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축구 클럽이라고 얕잡아보며 뛰는 것이 여러 번 목격됐다. 아무리 분해도 대구 FC의 왼쪽 윙백으로 뛰던 홍철이 노골적인 발길질을 내지르며 퇴장당한 순간은 눈앞을 가리고 싶을 정도였다.

가마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18일(월) 오후 8시 태국 부리람시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싱가포르)와의 게임에서 0-3으로 완패하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프로축구 대구FC의 풀백 홍철이 라이언 시티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하루 앞둔 17일 태국 부리람의 부리람 시티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로축구 대구FC의 풀백 홍철이 라이언 시티와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하루 앞둔 17일 태국 부리람의 부리람 시티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대구FC 제공

 
간판 골잡이 김신욱은 벤치에

2020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울산 현대에게 기어코 우승 트로피를 선물하고 떠난 김도훈 감독이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FC를 맡아서 싱가포르 프로축구를 주름잡은 덕분에 이번에 대구 FC를 만나는 기회까지 잡았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아시아 축구의 변방 클럽 중 한 팀이 아니었다. 일본 J리그의 강팀 우라와 레즈와 만난 첫 게임에서 1-4로 완패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심기일전하여 대구 FC를 완벽하게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의 김도훈 감독은 첫 게임에서 풀 타임을 뛴 간판 골잡이 김신욱을 벤치에 앉혀 놓고 대구 FC를 상대했다. 그 대신 또 한 명의 한국 출신 귀화 선수인 송의영을 맨 앞에 내세운 변칙 전술로 완벽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김신욱이 빠진 상대 팀을 우습게 본 대구 FC 선수들은 64.6%의 높은 점유율(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35.4%)과 83.6%의 패스 성공률(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69.1%)에도 불구하고 24개의 슛(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11개)과 12개의 코너킥(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3개)을 막무가내로 날리는 바람에 실속은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오히려 유효 슛 숫자로는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가 7개로, 5개의 대구 FC보다 2개나 더 많았다.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 라마스의 감아차기 중거리슛(13분)과 장거리 무회전 직접 프리킥(61분)을 빼면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의 하산 서니 골키퍼를 실제로 위협할만한 득점 기회도 별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만큼 대구 FC의 공격은 거칠었고 수비면에서도 가운데 공간을 터무니없이 내주며 무너졌다.

대구 FC는 게임 시작 후 21분만에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의 왼쪽 측면 역습에 첫 골을 헌납했다. 유럽 리그 경험이 풍부한 미드필더 막심 레스티엔이 왼쪽 측면에서 마음대로 크로스를 올릴 수 있도록 내버려둔 것도 모자라 센터백 사이로 빠져나가며 솟구친 송의영을 따라붙는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다. 골키퍼 최영은도 어정쩡하게 나와 있다가 키를 넘기는 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전에 접어들어서도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골문을 제대로 두드리지 못한 대구 FC는 67분에 한꺼번에 세 선수(정치인, 안용우, 김희승)를 교체로 들여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4분 뒤에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선수들에게 역습 하나를 더 허용했다. 송의영의 첫 골을 자로 잰 듯한 왼발 크로스로 도운 막심 레스티엔이 골 욕심을 비우고 옆으로 밀어준 공을 잡은 디에고 로페스가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오른발 강슛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의 3-0 완승 드라마는 80분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완성됐다. 샤단 술라이만의 왼쪽 코너킥이 낮고 빠르게 날아왔고 니어 포스트 쪽으로 움직이며 솟구친 센터백 페드로 엔리케가 머리로 살짝 돌려넣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완패 분위기에 대구 FC의 왼쪽 윙백으로 뛰던 홍철은 89분에 오마르 모하메드 알-아리(요르단) 주심으로부터 직접 퇴장 명령을 받아 쫓겨났다. 위험 지역도 아닌 곳에서 살짝 뜬 공을 걷어내는 동작을 취하면서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첫 골 주인공 송의영의 몸통을 노골적으로 밟는 반칙이 눈에 띌 정도였다.

2020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울산 현대) 당시 멤버 셋(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김도훈 감독, 대구 FC 공격수 이근호, 레프트 윙백 홍철)이 오랜만에 모인 자리 뒤끝이 안 좋게 끝난 셈이다.

이제 대구 FC는 21일(목) 오후 11시 부리람 스타디움에서 우라와 레즈(일본)를 만나게 된다.

2022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18일 오후 8시, 부리람 시티 스타디움-태국)

대구 FC 0-3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 [득점 : 송의영(21분,도움-막심 레스티엔), 디에고 로페스(71분,도움-막심 레스티엔), 페드로 엔리케(80분,도움-샤단 술라이만)]

대구 FC 선수들

FW : 제카, 라마스, 이근호(67분↔정치인)
MF : 홍철(퇴장-89분), 이용래(67분↔안용우), 황재원(67분↔김희승), 장성원
DF : 이원우(40분↔스즈키 케이타), 홍정운, 김진혁
GK : 최영은

◇ F조 현재 순위표
1 우라와 레즈(일본) 3점 1승 4득점 1실점 +3
2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싱가포르) 3점 1승 1패 4득점 4실점 0
3 대구 FC(한국) 3점 1승 1패 7득점 3실점 +4
4 샨둥 타이샨 FC(중국) 0점 1패 0득점 7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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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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