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컬링 대표팀이 아쉬운 2연패를 기록했다. 사진 속 고심하는 선수는 성세현 선수.

남자 컬링 대표팀이 아쉬운 2연패를 기록했다. 사진 속 고심하는 선수는 성세현 선수. ⓒ 세계컬링연맹 제공/Steve Seixeiro

 
남자 컬링 대표팀이 세계선수권에서 아쉬운 2연패에 빠졌다. 선수들 역시 패배를 충분히 대비한 경기였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스위스와의 경기는 '깻잎 한 장' 차이로 연장전을 놓쳤고,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캐나다와의 경기에서는 제대로 점수를 내지 못한 채 내내 끌려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22 남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자 컬링 대표팀 경북체육회(김수혁·김창민·김학균·성세현·전재익) 선수들은 3연승 행진을 아쉽게 마감했다. 스위스는 주니어 컬링계를 평정했던 강팀, 캐나다는 메달 사냥을 여럿 이어갔던 강팀이기에 승리가 쉽지는 않았다.

대표팀은 한국 시간으로 8일 열린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마지막 엔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스틸을 시도했지만 상대의 스톤이 간발의 차로 더 가까워 석패했다. 같은 날 열린 캐나다 상대 경기에서는 여러 차례 빅 엔드를 내줬다. 패배를 충분히 대비했다지만, 선수들에게는 아쉬운 패배일 수밖에 없었다.

'아! 깻잎 한 창 차이'... 연장전 코앞 놓친 패배

스위스의 '팀 야닉 슈발러'는 이번 세계선수권이 첫 출장이었던, 그야말로 대형 신인이었다. 일찍이 세계주니어선수권을 평정하는 등, 한국 선수들을 위협한 적이 적지 않았던 팀이기도 했다. 선수들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정확한 테이크아웃 샷이나 런백 샷 등을 구사하며 압박하는 전략에 능했다.

한국은 첫 엔드 스위스를 상대로 스틸을 뺏어내며 출발을 기분좋게 알렸다. 사대 스톤 바로 앞에 정확히 스톤을 두는 '프리즈 샷'이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내 스위스 선수들의 정확한 테이크아웃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량 득점의 발판을 세우고도 하우스 안 스톤을 완전히 깨어내 버리는 상대의 전략에 고전했다. 

특히 한국이 스틸 기회를 잡은 듯한 상황, 가드스톤 사이로 스톤을 밀어넣어 한국의 스톤을 모두 쳐내는 등 한국을 압박해나갔다. 한국도 전략을 바꿨다. 상대의 스톤 앞에 프리즈 샷을 구사하는 전략이었다. 한국은 5엔드까지 마친 전반전을 4-4의 스코어로 마무리하며 후반전을 노렸다.

후반전 스텝이 한 발짝 꼬였다. 6엔드에는 상대에 두 점을 내줬던 대표팀은 7엔드 상대가 버튼을 완전히 막아버린 탓에 한 점을 가져오는 데에만 성공하며 5-6의 스코어로 최후반부에 나섰다. 8엔드 스위스가 2점을 따가며 달아났고, 한국 역시 마지막 순간 김수혁 선수의 트리플 테이크아웃이 통하며 2점을 쫓아갔다.

7-8 스코어에서 맞은 10엔드. 한국은 스틸을 통해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려 했다. 한국은 하우스 안이 어느 정도 정리된 막판, 김수혁 선수의 프리즈 샷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아쉬운 점은 스톤이 약간 안쪽으로 들어간 점. 드로우를 시도한 적이 많지 않았던 상대였기에 스틸을 노릴 법했다.

마지막 순간 던진 상대 스킵 야닉 슈발러의 스톤은 하우스 안쪽에 들어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안쪽으로 쭉 들어오는가 싶던 스톤에 힘이 떨어지며 빙글 돌아 티 라인과의 거리가 한국 스톤과 비슷한 위치에 놓였다. 마지막 순간의 승자가 정확히 결판나지 않았다.

바로 계측기구 '메이저'가 돌았다. 처음 돌렸을 때는 어디가 1번 스톤인지 알지 못했다. 김창민 선수의 요청에 따라 심판은 메이저를 한 번 더 돌렸다. 아뿔싸. 간발의 차이로 스위스의 스톤이 1번 스톤이었다. 낱지장 하나 차이로 놓친 한국의 연장전이었다. 7-9로 아쉬운 패배를 안은 선수들은 캐나다전을 준비해야 했다.

실력차 컸던 캐나다전... 10-2 패배에도 선수들은 웃었다
 
 평소 스태빌라이저를 사용하던 김수혁 선수는 캐나다와의 경기 마지막 순간 스태빌라이저 대신 브룸을 들었다. (Alina Pavlyuchik)

평소 스태빌라이저를 사용하던 김수혁 선수는 캐나다와의 경기 마지막 순간 스태빌라이저 대신 브룸을 들었다. (Alina Pavlyuchik) ⓒ 세계컬링연맹 제공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캐나다의 '팀 브래드 구슈'와 맞붙은 선수들. 오랫동안 세계를 제패했던 선수들답게 캐나다는 첫 엔드부터 한국을 압박했다. 첫 엔드부터 석 점을 따낸 캐나다 선수들은 두 번째 엔드 한국 선수들의 드로우 난조 속에 석 점의 스틸을 더 따내며 경기 초반부터 6-0으로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이 3엔드 1점을 따내며 추격을 시작했다. 특히 4엔드 한 점의 실점만을 내주는 전략이 성공하면서 한국도 상대를 조금이나마 따라가려 애썼다. 하지만 5엔드 한국의 공격에서 최대한의 득점을 하고자 했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며 캐나다에 석 점의 스틸을 더 안겼다. 

실력 차이가 컸던 데다 점수 차이도 컸다. 전반이 끝난 상황 스코어는 10-1.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한국 선수들은 마지막 엔드 웃으며 경기를 마무리지으려 했다. 승리 확률이 희박한 경기를 이어가기보다는, 마무리를 잘 하고 끝낸 뒤 다음 경기에 나서 플레이오프에 대비하겠다는 결심이었다.

성세현 선수는 투구 도중 다리를 반대로 꼬며 관중석에 웃음을 안겼다. 김수혁 선수는 평소 투구할 때 사용하던 '트레이드 마크' 스태빌라이저 대신 다른 선수들처럼 브룸으로 투구해 관중석의 환호를 받았다. 마지막 순간을 웃으며 마무리하려는 선수들에게 캐나다 역시 쉬운 샷을 던지며 도왔다.

경기를 위한 최소 엔드인 6엔드를 마친 선수들이 캐나다 선수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캐나다전은 결국 10-2의 스코어로 패배했지만, 더욱 현실적인 작전을 구사했다는 점, 패배로 멘탈에 스크래치를 내는 대신 웃으며 마무리를 했다는 점에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다음 경기를 더욱 잘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캐나다는 이날 승리로 스웨덴과 함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5승 5패로 독일과 함께 공동 7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라운드로빈 마지막 날에 비교적 약팀으로 구분되는 팀과 만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국은 한국 시간으로 9일 오전 6시에 독일을 만나고, 이어 오전 11시에 네덜란드를 만난다. 비교적 약팀으로 구분되는 두 팀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따내면 메달 레이스의 진출이 사실상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남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이 '팀 킴'에 이어 첫 메달의 기록을 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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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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