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다친 즈베레프를 노란 옷의 라파엘 나달이 안아주는 사진으로 첫 화면을 구성한 롤랑 가로스 누리집

발목을 다친 즈베레프를 노란 옷의 라파엘 나달이 안아주는 사진으로 첫 화면을 구성한 롤랑 가로스 누리집 ⓒ rolandgarros.com

 
36살 생일에도 테니스 최고의 무대에 서서 코트 구석구석을 누빈 라파엘 나달은 결승 진출이라는 뜻 깊은 결과를 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첫 세트에 이어 두 번째 세트도 타이 브레이크로 이어지는 순간, 코트 반대쪽 구석으로 달려가 공을 받아넘기려 했던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오른쪽 발목이 뒤틀리며 쓰러진 것이다. 즈베레프는 결국 다시 뛸 수 없어서 눈물을 흘리며 목발을 짚고 서서 기권 의사를 밝혀야 했다. 라파엘 나달은 생일에 결승 진출 선물을 스스로 만들어냈지만 즈베레프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하는 것이 먼저였다.

세계 남자 프로테니스 단식 랭킹 5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프랑스 파리 날짜로 6월 3일(금) 저녁 코트 필립-샤트리에에서 열린 2022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남자단식 준결승 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3위)를 상대로 2세트 끝무렵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이 대회 통산 14번째 우승이자 그랜드 슬램 22회 우승 위업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연속 타이 브레이크 빅 게임... 하지만 즈베레프가 쓰러졌다

준결승 초반 분위기는 2020년 US 오픈 준우승 이후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결승 진출을 노리는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주도했다. 게임 스코어 4-2까지 앞서나갔으니 지난 해 도쿄 올림픽 금메달 이후 자신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 앙투카 코트 최고의 실력자라 불리는 라파엘 나달의 뒷심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라파엘 나달은 첫 세트 타이 브레이크에 가서 믿기 힘든 뒤집기 실력을 보여주었다. 2포인트 차이를 유지한 상태로 7포인트에 먼저 도달하면 되는 타이 브레이크에서 2-6까지 즈베레프에게 끌려갔으니 첫 세트는 넘겨준다고 봐야 했다. 하지만 나달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스트로크 싸움을 걸었고 10-8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타이 브레이크 포인트 7-6을 만드는 순간도, 세트 포인트 순간도 왼쪽 옆줄을 따라 뻗어나가는 나달 특유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이었다.

두 번째 세트도 첫 세트처럼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4-2로 먼저 달아났다. 하지만 나달의 집중력은 실로 놀라웠다. 특히 네트 앞에서 펼치는 고도의 테니스 기술은 웬만한 선수들이 흉내내기 힘든 것들이었다. 2세트 게임 스코어 5-5를 만드는 나달의 게임 포인트가 네트 바로 앞 백핸드 크로스 앵글 발리였는데 즈베레프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구석에 떨어졌다.

그리고 두 번째 세트도 6-6 타이 브레이크까지 이어지는 순간을 라파엘 나달이 만들었다. 나달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왼손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이었다. 이 순간 알렉산더 즈베레프는 포기하지 않고 자기 오른쪽으로 달려가 공을 쳐내기는 했다. 그 공이 오른쪽 옆줄 밖에 떨어졌지만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굴러 넘어졌다. 곧바로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발목을 잡고는 일어나지 못했다. 즈베레프의 온몸에 묻은 붉은 가루들이 그의 고통을 대변하는 듯했다.

어쩔 수 없이 기권 의사를 밝힌 즈베레프를 위로한 나달은 결승에 올라 그랜드 슬램 22번째 우승 트로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마린 칠리치(23위, 크로아티아)를 3-1로 이기고 올라온 카스퍼 루드(8위, 노르웨이)와 대회 마지막 게임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13살이나 어린 돌풍의 주인공을 맞아 라파엘 나달이 어떤 운영 능력을 보여줄 것인지 테니스 팬들은 일요일 밤을 기다린다.

2022 롤랑 가로스 남자단식 4강 결과
(파리 기준 6월 3일, 코트 필립-샤트리에)

라파엘 나달 2세트 기권승(7-6{TB10-8}, 6-6) 알렉산더 즈베레프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라파엘 나달 3개, 알렉산더 즈베레프 5개
더블 폴트 : 라파엘 나달 1개, 알렉산더 즈베레프 8개
첫 서브 성공률 : 라파엘 나달 60%(52/87), 알렉산더 즈베레프 77%(79/103)
첫 서브로 득점률 : 라파엘 나달 58%(30/52), 알렉산더 즈베레프 56%(44/79)
세컨드 서브로 득점률 : 라파엘 나달 49%(17/35), 알렉산더 즈베레프 38%(9/24)
서브 최고 속도 : 라파엘 나달 194km/h, 알렉산더 즈베레프 216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라파엘 나달 181km/h, 알렉산더 즈베레프 202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라파엘 나달 151km/h, 알렉산더 즈베레프 141km/h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라파엘 나달 45%(5/11), 알렉산더 즈베레프 63%(5/8)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라파엘 나달 49%(50/103), 알렉산더 즈베레프 46%(40/87)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라파엘 나달 65%(17/26), 알렉산더 즈베레프 47%(21/45)
위너 : 라파엘 나달 21개, 알렉산더 즈베레프 40개
언포스드 에러 : 라파엘 나달 26개, 알렉산더 즈베레프 4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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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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