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외국인 에이스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연패에서 탈출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랜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9-0으로 완승을 거뒀다. 최근 3연패를 당하며 침체에 빠져 있던 두산은 이날 승리로 4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나며 롯데 자이언츠에게 주말 3연전 스윕을 당한 LG트윈스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14승11패).

두산은 선발 로버트 스탁이 7이닝2피안타3사사구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4승째를 올렸고 윤명준과 김지용이 1이닝씩 책임졌다. 타선에서는 허경민이 1회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3타점2득점으로 활약했고 조수행과 호세 페르난데스는 홈런포를 터트리며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 하지만 이날 두산 승리의 진짜 주역은 시즌 3번째 선발출전 경기에서 3안타와 2볼넷으로 5출루 경기를 만들며 3득점을 기록한 안권수였다.
 
 지난 4월 29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초 두산 공격 무사 3루 상황에서 두산 안권수가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3루 주자 조수행은 홈인. 안권수는 1루에 안착.

지난 4월 29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초 두산 공격 무사 3루 상황에서 두산 안권수가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3루 주자 조수행은 홈인. 안권수는 1루에 안착. ⓒ 연합뉴스

 
'고시엔 4할 및 4강' 활약에도 프로 미지명

한국의 고교야구는 주말리그가 정착되면서 기존의 전국대회들은 주말리그를 결산하는 대회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봄과 여름에 열리는 두 번의 고시엔 대회가 많은 열기와 관심 속에 개최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일본에는 3500개가 넘는 고교야구팀이 매년 지역단위로 예선을 거쳐 고시엔 출전티켓을 걸고 치열한 각축을 벌인다. 한마디로 고시엔은 일본 학생야구 선수들에게는 꿈 같은 대회라 할 수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선수들 중에서는 고시엔 대회를 통해 스타로 떠오른 선수들도 적지 않다. 제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연속 MVP에 빛나는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고시엔 결승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일본 프로야구를 빛낼 예비스타로 떠올랐다.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 역시 고교 2학년 때 고시엔 대회에서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일본 야구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고시엔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모두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시엔에 출전하는 선수가 매년 1000명 안팎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시엔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1군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두산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일교포 외야수 안권수 역시 고시엔에서 활약하고도 일본 프로야구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안권수는 와세다 실업학교 고등부 1학년 때부터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2학년 때는 지역예선에서 타율 .573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을 고시엔으로 이끌었고 고시엔 대회에서도 4할 타율을 기록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마쓰자카나 오타니처럼 홀로 팀을 이끈 스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고시엔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

하지만 안권수는 일본 프로야구에 지명을 받지 못했고 사회인 야구의 여러 팀을 전전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알려진 것처럼 일본의 사회인야구는 과거 한국의 실업리그와 비슷한 성격을 띄고 있어 사회인 야구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면 프로 재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인야구에서 2년 동안 타율 .322 43도루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던 안권수는 대뜸 2020년 KBO리그의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4경기 타율 .727 6타점5득점 대폭발

아무리 안권수가 일본에서 역사와 권위가 있는 고시엔 대회에서 활약했던 선수였다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경력을 알아줄 리 만무했다. 설상가상으로 안권수는 트라이아웃 당시 옆구리 부상을 당해 장기인 주루테스트에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안권수는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99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다소 실망스러운 지명순위일 수도 있었지만 안권수의 부모님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고국에서 프로에 지명된 아들을 축하했다.

하지만 두산에는 이미 좌익수 김재환, 중견수 정수빈, 우익수 박건우(NC 다이노스)로 이어지는 확실한 외야 라인업이 있었다. 여기에 김인태와 조수행 등 주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백업 외야수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안권수는 두산 입단 후 2년 동안 대주자 및 대수비로 활약하며 155경기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 겨울, FA자격을 얻은 박건우가 NC로 이적하면서 안권수에게도 기회의 문이 조금 더 넓어졌다.

당초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강진성과 작년 백업 외야수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던 김인태를 경쟁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인태가 잠재력을 폭발하며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한 반면에 정수빈은 올해도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백업을 전전하던 안권수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안권수는 지난 4월 28일 NC전에서 시즌 첫 선발출전해 2안타2타점1득점을 기록하며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29일 SSG와의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한 안권수는 4타수3안타4타점1득점으로 또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겼다. 29일에 당한 가벼운 부상으로 30일 경기 선발명단에서 제외됐던 안권수는 5월 1일 경기에서 2번 우익수로 선발출전해 또 한 번 '인생경기'를 선보였다. 1회부터 중전안타로 출루한 안권수는 허경민의 적시타 때 홈을 밟으며 결승득점을 올렸고 5회에도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득점을 올리는 등 3안타2볼넷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현재 안권수는 두산의 그 어떤 외야수들보다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지만 두산의 외야는 입단 3년 차 선수가 몇 경기 '반짝 활약'을 했다고 손쉽게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 약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4경기에서 타율 .727(11타수8안타)6타점5득점을 올린 안권수의 활약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생애 첫 5출루 경기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안권수가 기존 두산 외야수들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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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안권수 5출루3득점 고시엔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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