에도 놀러와주셔서 친밀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특히 서은수 언니가 제 숙소 옆방이었다. 같이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촬영을 같이 하진 못했지만 제가 언니 촬영 때 자주 구경 갔다. 액션 훈련받는 것도 지켜봤고 따라해보기도 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제가 아니까 영화를 보는데 뿌듯하면서 울컥하더라(웃음). 박훈정 감독님도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다. 제 입장에선 특별히 말씀이 없으셔도 눈빛으로 감독님의 따뜻함을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이제 대학교 졸업반인 그는 설렘과 과제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과 우연히 본 뮤지컬로 첫 전율을 느낀 후 품게 된 연기자의 꿈을 이제 막 이뤄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 상업영화에 첫 언론 인터뷰를 경험 중인 그에게 꿈의 시작점을 물었다. 제법 당차고 분명한 확신이 있었다.
 
"<카르멘>이라는 뮤지컬이었다. 오래 산 나이는 아니었지만 17년 동안 못 느꼈던 전율을 경험했고, 혹시 한 번 더 볼 수 있나 싶어서 보기 시작한 게 다섯 번이나 됐다. 그 후로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빠졌고 연극도 보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저 현장에 작은 조각이라도 될 수 있다면 생업으로 삼아도 후회할 것 같지 않겠더라.
 
사실 부모님은 연기를 취미로 하라셨다. 근데 제가 <카르멘> 이후 일주일에 네 번씩은 공연을 보러 다녔다. 부모님 몰래 말이다. 결단이 선 이후 고3 무렵 그간 제가 본 공연 티켓과 감상문을 모아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부모님께 보여드렸다. 총 세 권 분량이었다. 사실 나 지난 2년 동안 이렇게 지냈다며 말을 꺼냈는데 부모님께서 제가 그렇게 진지할 줄 몰랐다더라. 정 그렇다면 해봐도 되겠다며 허락해주셨다."

 
큰 상업영화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지금 신시아는 "큰 욕심 내지 않고 중심을 지켜내며 연기하고 싶다"라는 목표를 품고 있었다. 우선 과제는 소녀라는 캐릭터로 관객을 설득시키는 일일 것이다. "개봉 후 관객분들 틈에서 < 마녀2 >를 함께 보고 싶다"며 웃는 그에게서 좋은 에너지가 물씬 느껴졌다.  
 
 영화 <마녀2>에서 소녀 역을 맡은 배우 신시아.

영화 <마녀2>에서 소녀 역을 맡은 배우 신시아. ⓒ NEW

 
신시아 마녀2 김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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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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