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위까지 떨어졌던 KT가 LG를 잡고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겼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5-0으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13경기에서 3승10패로 최악의 출발을 했던 '디펜딩 챔피언' KT는  2위를 달리던 LG를 잡아내며 이날 NC다이노스에게 8-11로 패한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4승10패).

KT는 5회 무사 1루에서 적시 2루타를 때린 김민혁이 결승타와 함께 2안타1타점1득점으로 활약했고 장성우와 심우준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무엇보다 앞선 2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이고도 타선의 아쉬운 지원으로 2패만 떠안았던 토종에이스의 첫 승 수확이 가장 반가웠다. 7이닝 1피안타5탈삼진 무실점이라는 무결점 투구로 LG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던 고영표가 그 주인공이다.
 
 kt 투수 고영표.

kt 투수 고영표. ⓒ 연합뉴스

 
선발 투수로 자리 잡은 후 군입대

동국대 시절 팀을 여러 차례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대학야구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군림하던 고영표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전체10순위)로 KT에 지명됐다. 그리고 학창 시절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많은 잠수함 투수들이 그런 것처럼 고영표 역시 KT 입단 후 불펜투수로 변신했다. 고영표는 2015년과 2016년 2년 동안 99경기에 등판해 5승5홀드를 기록했지만 선발이 익숙한 고영표에게 불펜은 어울리는 옷이 아니었다.

하지만 2016 시즌이 끝난 후 KT는 현역 시즌 잠수함 투수로 활약했던 김진욱 감독이 부임했고 김진욱 감독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고영표를 선발로 활용했다. 그리고 고영표는 선발로 돌아온 첫 시즌이었던 2017년 25경기에서 141.2이닝을 던지며 8승12패1홀드 평균자책점5.08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4년 연속 리그 전체 팀 타율이 .280을 넘겼을 정도로 심한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고영표는 2018 시즌에도 25경기에서 3번의 완투경기(1완봉)를 포함해 142이닝을 던지며 6승9패5.13의 성적을 기록했다. 고영표는 소속팀이 약체 KT였기 때문에 승운이 없었을 뿐 만약 타격과 불펜이 강했던 팀에 있었다면 충분히 두 자리 수 승리가 가능했을 거라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KT 입단 후 2군리그에 속했던 2014년을 포함해 프로에서 5시즌을 보낸 고영표에겐 군대라는 피할 수 없는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고영표는 2019년 1월 고질적인 허리디스크 때문에 상무 지원을 포기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했다. 고영표가 군복무를 하는 사이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KT는 2019년 5할 승률 달성에 이어 2020년에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창단 후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냈다. 하지만 창단멤버로 KT의 어두운 시절은 견뎌냈던 고영표는 군복무를 하느라 KT가 첫 야구야구 진출한 기쁨을 동료들과 함께 누릴 수 없었다.

2020년 11월 소집해제된 고영표는 군에 입대한 정성곤으로부터 입대 전에 쓰던 등번호 1번을 돌려 받았고 곧바로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며 2021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KT는 2020 시즌을 통해 소형준과 배제성이라는 좋은 10승투수를 배출했고 이강철 감독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잠수함 고영표를 5선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영표는 프로 입단 후 한 번도 10승을 기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5선발로 들어간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전역 후 KT 토종 에이스로, 3경기 만에 첫 승

고영표는 작년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시즌이 끝났을 때는 11승6패1홀드2.92로 KT 투수들 중 가장 위에 올라와 있었다. 물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13승으로 팀 내 다승 1위였지만 데스파이네는 패도 10개나 있었다. 따라서 리그 3위에 해당하는 2.9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고영표가 KT에서 가장 효율적인 투구를 펼친 투수라고 할 수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해 2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고영표는 작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불펜투수로 깜짝 변신했다.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소형준, 배제성 등 선발자원이 충분한 만큼 불펜경험이 있는 고영표에게 승부처에서 짧은 이닝을 맡기겠다는 이강철 감독의 전략이었다. 그리고 고영표는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에 등판해 홀드 2개를 챙기며 KT의 첫 우승에 기여했다.

작년 1억2000만 원에서 150%가 인상된 3억 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한 고영표는 올 시즌 KT의 토종에이스로서 좋은 활약이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 6일 SSG랜더스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 8이닝5피안타10탈삼진3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12일 두산전에서도 6이닝5피안타7탈삼진2실점을 기록하고도 다시 패전을 적립했다. 시즌 개막 후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의 결과가 '2패'였던 셈이다.

하지만 KT는 물론 KBO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잠수함 투수 고영표는 불운했던 지난 경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고영표는 2위 LG를 상대한 19일 경기에서 7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3사사구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3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고영표는 6회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LG의 중심타자인 김현수를 땅볼, 채은성을 직선타로 처리하며 이날 경기의 유일한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추추트레인' 추신수(SSG)는 작년 11월 SSG와의 1년 계약이 끝난 기념으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KBO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투수로 고영표를 꼽았다(실제로 추신수는 작년 고영표에게 7타수 무안타로 약했다). 그만큼 고영표는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공을 가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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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고영표 토종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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