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취득하는 포수만 무려 5명이다.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박동원이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할지는 미지수이지만, KIA에 남는다고 해도 4명의 포수가 시장에 나온다. 양의지(NC 다이노스), 유강남(LG 트윈스), 박세혁(두산 베어스), 이재원(SSG 랜더스)이 그 주인공이다.

대체적으로 부진한 흐름 속에서 시즌을 출발한 가운데, 두산과 주말 3연전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한 유강남의 존재감이 눈에 띈다. 또 긴 침묵을 이어왔던 양의지도 지난주 6경기 중에서 5경기서 안타를 기록해 타격감을 조율했다. 양의지의 경우 풀타임으로 수비를 소화할 수 없는 몸상태인 점을 고려해 지명타자로도 출전하면서 충분한 여유를 갖고 페이스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당장 선발 포수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박세혁과 이재원이다. 장승현이 받쳐주는 두산과 이흥련이 한 자리를 차지하는 SSG 모두 2개 이상의 선택지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이들이 공-수 양면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 원했던 대로 시즌을 풀어갈 수 있다.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예비 FA 포수, (왼쪽부터) 두산 박세혁-SSG 이재원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예비 FA 포수, (왼쪽부터) 두산 박세혁-SSG 이재원 ⓒ 두산 베어스, SSG 랜더스


1할대에 허덕이고 있는 박세혁과 이재원

생애 첫 FA 자격 취득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박세혁은 교체 출전한 경기를 포함해 지난주 6경기 동안 단 1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정규시즌 성적도 18경기 47타수 5안타 1타점 타율 0.106으로, OPS는 0.266에 불과하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리그 전체 포수 중에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세혁의 WAR은 -0.44로, 1경기 이상이라도 나온 포수까지 통틀어 23명 중 최하위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

수비 쪽에서 드러났던 장점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도루저지율 0.385(5/13)만 본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이따금씩 투수가 던진 공을 확실하게 포구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안정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2018시즌 종료 이후 4년 총액 69억원에 체결해 여전히 SSG의 안방을 지키고 있는 이재원의 출발도 다소 삐걱거린다. 24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정규시즌 개막 이후 18경기에 출전해 53타수 8안타 5타점 타율 0.151 OPS 0.363으로, 담장 밖으로 넘긴 타구는 1개도 없었다.

계약 첫해였던 2019시즌부터 실망스러웠던 이재원은 최고의 한해를 보냈던 2018년 만큼의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2019년 12개였던 홈런 수도 2020년 2개, 2021년 3개로 감소하면서 실질적으로 타선에 큰 힘을 실어줬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올 시즌 20번의 도루 시도 중에서 주자를 잡아낸 것은 단 두 차례밖에 안 될 정도로 안방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격형 포수'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이재원이기에 수비에 이어 타격에서도 부진한다면 시장에 나오더라도 혹독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두산과 SSG는 '우승포수'의 부활을 기다린다

공교롭게도 두 포수의 공통점은 '우승을 경험해본 주전 포수'라는 점이다. 박세혁은 양의지가 떠나고 나서 이듬해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찼고, 팀의 극적인 통합 우승에 기여하면서 양의지의 공백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이재원은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했던 2018년, 17개의 홈런을 터뜨리면서 팀이 공포의 하위 타선을 구축하는 데 한몫을 했다. 그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결정적인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주전 포수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박세혁과 이재원 모두 팀의 우승을 경험하고 나서 하락세를 타더니 이제는 더 이상 내려갈 곳도 보이지 않는다. 김태형, 김원형 감독의 전력 구상에서 빠지면 안 되는 선수들이지만, 두 선수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없어 팀으로선 답답할 따름이다.

정규시즌이 개막한 지 3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다. 박세혁과 이재원이 팀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상위권 경쟁을 펼쳐야 하는 팀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승포수'의 부활을 기다리는 두산과 SSG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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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박세혁 이재원 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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