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의 여왕> 영화 포스터

▲ <쿠폰의 여왕> 영화 포스터 ⓒ (주)왓챠


항상 "푼돈을 잘 굴리면 큰돈이 들어오는 법이다"라고 외치며 할인 쿠폰에 집착하는 코니(크리스틴 벨 분). 어느 날, 그녀는 상한 시리얼에 불만을 품고 항의 메일을 보냈다가 제조사로부터 예상치 못 한 무료 쿠폰을 받는다. 

무료 쿠폰으로 돈을 버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코니는 이웃의 절친 조조(커비 하웰-밥티스트 분)와 함께 대기업들의 쿠폰 인쇄를 담당하는 멕시코 소재의 공장을 찾아가 직원 부부를 포섭해 여분의 무료 쿠폰을 빼돌려 홈페이지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벌인다.

코니와 조조로 인해 의문의 무료 쿠폰이 시중에 대량으로 쏟아지자 수상함을 감지한 마트 손실 방지 전문가 켄(폴 월터 하우저 분)은 우편검열국 요원 사이먼(빈스 본 분)과 손을 잡고 불법 무료 쿠폰 판매 조직을 소탕하러 나선다.
 
<쿠폰의 여왕> 영화의 한 장면

▲ <쿠폰의 여왕> 영화의 한 장면 ⓒ (주)왓챠


소비자에게 할인 또는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쿠폰'은 우리 소비 생활의 친숙한 마케팅 수단이다. 상품권과 마찬가지로 쿠폰을 위조하는 행위는 범죄에 속한다. 평범한 주부 코니와 그녀의 친구 조조가 쿠폰 범죄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 영화 <쿠폰의 여왕>은 놀랍게도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2012년 미국 애리조나주의 평범한 여성 3명이 위조 쿠폰으로 40여 개의 제조업체에 피해를 입히다 경찰에 체포된 사건을 접한 에런 고젯과 지타 풀러필리 감독은 '평범한 여자들이 벌인 역대 최고 규모의 쿠폰 범죄'란 점에 매료되어 <쿠폰의 여왕>의 각본을 썼다고 밝힌다. 시나리오 작업에서 일당은 3인에서 2인으로 인원이 줄고 무료 쿠폰을 위조하는 대신에 인쇄 공장에서 몰래 빼돌리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사건의 전개 양상과 형량 선고 등은 실화와 차이가 없다.

몇 차례 시험관 수술로 막대한 돈을 지불한 코니와 신원 도용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본 조조는 현실의 짐을 벗기 위해 훔친 무료 쿠폰을 팔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위를 범죄가 아닌, 탐욕스러운 거대 기업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 가운데 일부를 소비자에게 다시 돌려주는 행위로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으로서 코니와 조조를 어떻게 봐야하는지 솔직히 혼란스럽다. 둘을 체제에 저항하는 반영웅으로서 응원해야 할 요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코니와 조조는 무료 쿠폰 판매 웹사이트를 홍보한답시고 유튜브에 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올리고 거둬들인 현금을 사법기관의 추적을 피해 처리하는 돈세탁 방법을 알지 못하는 순진한 바보들에 가깝다. 기업 자본주의, 총기 문제, 인종 문제, 관료주의 등 미국 사회가 가진 문제도 그저 툭툭 던질 뿐이다.

이처럼 영화는 기업에 맞서는 반영웅의 이야기인지, 핑크 칼라 범죄자들의 탐욕에 대한 논평인지, 무관심한 남편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여성의 성장인지, 무능력한 사법 시스템에 대한 고발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쿠폰의 여왕> 영화의 한 장면

▲ <쿠폰의 여왕> 영화의 한 장면 ⓒ (주)왓챠

 
<쿠폰의 여왕>은 <가십걸>의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시리즈의 주인공 '안나'의 목소리 연기로 친숙한 배우 크리스틴 벨과 인기 드라마 <킬링 이브>, <와이 우먼 킬>, <더 굿 플레이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각인한 커비 하웰-밥티스트가 주연을 맡았다. 두 사람은 <하우스 오브 라이즈>, <더 굿 플레이스>, <베로니카 마스>에 이어 4번째 호흡을 맞춰 케미스트리가 좋다.

크리스틴 벨과 커비 하웰-밥티스트보다 관객의 웃음을 선사하는 이는 손실 방지 전문가 켄으로 분한 배우 폴 월터 하우저다. 처음으로 사건다운 사건을 만나 마치 경찰이 된 양 행동하는 켄과 그를 시종일관 자제시키는 우편검열국 요원 사이먼의 티격태격은 무척 재미있다. <아이, 토냐>(2017), <블랙 클랜스맨>(2018), <리처드 쥬얼>(2019), <크루엘라>(2021)로 인상적인 경력을 쌓아가는 폴 월터 하우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만큼 <쿠폰의 여왕>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슈퍼히어로와 리부트가 판을 치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쿠폰만큼이나 코미디 영화도 점점 희귀해져 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만들어진 <쿠폰의 여왕>은 안타깝게도 스티븐 소더버그의 <로건 럭키>(2018)나 아담 맥케이의 <빅 쇼트>(2015)같은 범죄를 소재로 삼은 풍자 영화의 완성도엔 미치진 못한다. 콘셉트는 좋고 캐스팅도 훌륭하지만, 정작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다.

그러나 크리스틴 벨의 팬이나 20세기 스타일의 버디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즐거운 시간이 될거라 확신한다. 다른 건 몰라도 폴 월터 하우저만큼은 정말 웃긴다. 4월 27일 개봉.
크리스틴 벨 커비 하웰-밥티스트 폴 월터 하우저 비비 렉사 빈스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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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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